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조합의 인사규정 상 신용 또는 상호금융 업무 취급을 하는 직원들의 경우 3년 이내에 전보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부산 서·동구)이 수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아직도 한 지점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수가 145명이나 됐고, 5년 이상 근무자도 19명이었다고 19일 밝혔다. 신용 또는 상호금융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라는 얘기다.
올해는 작년 경주수협에 이어 서산수협에서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건의 A직원은 거래처에 입금하여야 할 어업용 기자재 및 면세유류 결제대금을 지급결의서 위조 및 직인 도용 등을 통해 자금을 무단 인출하여 제3자에게 송금하는 등 30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했다. 수협은 무려 3년간 121회에 걸쳐 돈이 빠져나갔는데도 올해 1월이 되어서야 문제를 인식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직원은 횡령한 돈으로 리니지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 내에서 특정 카드를 얻기 위해서는 확률상 10억 원이 넘게 든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 게시된 글들을 보면 A직원은 해당 카드를 10개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협 측에서는 미변제 금액과 관련하여 게임 계정을 매매하면 4억원 가량 회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머지 16억 원에 대한 변제금 회수 가능성은 사실상 미지수이다. 또한 게임 캐릭터는 본인 외 처분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구속 중인 상황에서 팔 수도 없고 형을 마치고 판다하더라도 계정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안병길 의원은 “횡령사고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매년 ‘취약업무를 개선하겠다’, ‘유류구매시스템 개선하겠다’, ‘내부통제 강화하겠다 상시감사 이행평가 하겠다’며 녹음기처럼 반복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서산수협은 횡령이 진행되고 있던 2018년부터 2020년까지 5차례에 걸쳐 전산시스템 개선을 했다지만 지켜진 게 없어 개선한 의미가 없다”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수협 내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