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단지 350곳·피해자 15만명… "빙산의 일각"

[크라임 렌즈] 캄보디아 온라인 스캠 산업과 인권유린 실태 ① 기사입력:2025-10-17 20:32:54
캄보디아 내 한국인 감금·피살 사건 잇따라… 외교부, 여행경보 '출국권고'·'여행금지'로 상향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감금·폭행·피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외교부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2025년 10월 16일 0시부로 캄보디아 여행경보 단계를 조정했다. 시하누크빌(Sihanoukville)주에 여행경보 3단계 '출국권고'를, 캄폿(Kampot)주 보코산(Bokor Mountain) 지역과 바벳(Bavet)시, 포이펫(Poipet)시에는 4단계 '여행금지' 조치를 발령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5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현재 캄보디아의 사기(스캠) 산업에 약 20만 명의 다국적 인력이 가담하고 있으며, 한국인은 1,000명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인 63명이 현지에서 검거된 상태이며, 정부는 이번 주말까지 조속한 송환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성락 실장은 또 "조직 내 중국인 가담자가 많아 중국 정부와도 공조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지에 감금된 한국인 피해자들의 신병은 여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15일에는 베트남 국경 인근 한 호텔에서 장기간 감금돼 있던 한국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더했다. 사망한 여성이 범죄조직의 모집책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편 시하누크빌의 범죄 단지에서 탈출해 귀국을 앞둔 한 피해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감금, 고문, 폭행이 일상이었다"며 현지의 참혹한 실태를 증언해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국내 일부 중고거래·구인 사이트에는 여전히 '캄보디아 취업' 공고가 올라오고 있어, 정부의 단속과 현지 수사망이 완전히 닿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캄보디아에서 왜 조직적인 범죄가 번성하게 됐는지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지=캄보디아 인신매매 등에 관한 범죄 실태를 밝힌 국제앰네스티(2025)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I Was Someone Else’s Property) 보고서 표지

이미지=캄보디아 인신매매 등에 관한 범죄 실태를 밝힌 국제앰네스티(2025)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I Was Someone Else’s Property) 보고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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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박에서 사기로… '왜 캄보디아인가'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의 온라인 사기 산업은 1990~2000년대 카지노·도박 산업의 확산에서 비롯됐다. 중국 본토에서 도박이 금지되자 중국 범죄 조직들은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으로 진출해 호텔과 카지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와 국경 통제 강화로 관광객이 사라지자 범죄조직들은 기존 카지노 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 사기 사업으로 전환했다. 팬데믹 이후 각국이 점차 개방되면서 경제적 위기에 몰린 이웃 국가의 청년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수입 해외 취업' 광고에 속아 사기 산업으로 끌려들었다.

현재 캄보디아는 미얀마, 라오스와 함께 온라인 사기 및 인신매매의 핵심 거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 온라인 도박 금지 이후, 사기 산업으로 전환

2010년대 중반부터 후반에 걸쳐 캄보디아는 중국 자본과 관광객 붐을 바탕으로 온라인 도박 산업이 급성장했다. 특히 시하누크빌 등 주요 도시에는 수많은 카지노와 리조트가 들어섰고, 중국 범죄 조직이 도박 자본의 흐름을 장악했다.

그러나 2019년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캄보디아가 온라인 도박을 전면 금지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수익이 급감하자 범죄조직들은 폐쇄된 카지노와 호텔을 '사기(스캠) 단지(scamming compound)'로 전환했다.

팬데믹이 겹치면서 동남아에 거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은 귀국을 강요받았고, 해외 취업과 여행도 전면 차단됐다. 범죄조직들은 외국인을 납치·인신매매해 강제노동자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도박이 사라진 자리에 사이버 사기와 인신매매가 결합된 '신종 범죄 산업'이 자리 잡은 것이다.

■ 약 350개 단지, 15만 명이 착취당하는 현실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는 국내외 피해자가 모두 인신매매 대상이 되고 있으며, 캄보디아인 또한 해외에서 인신매매 피해를 겪고 있다.

특히 중국계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온라인 사기 산업을 중심으로 캄보디아인과 외국인 모두 강제노동과 '강제범죄(forced criminality)'에 동원되고 있다. 범죄조직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수입 해외취업'이나 '기술직 채용' 광고로 피해자를 속인 뒤, 캄보디아의 거대 단지로 유인해 불법 도박, 암호화폐 사기, 로맨스 스캠(연애 사기) 등에 투입한다.

성과가 부족하거나 지시를 어기면 피해자들은 폭행·고문·성폭력·임금 공제·채무노동으로 처벌받으며, 심지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조직에 '재판매'되어 가사노동이나 성매매로 전락하기도 한다.

또한 피해자들은 자신의 석방을 조건으로 다른 사람을 유인하라는 강요를 받는 악순환 구조에 놓여 있다. 브로커들은 피해자들을 항공편, 육로, 해상 경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이동시킨다.

