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에서의 다양한 범죄와 인권유린 행태... 국제앰네스티, 53개 스캠 단지 심층분석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지난 6월, 240쪽 분량의 충격적인 보고서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I Was Someone Else's Property)>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캠(사기) 단지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냈다. 보고서는 캄보디아 전역의 50곳이 넘는 스캠 단지에서 노예제·인신매매·아동노동·고문 등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음을 폭로했다.
보고서는 위성 이미지 분석, 언론 보도, 유엔(UN) 산하기관의 자료, 교정시설 관련 지침 및 연구, 소셜미디어 게시물, 정부 기록, 다양한 2차 자료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에 활용했다. 또한 8개국 출신의 생존자 58명(그중 9명은 아동)을 직접 인터뷰해 현장을 추적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보고서에서 밝힌 스캠 단지의 구조와 보안 체계, 그리고 생존자들의 감금 실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사진출처=국제앰네스티(2025) 〈I was someone else's property(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 보고서, p. 49./사진설명: 창문에 설치된 쇠창살, 내부 담장에 설치된 (면도날) 철조망
이미지 확대보기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앰네스티는 18개월 동안 16개 도시에서 최소 53개의 스캠 단지를 확인했다.
단지 내에서는 조직범죄 집단에 의한 온라인 사기와 불법 도박을 위한 인신매매, 강제노동, 아동노동, 고문, 자유 박탈, 노예화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국제앰네스티가 인터뷰하거나 증거를 수집한 피해자 전원은 사기 산업에 연루된 기간 동안 물리적 공간에 감금된 채 지냈다.
또한 조사팀은 스캠 단지와 유사한 보안 구조를 갖춘 '의심 장소' 45곳을 추가로 식별했다. 의심 장소 가운데 43곳은 직접 방문을 통해 실제 존재가 확인됐다. 조사팀은 의심 장소에서 스캠 단지와 유사한 물리적·조직적 보안 구조를 관찰했지만, 인권침해 발생을 입증할 만한 피해자 진술 등 확증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때문에 의심 장소들은 향후 추가 조사가 필요한 잠재적 장소로만 분류됐다.
앰네스티는 2025년 5월, 의심 장소 목록을 캄보디아 정부에 공식 전달했다. 하지만 캄보디아 인신매매대책위원회(NCCT)는 목록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의심 장소에 대한 구체적 조사 계획도 밝히지 않았으며 후속 조치는 전혀 없었다.
■ "그곳은 감옥형 착취시설"… 탈출 막기 위한 두 겹의 보안망
조사 결과, 캄보디아 전역의 스캠 단지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었다. 단지들은 모두 사람을 감금하기 위해 사용된 공간이었다. 단지는 소규모 단독건물부터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복합시설까지 다양했다. 일부는 기존 건물을 개조해 만든 형태인 반면, 일부는 감금 목적을 염두에 두고 신축된 전용 건물로 추정됐다. 공통점은 단지 모두가 감옥과 유사한 물리적·조직적 보안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모든 단지는 감금과 내부 인원의 탈출 방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이중 보안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첫 번째는 외곽 보안(perimeter security)이다. 울타리, 담장, 철조망, 감시카메라, 그리고 무장 경비로 이뤄진 경계선이다. 두 번째는 단지 내부로 들어갈수록 강화되는 내부 보안층이다.
보고서에서 확인된 모든 스캠 단지는 공통적으로 외곽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외곽 보안체계는 (1) 물리적 장벽(울타리, 담장, 출입문 또는 차단시설 등)과 (2) 감시 체계(경비 인력 및 감시카메라)로 구성돼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담장은 일반 성인이 쉽게 넘을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지어졌다. 53곳 중 31곳 이상은 철조망(barbed wire) 또는 면도날 철조망(razor wire)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일부 단지에서는 전기 펜스(electric fencing)도 확인됐다. 생존자들은 "철조망이 탈출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증언했다.

사진출처=국제앰네스티(2025) 〈I was someone else's property(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 보고서, p. 47. / 감시탑은 시야가 단지 내부를 향하도록 배치되어 있으며(왼쪽), 경비원 역시 단지 안쪽을 향해 서 있다(오른쪽)
이미지 확대보기앰네스티가 확인한 스캠 단지 중 일반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모든 출입문과 통제 게이트는 경비원이 지키고 있었고, 허가받은 인원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했다.
