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 인신매매됐는데 19건만 문제?... 캄보디아 정부, "방조인가 공모인가"

[크라임 렌즈] 캄보디아 온라인 스캠 산업과 인권유린 실태 ③ 기사입력:2025-10-22 13:47:21
- 총기 든 경비원·고문 방치"…캄보디아 정부, 스캠 단지 '국가적 공모' 논란
- 캄보디아 고위층, 스캠 단지 부동산 소유하며 강제노동 이익 챙겨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는 캄보디아를 '가장 위험한 3등급 국가(Tier 3)'로 분류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은커녕, 형식적인 조사와 부패한 행정으로 사태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 고위층과 공무원들의 범죄 연루가 구조적 수준으로 만연해 있으며, 인신매매 단속을 방해하거나 온라인 사기(스캠) 산업의 실태를 축소·부인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일부 고위 공직자와 정부 자문관은 스캠 단지 운영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거나 기업 명의로 관리하며 강제노동 피해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인신매매 수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뤄지고, 법 집행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캄보디아 정부는 외국인 피해자 사건에 대해서도 해당 국가의 외교적 압박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개입했다. 국제적 비판이 제기될 때만 구조 활동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의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I Was Someone Else's Property)> 보고서는 캄보디아 정부의 책임을 한층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본 기사에서는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가 발표한 보고서의 관련 내용을 정리했다.

사진=캄보디아 이민청 /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캄보디아 이민청 /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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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2021년부터 경고가 있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20년 이후 캄보디아 스캠 산업이 부패, 허술한 금융 감시, 부실한 법 집행, 행정 공백을 배경으로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 사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알자지라(Al Jazeera),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등 주요 외신은 캄보디아의 시하누크빌을 중심으로 한 도시들이 온라인 사기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도했다. 주요 외신 보도는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뒤 감금·폭행·강제노동을 강요하는 범죄 구조와 사기 단지가 캄보디아의 권력층과 직접 연결되었음을 폭로했다.

현지 언론도 수십 개 단지를 직접 취재하며, 탈출 시도 중 사망한 피해자, 구출 실패, 경찰의 무대응 사례를 연일 전했다.

2022년 9월,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들(UN Special Procedures mandate holders)은 캄보디아 정부에 "10만 명 이상이 강제노동·성 착취를 목적으로 인신매매되었다"는 정보를 통보했다.

■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는 정부의 축소·왜곡된 보고

캄보디아 정부는 유엔의 지적에 대해 "스캠 단지 104건을 조사했으며, 그중 단 19건만이 협박 및 감금과 관련 있다. 나머지는 노동 분쟁, 채무 문제, 동의 없는 직업 변경, 열악한 근무 및 생활 환경에 대한 불만, 가족 실종 사례"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정부의 발표는 유엔 지적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허위 보고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022년 말 이후, 캄보디아 정부는 피해자 구조와 단속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지만, 투명한 결과 보고는 단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언론 보도들은 캄보디아 정부가 사기 산업을 근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스캠 단지가 계속 확산되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지적했다.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사기 단지 문제를 공론화하거나 내부 상황을 폭로한 사람들이 탄압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22년에는 저명한 구조 활동가와 인권옹호자들이 체포되었고, 2023년에는 사기 산업 실태를 심층 보도하던 현지 언론(예: 보이스 오브 데모크라시; Voice of Democracy, VOD)이 정부의 보복성 조치로 강제 폐간됐다. 2024년 10월에는 스캠 단지를 추적하던 기자 메크 다라(Mech Dara) 등 주요 언론인이 체포됐다. 시민사회 및 인권단체들은 메크 다라의 체포와 기소가 "스캠 단지 문제를 폭로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 정부의 고의적 방치이자 '국가적 공모'

국제앰네스티는 캄보디아 정부가 명백한 인권침해를 알고도 방관했다며 "단순한 묵인을 넘어 공모(complicity)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캄보디아 정부의 국제적 의무와 책임 이행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다.

① 형식적인 구조 작전

첫째, 캄보디아 정부는 스캠 단지와 그 내부에서 발생하는 노예제, 인신매매, 강제노동, 아동노동, 불법 구금, 고문 및 기타 비인도적 처우 등의 인권침해를 효과적으로 조사하는 데 실패했다.