NGO들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 내 약 350개 단지에서 15만 명 이상의 인력이 강제노동에 착취되고 있으며,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사기 단지들은 주로 시하누크빌, 태국·라오스 접경지대, 농촌 외곽 지역에 집중돼 있어 피해자들의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내 스캠 단지(노란색 원) 및 여행경보 3단계 '출국권고’가 내려진 시하누크빌(Sihanoukville)주, 4단계 '여행금지' 조치를 발령된 캄폿(Kampot)주 보코산(Bokor Mountain) 지역과 바벳(Bavet)시, 포이펫(Poipet)시. / 이미지 출처=국제앰네스티("I was someone else's property"보고서 중에서

캄보디아 내 스캠 단지(노란색 원) 및 여행경보 3단계 '출국권고’가 내려진 시하누크빌(Sihanoukville)주, 4단계 '여행금지' 조치를 발령된 캄폿(Kampot)주 보코산(Bokor Mountain) 지역과 바벳(Bavet)시, 포이펫(Poipet)시. / 이미지 출처=국제앰네스티("I was someone else's property"보고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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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 단지의 실체… 가짜 연애부터 투자 사기까지

캄보디아 사기(스캠) 조직의 핵심 목적은 온라인을 통한 금전적 이득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생존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낯선 사람에게 접근해 대화를 시작하라"는 지시를 강요받았다고 증언했다. 대화 중 일부는 '가짜 연애'(fake romance)로 발전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으며, 피해자들은 신뢰가 쌓인 뒤 금전적으로 착취당했다.

특히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피그 버처링(Pig-butchering)' 사기—즉, '돼지를 살찌워 도살한다'는 뜻의 은유로, 오랜 기간 신뢰를 쌓은 뒤 피해자의 재산을 한 번에 빼앗는 수법—는 대표적인 유형이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피해자들은 가짜 웹사이트를 제작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배송되지 않을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상거래 사기, 허위 투자 정보를 통해 특정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자금을 유도하는 수법 등에 동원됐다. 또 다른 피해자들은 위조된 경찰 통보서나 공문 작성을 강요받았는데, 위조 문서들은 협박이나 사기 과정에서 활용됐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들은 사기 행위의 '소모품'으로 직접 이용되기도 했다. 포이펫 지역의 한 단지에서는 피해자들이 하루 대부분을 감금된 채 지내다, 관리자들이 피해자의 얼굴을 촬영해 태국 내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잠시 밖으로 불러냈다. 불법 개설된 계좌들은 자금세탁에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 미국 국무부 보고서: 캄보디아, '인신매매 3등급 국가'

미국 국무부의 2024·2025년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s Report)에서 캄보디아는 최하위 등급인 3등급(Tier 3) 국가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캄보디아 정부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했으며, 최소 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겉으로는 공식적인 인신매매 정책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온라인 사기 산업 내부에 체계적인 인신매매 구조가 정부 시스템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내용은 "캄보디아 역시 피해국"이라는 현지 내무부 대변인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무부 보고서는 또한 캄보디아 정부가 외국인 및 자국민 노동자 모두에 대해 인신매매 징후를 식별하지 않았으며, 외국 정부나 시민단체의 강한 압박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개입해 일부 피해자를 구출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여전히 단지 내부에 감금된 상태로 남아 있다.

■ 정부의 '보여주기식 대응'… 부패는 여전

캄보디아 정부는 피해자 지원센터 설립, 외국 정부와의 공조 수사, 공무원 대상의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온라인 교육 개설 등 일부 개선 조치를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 내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구조적 부패가 만연했고, 일부 공무원은 오히려 인신매매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22년 이후 노동 인신매매범에 대한 기소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캄보디아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와 자국민 모두에 대한 인신매매 선별(screening) 절차를 지속적으로 소홀히 했으며, 해외 외교 당국의 압박이 있을 때만 일부 외국인 피해자 구출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무대응과 무책임은 사실상 캄보디아 당국이 조직적 범죄를 방조하고 있다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 "빙산의 일각"… 국제사회도 제재 나서

캄보디아의 인신매매와 스캠 산업 범죄는 "빙산의 일각"이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 그리고 국제 NGO 단체들이 이미 캄보디아 내 비인도적 행위에 대한 보고서와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캄보디아 스캠 산업은 더 이상 국경 밖의 사건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2022년부터 캄보디아 내 납치·감금 관련 신고가 꾸준히 증가했다. 불과 2년 만에 신고 건수는 200배 이상 급증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실질적 대응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다.

캄보디아의 '사기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도박, 인신매매, 폭력, 부패가 결합된 '복합형 인권 위기'로, 이미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대응이다.

▶ 원문 기사(보고서) 출처
- Amnesty International (2025). "I was someone else's property": Slavery, human trafficking and torture in Cambodia's scamming compounds. Amnesty International Ltd, London: Peter Benenson House.
- U.S. Department of State. 2024 Trafficking in Persons Report: Cambodia.
- U.S. Department of State. 2025 Trafficking in Persons Report: Cambodia.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 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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