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개정 의료분쟁조정법 관련 연구용역 2건을 대한의학회와 총 1억4700만원에 수의계약하면서 분리발주 적정성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두 연구는 수행기관과 계약기간이 같지만 별도 계약으로 진행됐다. 이창훈 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연구 수행 분과가 달랐다고 설명하면서도 통합발주 검토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25일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중재원은 개정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마련을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 5건 가운데 2건을 대한의학회와 수의계약했다. 나머지 3건은 조달입찰을 거쳤다.
◆ 같은 기관·같은 기간...두 건으로 나눠 수의계약
대한의학회가 맡은 첫 번째 연구는 9700만원 규모의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및 중대한 과실 연구'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개념과 대상 행위를 구체화하고, 개정법에 규정된 중대한 과실 유형의 심의 기준과 사례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5000만원 규모의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도입 연구'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가운데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해당하는 유형을 분석하고 보상 대상과 범위, 한도를 검토한다.
두 연구의 계약기간은 모두 2026년 5월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다. 수행기관도 대한의학회로 동일하다. 첫 번째 연구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구체화하면 두 번째 연구는 이를 토대로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보상 기준을 설계하는 구조다.
나머지 3건은 모두 조달입찰을 거쳤다. 책임보험 연구는 7700만원,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연구는 6800만원, 의료사고 설명의무 연구는 3800만원이다. 전체 5건의 계약금액은 3억3000만원으로, 대한의학회 수의계약 2건이 44.5%를 차지한다.
대한의학회가 지난 7월 공개한 안내문에 따르면, 설명의무 연구는 법무법인 세종이,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운영규칙 연구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수행하고 있다. 법률적 성격의 연구와 의학적 전문성이 강조된 연구 사이에 계약방식의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 1억원 기준 놓고 공방…이창훈 원장 "분과 달라 나눴다"
이 의원은 수의계약 허용 기준도 문제 삼았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특수한 지식·기술 등이 필요한 학술연구용역에 대해 추정가격 1억원 이하의 수의계약을 허용한다. 대한의학회와 체결한 두 계약금액은 각각 1억원 미만이지만 합산하면 1억4700만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행기관과 계약기간이 같고 연구 내용도 연계돼 있는데 두 과업을 통합 발주하지 않은 이유를 따졌다.
이 원장은 "대한의학회가 하나의 법적 주체이기는 하지만 연구를 수행하는 분과가 서로 달라 나눠서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통합발주 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거기까지는 파악이 안 돼 있다"고 밝혔다.
다른 3건을 입찰에 부친 이유에 대해서는 법률적 평가가 가능한 연구이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연구에 대해서는 "의학적 연구 영역인지 법률적 연구 영역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중대한 과실에 관한 연구도 법률적 검토가 가능한 영역이라고 반박하며 대한의학회를 수행기관으로 선정한 검토자료를 요구했다. 이어 "전문성은 수의계약이 가능한 이유이지, 연계된 연구를 왜 두 계약으로 나눴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일부러 쪼갰다기보다는 연구 대상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두 연구의 추정가격 산정자료와 분리발주 판단 근거, 통합발주 검토 여부, 중재원 설립 이후 전체 계약내역을 종합감사 전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 의료계 의견 담길 연구보고서…객관성 검증도 과제
계약방식과 별개로 연구 결과의 객관성을 어떻게 검증할지도 쟁점이다. 이번 연구는 의료인의 형사책임 특례와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하위법령 마련의 기초 작업이다.
메디게이트뉴스의 지난 16일 보도에 따르면, 대한의학회 연구진은 각 학회에서 제출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1835개를 검토하고 있다. 중복 항목을 정리하면 1400~1500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한 과실 심의 가이드라인도 26개 학회·분과에서 수집한 748건의 사례를 토대로 마련 중이다.
이용주 대한의학회 연구용역 태스크포스(TF) 의료위원장은 최종 연구보고서에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공청회를 열고 11월 최종 연구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의학회는 연구 결과가 하위법령을 직접 제·개정하는 것은 아니며, 심의 가이드라인에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위법령 마련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환자단체와 의료계,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의료분쟁제도개선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있다.
◆ 전임 원장 때 시작된 계약…이창훈 원장 후속 검증 과제
두 연구용역은 박은수 전 원장 재임기에 시작됐다. 이창훈 원장은 이후인 지난 9월 1일 제5대 의료중재원장으로 취임했다. 계약 당시 분리발주 결정과 취임 이후 관리 책임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연구 수행 분과가 달랐다고 설명하면서도 통합발주 검토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계약 체결 당시의 의사결정과 별개로 현 경영진이 분리발주 경위와 수의계약 적용 근거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학회 연구용역의 계약기간은 11월 30일까지다. 이 원장은 계약 분리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한편, 연구 결과가 환자와 의료인 양측의 권리를 균형 있게 반영했는지 검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의료중재원, 대한의학회에 1억4700만원 수의계약…같은 기간 연구 두 건으로 '분할 발주'
수행기관·계약기간 같은 연계 연구 2건만 수의계약…나머지 3건은 조달입찰9700만원·5000만원 각각 계약…합산액은 학술연구 수의계약 1억원 기준 초과
9월 취임 이창훈 원장, 분리발주 경위 확인·연구 결과 검증 과제 기사입력:2026-10-25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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