앰네스티 조사 결과, 확인된 53개 단지 중 20곳은 경찰이나 군이 최소 한 차례 개입했으나 이후에도 인권침해가 계속됐다. 18곳은 캄보디아 정부의 어떠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단지 두 곳만이 캄보디아 정부 개입 이후 완전히 폐쇄됐다.

앰네스티가 관찰한 개입 패턴에 따르면, 경찰의 '구조 작전'은 대부분 단지 관리자와 협의된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국가 주도의 '구조 작전'조차 사기 단지 관리자나 운영자의 통제 아래 이뤄졌고, 많은 경우 경찰은 단지 내부에 들어가 조사를 진행하기보다는 출입문 앞에서 관리자나 경비원에게 피해자를 인도받는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스캠 단지의 폐쇄나 가해자 처벌은 거의 없었다.

② 구조 후에도 이어진 인권침해

둘째, 캄보디아 정부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식별·지원·보호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피해자의 권리와 존엄성을 추가로 훼손했다.

피해자로 제대로 분류되지 못한 이들이 이민자 구금시설에 임시로 수용되는 일이 빈번했다. 구금시설에서 피해자들은 자비로 식비를 부담하고, 바닥에서 잠을 자며, 구금 기간조차 알지 못한 채 지냈다. 국제앰네스티와 구조단체의 증언에 따르면, 구조된 생존자 대부분은 2~3개월 동안 구금시설이나 경찰서에 억류됐고, 자신들의 경험에 대해 자세한 조사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캄보디아 정부의 구조 후 처우는 명백한 2차 인권침해다.

③ 고문을 알고도 눈감은 정부

셋째, 캄보디아 정부는 사기 단지 내에서 자행되는 고문과 기타 비인도적 처우를 사실상 용인하거나 묵인했다.

고문이나 기타 비인도적 처우가 국가 행위자에 의해 직접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캄보디아 정부가 고문 행위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인지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캄보디아 정부가 비국가 행위자(non-state actors)에 대해 조사·기소·처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책임 회피로 간주된다.

경찰의 구조 작전, 언론의 보도, NGO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정부는 비국가 행위자를 조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제앰네스티가 확인한 전체 53개의 스캠 단지 중 3분의 2가 여전히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조사가 이뤄졌더라도 고문과 비인도적 처우가 거의 처벌 없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④ 총기·전기봉까지 소지한 민간 경비원

넷째, 캄보디아 정부는 보안업체와 고문에 사용되는 장비의 관리·감독에 실패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몇몇 단지의 경비원은 총기류를 소지하고 있었다. 또한 23명의 생존자가 19개 단지에서 경비원이 전기충격봉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비원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캄보디아 법상 총기 소지는 금지되어 있다. 보안 인력이 수갑이나 전기충격봉, 총기류를 합법적으로 소지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경비원의 불법 총기 소지는 관련 규제가 고문이나 가혹행위에 쓰일 수 있는 도구의 사용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일부 보안업체가 불법 도구 사용 사실을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설령 보안업체가 전기충격봉 사용을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국은 불법 도구의 사용 및 남용 가능성을 면밀히 감시해야 하며, 스캠 단지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경우 즉시 압수했어야 한다.

■ 고위층의 공모와 면책의 문화

추가로 미 국무부 보고서는 캄보디아 고위 공직자들이 스캠 산업에서 강제노동 피해자 및 증인, 그리고 인신매매 실태를 폭로하려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협박하거나 방해했다고 밝혔다. 일부 고위 공직자들은 수사와 기소 과정에 직접 개입하여 강제노동 관련 수사를 부인하거나 기각하는 한편, 비(非)인신매매 사건으로 분류해 수사를 허가하는 등 사기 산업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사법 절차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고위 공직자와 정부 자문관들은 스캠 단지가 위치한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거나 관리하면서, 그 안에서 발생한 강제노동과 인신매매 피해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취한 사실도 보고됐다.

