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동개혁. 어느 한 쪽의 양보만으론 풀리지 않는다"

기사입력:2016-10-04 08:57:20
몇일 전 금융•공공 부문에 이어 현대차노조, 화물차연대까지 연쇄적인 총파업이 있었다. 노•사•정 각자의 입장이 다르기에 극단적인 행동까지 가게 됐다. 파업은 국민들의 관심도 적으며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런 분위기는 정부와 기업, 언론 등이 서로 공감하며 만들어 낸 여론일 수도 있다.

노동개혁은 노•사•정 중에 어느 한 쪽의 양보만으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노동개혁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취업환경과 근로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취업환경을 먼저 보면, 취업희망자의 대부분이 100인 이상 사업장(대기업을 포함해 비교적 튼튼하고 알려진 중견기업)이나 공기업 혹은 관공서 등을 우선적으로 희망한다.

우리나라 취업시장에 구직난은 앞서 말한 곳에 한해서 만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오히려 구인난에 시달린다. 취업희망자들이 중소기업에는 지원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직자들만 갖고 뭐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으로 급여지급을 장담할 수 있는 곳은 앞서 말한 곳이 아니고는 많지 않다.

그러면 우선 미취업자수를 줄이는 방법에는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성과연봉제 도입 등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여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서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고 빠른 방법이 맞다. 그런데 문제는 사측에 달려있다. 노조 측이 정부의 노동개혁 안에 양보하더라도 이후에 기업들이 '입을 싹 씻을지도 모르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법정시간을 넘기는 것은 물론이고 OECD 기준 평균 근로시간 보다 훨씬 많다. 물론 시간 외 수당을 받기는 하지만, 중요한 점은 시간 외 근로가 아예 일상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추가근무를 하지 않거나 야근을 하지 않으면 기업조직 내에서 견딜 수 없도록 해놓고 반드시 추가근무를 하도록 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근로자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하고 싶어도 회사와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야근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또한 적정인원을 두지 않아서 과중한 업무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근로환경의 개선이 있지 않고서 노동개혁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정작 일자리는 늘리지 않으면서, 추가근무는 여전한데다가, 쉬운 해고까지 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만 하는 셈이 돼버린다.

우리나라 근로환경을 비약해서 설명해보면, 10명이 해야 할 적정한 업무를 6-7명 정도로 일을 시키고 있다. 그런데 경제를 이유로 오히려 인원을 1-2명 더 줄일 생각만 하고 있다. 적정한 인원으로 3-4명이 더 필요한데 기존의 인원에게 급여와 추가수당을 조금 더 주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인원의 급여수준이 높으니 인원감축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들이 먼저 근로시간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적정수준의 인원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혹은 고용계획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한 후에 노동개혁을 주장해야 한다. 정부도 규제완화 등으로 시장기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각종규제로 인해 원활한 시장기능에 맡는 기업의 역할을 막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야권도 법인세를 인상을 철폐하는 양보도 필요하며 기업의 양보를 끌어낸 후에 노조 측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선행된다면 노동개혁의 갈등은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다. 노동개혁의 실현을 위해서 노조와 근로자 측에게 양보를 요구하기 전에 앞서 우리나라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정치권과 정부도 제도적으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노조 측에서도 근로시간 준수 혹은 OECD 평균수준의 근로시간이 엄격하게 지켜진다면, 정규직 노조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노동개혁을 받아들여야 한다. 솔직히 우리나라 일부노조는 정치와 재벌에 못지않게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것도 역시 사실이다. 이른바 '귀족노조'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적지 않은 부분에서 분명히 존재한다.

자연스러운 시장기능의 작동을 위해서 정부는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며, 기업은 일자리 확충과 근로시간 준수를 솔선해서 시행하며, 노조 역시 국가경제와 실업문제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노동개혁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한국이 직면한 문제인 '신생아 출생저하'는 실업문제와 연계돼 있다. 이런 실업문제의 해결은 노동개혁 달성여부에 달려있다.

지금의 노동개혁은 어느 한 쪽의 양보만 주장해서는 해결이 어렵다. 가지고 있는 쪽에서부터 차근히 하나씩 양보하고 풀어가야 한다. 정부의 노력과 기업의 솔선, 노조의 양보가 순차적으로 그리고 함께 이뤄져야 한다. 만약 노동개혁이 풀리지 않는다면 정부, 기업, 노조, 정치권 모두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여간 대한민국은 기득권이 문제다.


“선거 기획과 실행”저자. 선거•정치 컨설턴트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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