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심준보 기자] SK디앤디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의 자진 상장폐지 시도가 두 차례 무산된 뒤 발행주식의 240%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새 주식 가격은 한앤코가 1년 전 공개매수로 제시한 가격의 17.7%인 2260원이었다. 회사는 채무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을 내세웠지만, 실권주 일반공모를 배제한 방식으로 증자를 추진했다. 소액주주는 지분을 유지하려면 추가 자금을 납입해야 했고, 청약하지 않으면 지분율이 70% 넘게 희석되는 구조였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금융 종합국정감사에서 제기한 바에 따르면, SK디앤디의 문제는 증자의 필요성 자체보다 자금 조달 방식과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이다. 부채 상환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증자를 결정했지만, 당초 계획보다 조달 규모가 줄었고 상장폐지 미추진 기간을 둘러싼 공시 내용도 한 차례 바뀌었다. 개정 상법이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와 공평 대우를 명문화한 가운데, 이사회가 소액주주 이익을 어떻게 고려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앤코는 2025년 9월 30일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한 SK디앤디 지분 31.27%를 주당 1만2750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같은 가격으로 두 차례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상장폐지 추진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다. 1차 공개매수 응모율은 40.2%였고, 2차 응모 물량도 목표에 크게 못 미쳤다.
SK디앤디 이사회는 올해 7월 28일 기존 발행주식 수의 2.4배에 해당하는 신주 4468만1000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당시 예정 발행가는 주당 3060원, 계획 조달액은 약 1367억원이었다. 증자 결정 다음 날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주주들의 반발도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8월 5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후 한앤코의 상장폐지 미추진 기간은 당초 1년으로 기재됐다가 9월 9일 3년으로 변경됐다. 의원실은 기간 연장이 의원실의 문제 제기 이후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앤코가 SK디스커버리 지분 인수 대금을 지급한 날은 8월 11일이다. 증자 결의는 대금 지급보다 앞서 이뤄졌다. 당시 이사회에 어떤 이사들이 참여했고 각 안건에 어떻게 표결했는지는 증자 결정의 책임과 의사결정 과정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이사회 구성과 개별 표결 내역은 별도로 확인돼야 한다.
증자 확정 발행가는 10월 7일 주당 2260원으로 정해졌다. 한앤코가 공개매수에서 제시한 1만2750원과 비교하면 17.7% 수준이다. 두 가격 사이의 차이는 82.3%에 이른다. 증자 결정 직전 종가인 5540원과 비교해도 확정 발행가는 59.2% 낮다.
공개매수가와 유상증자 발행가는 산정 목적과 기준이 서로 다르다. 공개매수는 기존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가격이고, 신주 발행가는 관련 규정에 따른 산식을 적용해 정한다. 따라서 두 가격의 차이만으로 발행가가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같은 최대주주가 공개매수 때 제시한 가격과 증자 때 적용한 가격의 격차가 큰 만큼, 소액주주에게 미치는 경제적 효과와 발행가 산정 과정은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번 증자 규모는 발행주식 수 기준 240%다. 기존 주주가 신주를 인수하지 않으면 전체 주식 수가 기존의 3.4배로 늘어나면서 지분율은 종전의 약 29.4%로 떨어진다. 상대적인 지분율 감소 폭은 70.6%다.
1,000주를 보유한 주주가 기존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신주 2400주를 배정받아야 한다. 확정 발행가를 적용하면 추가 납입액은 542만4000원이다. 투자 여력이 부족해 청약하지 못한 주주는 지분율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 일반주주 청약률은 85.3%였다. 일반주주가 청약한 주식은 810만7293주로, 확정 발행가 기준 납입액은 약 183억2000만원이다. 주주배정 증자는 모든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권리를 보장하지만,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회사는 채무상환과 우발채무 대응을 증자의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주주배정 청약 뒤 남는 실권주를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하는 절차는 두지 않았다. 김 의원은 실권주 일반공모가 시장의 상식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실권주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앤코가 배정 물량의 120%를 청약하는 초과청약에 나서면서 일반주주 미청약분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전체 청약률은 115.52%로 집계됐다. 한앤코의 초과청약은 제도상 허용된 방식이지만, 일반공모를 통해 외부 투자자에게 참여 기회를 열어두는 선택지는 애초에 마련되지 않았다.
이 대목은 회사가 내세운 자금 조달 필요성과 주주 선택권 사이의 긴장을 보여준다. 회사 입장에서는 채무상환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일 수 있지만, 증자 방식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 구조와 최대주주의 지배력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증자 후 한앤코 지분율은 약 80.6%로 높아졌다.
조달 규모도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 7월 이사회 결의 당시 계획한 조달액은 약 1367억원이었지만, 최종 발행가가 낮아지면서 실제 납입액은 약 1010억원으로 줄었다. 감소액은 약 357억원, 비율로는 26.1%다.
회사가 상환 대상으로 제시한 하반기 만기 사모사채 규모는 1690억원이다. 두 금액을 단순 비교하면 증자 조달액은 사모사채 규모보다 약 680억원 적다. 다만 회사가 조달 자금을 사모사채 상환에만 사용하는지, 다른 채무나 우발채무에도 배분하는지에 따라 실제 자금 부족분은 달라질 수 있다.
SK디앤디의 신용등급은 BBB-로, 채무 부담과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우발채무는 증자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자금 조달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조달 목표가 줄어든 상황에서 어떤 채무를 우선 상환하고 남은 자금 수요를 어떻게 충당할지는 주주에게 설명돼야 할 핵심 사안이다.
상장폐지 추진 여부를 둘러싼 공시도 논란의 대상이다. 한앤코는 증자 관련 정정 과정에서 상장폐지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의원실은 해당 기간의 연장이 문제 제기 뒤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앤코의 지분율은 증자 전 78.69%에서 증자 후 약 80.6%로 높아졌다. 상장폐지 요건으로 거론되는 95%까지는 약 14.4%포인트가 남는다. 다만 현재의 지분율만으로 향후 상장폐지 추진 여부를 예단할 수는 없다. 3년간 상장폐지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어떤 형식으로 약속됐는지, 법적 구속력이 어느 범위까지 미치는지도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
이번 증자의 모집주선은 NH투자증권이 맡았다. 김 의원이 제시한 실사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요약표의 14개 항목이 모두 본문을 참조하라는 취지의 ‘(주) 참조’로 표기돼 있어, 요약만으로는 각 항목의 검토 결과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원실은 이를 과거 파두 사태 당시 증권사 실사 문제와 비교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SK디앤디는 신용등급과 만기 채무 부담을 고려해 증자를 추진했고, 실제 청약과 납입도 완료했다. 한앤코의 초과청약 역시 제도상 허용된 절차다. 그러나 조달액이 계획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자금 사용 계획과 채무 상환 우선순위가 충분히 설명됐는지, 소액주주가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부담을 이사회가 어떻게 검토했는지는 여전히 확인할 대목이다.
심준보 로이슈(lawissue) 기자 xzvc@lawissue.co.kr
김도현 호(號) SK디앤디, 실권주 일반공모 배제한 240% 증자…소액주주 183억원 추가 부담
기사입력:2026-10-23 17: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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