보고서에 언급된 모든 단지에는 경비 인력이 외곽 보안의 핵심 요소로 배치되어 있었다. 생존자들이 감금됐던 단지 내 경비 인원은 수십 명에서 많게는 subaek 명에 이르렀다. 감옥에서의 인력 배치와 유사한 형태였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비원들은 전기충격봉, 수갑, 곤봉을 비롯해 총기류(소총, 기관총 등)까지 휴대하고 있었다. 53개 단지 중 최소 18곳에서 경비원이 전기충격봉을, 3곳 이상에서 총기를 소지한 사례가 보고됐다. 무기의 존재는 단지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물리적 폭력이 언제든 가해질 수 있음을 상징했다.
앰네스티는 스캠 단지를 "무장된 경비와 감시로 운영되는 사실상의 구금시설"로 묘사했다. 실제로 53곳 중 최소 40곳은 24시간 감시카메라 체계를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절반 이상(25곳 이상)은 카메라가 내부를 향하도록 설치돼, 내부 인원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 명확했다.
조사단이 단지 내부로 직접 진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2차 보안층 확인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내부 보안층은 외부에서 관찰되었고 생존자 진술로도 확인됐다. 추가로 확인된 보안 요소로는 창문에 설치된 쇠창살 또는 철제 우리, 내부 감시 카메라, 그리고 경비원 혹은 관리자('보스')의 상시 존재가 포함된다. 최소 29곳의 스캠 단지에서는 창문에 금속 재질의 창살 또는 철제 우리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영구적인 보안 장치로 부착되어 있었다.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내부 건물 곳곳과 실내 벽면에도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탈출은 곧 죽음"… 생존자들이 증언한 탈출 시도
생존자들은 입을 모아 "그곳에서는 아무도 오래 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망치려 하면 죽는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전역의 여러 스캠 단지에서 탈출 시도 사례가 빈번히 보고되고 있다.
2022년 8월, 캄보디아-베트남 국경 인근 체리툼(Chrey Thom)의 한 스캠 단지에서는 수십 명이 출입문을 뛰쳐나가며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경비원들이 막대기와 봉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가운데, 일부 탈출자들은 강으로 뛰어들어 수영해 베트남으로 건너갔다. 당시 42명의 베트남인이 실제로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1월에도 스캠 단지로 추정되는 곳에서 근로자들이 집단 탈출을 시도했다. 현지 주민은 "손과 다리에 피를 흘린 탈출자들이 인근 숲에 숨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일부는 성공했지만, 대부분은 실패했다. 한 생존자는 방에 불을 질러 혼란을 유발한 뒤 탈출에 성공했으나, 또 다른 생존자는 탈출 계획이 들켜 고문을 당하고, 미얀마의 다른 단지로 '팔려갔다'고 증언했다. 탈출 사례들은 스캠 단지들이 노동 착취를 유지하기 위해 자유를 완전히 통제하고, 탈출 시도에 가혹한 폭력을 가하는 구조적 시스템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 "스캠 단지는 산업화된 감금 시스템"
캄보디아의 스캠 단지는 단순한 사기 범죄의 무대가 아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보고서에서 스캠 단지를 단순한 사기 거점이 아닌,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완전히 박탈한 '산업화된 감금 시스템'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높은 담장과 철조망, 감시카메라, 무장 경비, 전기봉과 수갑, 그리고 '탈출 시 처벌'의 공포까지 보안 장치들은 모두 사람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묶어두기 위한 장치였다.
국제앰네스티는 보고서를 통해 캄보디아 정부의 무대응을 지적하며 국제적 압력을 촉구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이제 세계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 원문 기사(보고서) 출처
- Amnesty International (2025). "I was someone else's property": Slavery, human trafficking and torture in Cambodia's scamming compounds. Amnesty International Ltd, London: Peter Benenson House.
- U.S. Department of State. 2024 Trafficking in Persons Report: Cambodia.
- U.S. Department of State. 2025 Trafficking in Persons Report: Cambodia.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 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