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편도욱 기자]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동안 주택용 가스요금은 동결됐고, 원가와 판매가격의 차이는 미수금으로 쌓였다. 한국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올해 2분기 13조5390억원으로 1분기보다 1673억원 늘었다.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하며 발생한 '외상 가스' 부담이 커진 것이다. 미수금에 대응하기 위해 조달한 차입금의 이자는 하루 약 14억원, 연간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홍의락 사장 취임 이후에도 미수금 회수와 요금 정상화 방안은 구체화되지 않은 가운데 해외투자 예산은 전년 결산액보다 두 배 수준으로 편성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24일 발표한 물가 분석에서 국제유가가 2025년 12월 배럴당 62달러에서 올해 3월 127달러로 약 2.05배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석유류 가격도 20% 넘게 올랐다. 장 연구위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정부와 공기업이 일정 기간 흡수한 뒤 단계적인 공공요금 인상으로 반영하는 구조가 물가 상승 압력을 누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이 흡수한 에너지 가격 부담은 한국가스공사 재무제표에서 미수금으로 나타난다. 국제 에너지 가격과 국내 공급요금 사이의 차이가 해소되지 않으면 미수금이 누적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한 차입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요금 조정에서는 발전용과 주택용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은 3월 GJ당 약 1만6048원에서 6월 1만9379원으로 20.1% 올랐다. 5월과 6월 두 차례 인상이 반영됐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용 요금은 GJ당 2만849원, 일반용은 1만9090원으로 동결됐다.
원료비 연동제는 국제 연료가격과 원가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올해 2분기까지는 발전용 요금이 오른 반면 주택용과 일반용은 그대로 유지됐다. 원가 상승분을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부담이 민수용 미수금에 남으면서 향후 요금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민수용 미수금은 1분기 13조3717억원에서 2분기 13조539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미수금은 14조1782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약 97%가 민수용에 집중됐다. 발전용 미수금은 회수가 완료됐고 상업용도 대부분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수용 미수금 중 84.1%에 해당하는 약 11조2400억원은 1년 안에 회수하기 어려운 비유동자산으로 분류돼 있다. 단기간에 현금으로 돌아오기 힘든 자산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미수금 규모가 커질수록 회수 시점과 재원 마련 계획이 재무 부담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
차입금 이자 부담도 실적을 압박한다. 미수금으로 발생한 자금 공백을 빚으로 메우면서 이자가 하루 약 14억원, 연간 약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이자 비용은 2분기 영업이익 6753억원의 약 74%에 해당한다. 분기 영업이익과 연간 이자를 단순 비교한 수치지만, 이자 부담이 수익성에 미치는 규모를 보여준다.
한국가스공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58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 증가만으로 미수금 문제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회수에 장기간이 걸리는 미수금이 남아 있는 데다 이를 뒷받침하는 차입 비용도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흑자는 장부에 기록되지만, 현금은 미수금과 이자 부담에 묶여 있는 구조다.
미수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투자 예산도 늘었다. 올해 해외투자 예산은 1조3764억원으로, 지난해 결산액 6850억원보다 약 101% 증가했다. 해외 출자회사 31곳의 취득가는 총 7조2164억원이지만 2025년 말 장부가는 3조2637억원으로, 취득가의 45.2% 수준이다. 취득가와 비교한 장부가 감소액은 약 4조7700억원이며, 장부가가 0원인 곳도 7곳으로 집계됐다.
100% 자회사 9곳 가운데 7곳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사업의 자산가치가 취득 당시보다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투자 예산이 다시 확대되면서 투자 성과와 추가 자금 투입의 타당성을 둘러싼 검증 필요성이 제기된다. 민수용 미수금의 회수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해외사업에 투입할 자금의 우선순위도 재무 관리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내부 징계 현황에서도 부담이 확인된다. 2025년 산업통상부 산하기관 전체 징계 89건 중 한국가스공사에서 발생한 건수는 48건으로 53.9%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징계가 많았던 기관의 11건과 비교하면 약 4.4배다. 징계 사례에는 심야 식대 부당 수령 30명, 법인카드 허위 사용 9명, 회사 물품 판매 4명 등이 포함됐다. 법인카드 허위 사용과 회사 물품 판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각각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재무 부담에 더해 한국석유공사와의 통합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가 9월 3일 발표한 통합안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부채가 약 20조원인 석유공사를 가스공사에 흡수하는 구조다. 홍 사장은 19일 국정감사에서 통합안 발표 전에 사전 협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통합이 추진되면 가스공사의 미수금과 석유공사의 부채가 한 법인에 결합할 수 있다. 재무 부담이 커질 경우 차입 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공공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스공사 소액주주가 약 10만명에 이르는 만큼 통합의 재무적 영향과 책임 구조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사장은 7월 29일 제19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재선 국회의원과 대구시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지만, 취임 이후 민수용 요금 정상화 일정이나 미수금 회수 로드맵은 발표되지 않았다. 올해 해외투자 예산은 전임 경영진 시기에 편성된 계획이지만, 실제 집행과 향후 투자 판단은 현 경영진의 책임 범위에 놓인다.
미수금의 대규모 누적과 올해 2분기 증가, 2025년 징계 현황은 홍 사장 취임 전부터 형성된 문제다. 현 경영진이 풀어야 할 과제는 기존 부담을 만든 책임과 새롭게 결정할 사안을 구분하면서, 미수금 회수 계획과 해외투자 집행 기준, 석유공사 통합에 따른 재무 위험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외상으로 공급한 가스값은 사라지지 않는다. 13조5390억원의 민수용 미수금은 회수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는 한 차입 비용을 동반하며 남는다. 결국 누적된 비용을 어떻게 분담하고 언제 요금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공기업의 재무 문제를 넘어 국민의 에너지 부담과 직결된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
한국가스공사 홍의락 호(號), 서민 가스요금 묶고 해외투자 두 배…13.5조 외상값은 국민 부담으로
기사입력:2026-10-24 12: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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