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이강훈 기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당사자들은 자신의 설명과 자료가 공정하게 검토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조사 담당자가 어느 한쪽과 친분이 있거나 사건을 미리 단정한 채 접근한다면, 결과가 나온 뒤에도 공정하게 조사한 것인지 의문이 남을 수 있다. 이런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조사가 끝난 뒤에도 갈등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이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를 통한 조사다. 조사자와 당사자의 관계에 대한 우려가 있거나, 사실관계가 복잡해 내부 인력만으로 충분한 조사가 어려운 경우 외부 전문가의 참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외부 전문가를 선정할 때에도 당사자와의 관계나 사건에 관여한 이력 등을 살펴 중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개정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도 조사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 해당 사용자를 조사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권고하고, 조사위원에 대한 기피·회피 절차를 명확히 했다. 조사 결과와 판단 근거를 신고인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권고한 것도 당사자가 사건 처리 과정을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라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의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조사 기간 중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면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해당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조사에서 가려야 할 것은 신고된 행위가 법에서 정한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단순히 의견이 충돌했다는 사정만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문제된 말과 행동의 경위와 업무상 필요성, 지속·반복 여부, 피해 정도와 근무환경에 미친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는 당사자들의 설명과 목격자·동료 등 참고인의 진술을 듣고, 이메일과 메신저 대화, 업무지시 자료 등을 함께 검토한다. 양측의 설명이 다르다면 어떤 부분이 자료로 뒷받침되는지, 추가로 확인할 내용은 없는지를 살피게 된다. 가령 업무지시를 둘러싼 갈등이라면 실제 업무에 필요한 내용이었는지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과 행동으로 전달됐는지도 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진술을 듣는 과정에서는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의 설명을 충분히 확인하는 동시에 행위자로 지목된 사람에게도 반론과 자료 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조사 참여자에게는 비밀유지 의무가 적용되는 만큼, 면담 내용과 관련 자료가 조직 내에 불필요하게 알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 괴롭힘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 근무장소 변경이나 배치전환, 유급휴가 등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고, 행위자에 대해서도 지체 없이 징계나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때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에 앞서 해당 조치에 관한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
후속 조치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무엇을 확인했고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도 필요하다. 조사보고서에 검토한 자료와 진술, 엇갈리는 주장에 대한 판단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당사자에게 결과를 설명하거나 이후 고용노동부 진정, 징계의 정당성을 다투는 분쟁에 대응할 때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결과와 판단 근거를 설명할 때에도 참고인의 신원이나 진술 내용 등이 불필요하게 공개되지 않도록 비밀유지와 개인정보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가 객관적인 조사 의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나 피해 사실 등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외부 전문가에게 조사를 맡기더라도 피해근로자 보호와 필요한 후속 조치에 대한 책임은 사용자에게 남는다.
외부조사의 의미는 당사자와의 관계나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사실관계를 살펴, 조사 과정과 판단 근거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있다. 당사자의 설명과 참고인의 진술, 관련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결론에 이른 이유를 분명히 제시하는 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 확인된 사실에 맞는 보호조치와 인사조치가 이어질 때, 당사자들이 결과를 이해하고 사건 처리 이후의 갈등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움말 법무법인 중앙이평 노동법 전문 양정은 대표변호사
이강훈 로이슈(lawissue) 기자 lkh@lawissue.co.kr
직장 내 괴롭힘 외부조사, 당사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절차 갖춰야
기사입력:2026-10-27 1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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