고위층의 구조적 연루와 부패는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실질적 법 집행을 심각하게 저해했고, 그 결과 인신매매는 여전히 전국적으로 만연한 상태로 남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정부는 온라인 사기 단지 운영자나 소유주를 단 한 명도 체포하거나 기소한 적이 없다. 미국의 제재를 받은 한 상원의원 겸 고위 정부 자문관에 대해서도, 해당 인물이 소유·관리하는 복수의 기업체에서 온라인 사기 산업 내 광범위한 강제노동 증거가 확인됐음에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책임 회피와 처벌 부재가 '면책의 문화(impunity)'를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 국제앰네스티의 경고, 캄보디아 정부는 지금 당장 행동하라

국제앰네스티는 캄보디아 정부에 다음을 촉구했다.

  • 첫째, 인신매매에 연루된 공공 부문 인사의 개입을 신속히 식별하고 근절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할 것: 부패와 뇌물 수수를 포함한 모든 부정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인권침해 관련 부패에 연루된 모든 공무원은 적법 절차와 공정한 재판 기준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고 기소할 것.

  • 둘째, 보고서에 명시된 모든 스캠 단지와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철저하고 효과적인 조사를 즉시 실시할 것.

  • 셋째, 보고서에 명시된 의심스러운 장소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포괄적인 조사를 수행할 것.

  • 넷째, 조사 경과와 결과를 대중에 투명하게 공개할 것: 특히, 사기 단지에서 발생한 범죄 및 인권침해와 관련된 모집책·중개인·운영자 등에 대한 기소 및 유죄 판결의 건수와 성격을 포함한 세부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 다섯째, 모든 형태의 착취(예: 강제 범죄 행위 포함)에 해당하는 인신매매 피해자 및 잠재적 피해자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식별할 것: 식별을 통해 피해자들이 정의, 지원, 구제 절차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 여섯째, 접촉형 전기 충격 무기 및 장비의 생산·홍보·이전·사용을 전면 금지할 것. 전기충격기, 전기봉 등 법 집행용으로 개발된 모든 전기 충격 장비가 포함된다.

■ 피해자 송환국의 역할…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

국제앰네스티는 캄보디아로 인신매매된 외국인 피해자의 모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 첫째, 기존 법적 체계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인신매매 관련 법률을 개정·보완할 것: 인신매매 범죄와 그 정의에 포함되는 행위가 국가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되도록 하고, 인신매매 피해자의 인권 보호가 효과적으로 반영된 반(反)인신매매 입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 둘째, 캄보디아 내에서 위기에 처한 이주민에게 신속히 정보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대사관의 인력과 자원을 강화할 것: 또한, 영사 담당 직원이 인신매매 피해자의 정보 요청이나 지원 요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 셋째, 그 외 모든 국가의 정부는 자국민 보호와 인권 수호를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캄보디아 정부의 행동을 촉구할 것: 노예화, 고문, 기타 비인도적 행위와 같은 국제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기소를 요구하는 조치가 포함된다.

■ 국가의 침묵은 또 다른 폭력이다

캄보디아의 스캠 단지 문제는 더 이상 범죄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불법 행위를 주도한 중국계 범죄 네트워크가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 정부가 알고도 방관하고, 고위층이 이익을 공유하며, 언론을 침묵시키는 순간, 그 국가는 범죄의 공범이 된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여전히 캄보디아를 향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의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적극적 행동이다.

또한 한국 정부 역시 캄보디아의 인권 유린 사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캄보디아와 그 인접 국가에 구금된 생존자를 파악·구출하고, 유사한 인권 유린 피해가 외국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행동이 필요하다. 인권을 외면한 침묵은 결국 또 다른 폭력이 될 뿐이다.

▶ 원문 기사(보고서) 출처
- Amnesty International (2025). "I was someone else's property": Slavery, human trafficking and torture in Cambodia's scamming compounds. Amnesty International Ltd, London: Peter Benenson House.
- CNN. "Concern grows for detained journalist awarded by US for exposing online scam centers," Helen Regan, 2024.10.03.
- U.S. Department of State. 2024 Trafficking in Persons Report: Cambodia.
- U.S. Department of State. 2025 Trafficking in Persons Report: Cambodia.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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