[로이슈 편도욱 기자] 난임 시술비 지원으로 태어난 아이는 2020년 1만7720명에서 지난해 4만8981명으로 늘었다. 5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증가했고, 전체 출생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5%에서 19.2%로 높아졌다. 2023년 시험관 시술을 받은 여성의 38.3%는 40세 이상이었다.
난임 지원은 임신과 출산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40대에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부담은 출산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양육비와 교육비가 늘어나는 동안 부모는 정년과 은퇴를 맞을 수 있다.
의학에서는 35세 이상 산모를 고령 산모로 분류한다. 40대에 아이를 낳은 가정은 고령 출산에 따른 부담에 더해,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부모의 정년까지 맞는다. 임신·출산부터 자녀 양육과 부모의 은퇴까지 부담이 이어지는 이들, 이른바 ‘은퇴 학부모’다.
◆ 40대에 부모가 되는 사람들…은퇴 학부모
고령 산모가 낳은 아이의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출생아 가운데 35세 이상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37.3%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1.4%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서울에서는 2024년 이 비중이 44.31%에 달했다.
특히 40대 출산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25년 40~44세 여성의 출산율은 여성 1000명당 8.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연령대 여성이 낳은 아이는 1만5800명으로 전년보다 800명 늘었다. 45~49세 여성의 출산율도 여성 1000명당 0.3명으로, 198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분만 건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40대 산모의 분만은 오히려 늘었다. 신현영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분만 건수는 2013년 42만4717건에서 2022년 24만4580건으로 4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40대 산모의 분만 건수는 40% 넘게 증가했다. 전체 분만 감소와 달리 40대 산모의 분만은 증가한 것이다.
법정 정년인 60세에 퇴직한다고 가정하면, 42세에 출산한 부모는 자녀가 고등학교 3학년일 무렵, 45세에 출산한 부모는 중학교 3학년 무렵, 48세에 출산한 부모는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정년을 맞는다. 자녀의 학업이 이어지는 동안 부모의 정년 시기가 맞물리는 셈이다.
자녀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육비 부담도 커진다.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의 월평균 지출액은 초등학생 51만2000원, 중학생 63만2000원, 고등학생 79만3000원이었다. 45세에 아이를 낳은 부모는 자녀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될 무렵 60대에 접어든다. 정년이 60세인 직장에 다녔다면 퇴직한 뒤일 수도 있다. 자녀의 교육비 부담이 커지는 시기에 부모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자녀 교육비는 결혼 비용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보험개발원의 「2025 KIDI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40·50대의 67.9%는 은퇴 후에도 자녀 부양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응답자들이 예상한 자녀 1명당 교육비는 평균 4629만원인 반면, 결혼 비용은 1억3626만원으로 교육비의 약 3배에 달했다. 교육비와 결혼 비용을 합한 1억8255만원은 예상 퇴직급여 평균인 1억6741만원보다 1514만원 많았다.
◆ 손주 돌봄에서 부모 돌봄으로
40대에 아이를 낳으면 자녀의 조부모도 대개 70대 안팎이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 양육을 맡길 수 있는 조부모를 기대하기 어려운 나이다. 국가데이터처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 가운데 3개 이상 질환을 앓는 비율은 46.2%로, 65~74세(28.5%)의 1.6배였다. 치매 유병률도 75세 이상은 15.7%로, 65~74세(4.6%)의 3.4배였다. 조부모가 70대 초반이라면 손주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75세를 넘길 수 있다.
40대 부모는 자녀를 키우기 위해 조부모에게 육아 도움을 요청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노부모의 건강과 돌봄을 걱정해야 할 수 있다. 자녀 양육과 노부모 부양이 겹치면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여력도 줄어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45~64세 35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2.5%는 가족 돌봄 부담을 겪으면서 노후 준비도 미흡한 상태였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낀 ‘샌드위치 세대’로 불리는 40대 중후반은 이 비율이 18.1%로 가장 높았다. 자녀 양육과 노부모 돌봄에 자신의 노후 문제까지 더해져 삼중고를 견뎌야 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조부모 세대가 겪던 건강 문제를 부모가 겪는다. 40대 후반에 아이를 낳은 부모는 자녀가 20대 후반일 무렵 770대 중반 안팎의 나이가 된다. 이때 부모를 돌보는 일은 막 사회에 나온 자녀의 몫이 되기 쉽다.
◆ 출산 이후 20년을 위한 네 가지 과제
임신과 출산에서 시작된 부담은 자녀 학비와 부모의 은퇴, 노부모 돌봄을 거쳐 다음 세대의 돌봄으로까지 이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은 고령화와 만혼으로 부모와 자녀를 함께 부양하는 부담이 커졌고, 노동시장 불안정과 공적연금의 한계로 노후 준비도 어려워졌다며 사회보장 확충을 주문했다. 늦게 부모가 된 가구에 이 진단을 대입하면 과제는 네 갈래다.
첫째는 실태 파악이다. 출생 당시 부모의 나이를 자녀의 학령기와 부모의 정년·연금 수급 시점에 연결해 추적하면, 은퇴 학부모 가구의 규모와 소득·돌봄 여건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부담이 큰 가구를 선별하고 지원 대상과 예산을 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연금 제도 보완이다. 국민연금에는 수급자의 부양가족에게 지급하는 부양가족연금이 있지만, 자녀 1명당 지급액은 월 1만7030원에 그친다. 기초연금에도 미성년 자녀 양육을 별도로 반영하는 급여가 없다. 연금을 받으면서 학령기 자녀를 키우는 가구의 부담을 고려해 추가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정 부담을 고려하면 소득이 적은 가구부터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셋째는 고용과 소득 안전망이다.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 정책을 논의할 때 미성년 자녀를 부양하는 고령 근로자의 소득 공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는 정년이 정해져 있지 않고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은퇴 시점과 소득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들에게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등 노후 소득 기반을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넷째는 돌봄과 사전 대비다. 조부모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가정이 아이돌봄서비스 등 공적 돌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부모를 실제로 돌보는 아동·청년은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기에 발굴해 필요한 지원을 연결해야 한다. 아울러 고령 부모 가구가 질병이나 사망으로 자녀를 직접 돌보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미성년후견과 재산관리 제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40대에 아이를 낳는 부부는 해마다 늘고 있다. 늦게 얻은 아이가 부모의 은퇴 걱정 없이 자라고, 부모는 자녀와 함께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출산 지원에서 멈춘 난임 정책을 그다음 20년으로 넓히는 일이 부모와 아이 모두의 행복을 위한 과제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
[기획시리즈 ⑤] 난자공여 | 40대에 얻은 늦둥이, 대학 갈 무렵 부모는 정년
[제작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입력:2026-10-26 00: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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