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필자의 어린 시절은 그리 넉넉지 않았다. 물론 세끼 밥 굶지 않으면 됐지 하는 말도 많이 들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손이 컸다. 하지만 자식에게 만큼은 인색했다. 그리고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술 취한 아버지의 주사는 어린 아들의 마음을 늘 지치고 그늘지게 했다. 그래도 그 시절을 아무렇지 않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동네 형들과 뙤약볕이 내리쬐는 바닷가에서 물장구치며, 홍합을 따던 행복한 기억 때문은 아닐 까 한다.
필자는 짧지 않은 시간 보호관찰소, 소년원학교에서 일했고 지금은 춘천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보호관찰은 죄를 지은 사람들을 사회 내에서 관리 감독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그들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돕는 일을 임무로 하고 있다. 아래 소개하는 두 사람 이야기는 보호관찰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도 없이 겪는 그저 평범한 실화다
#1 준서는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고 있다. 운동과 레고를 좋아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고 방과 후에는 어김없이 지역아동센터로 향한다. 아버지는 젊지만 술에 빠져 살았고 말도 안 되는 주사를 부리며 준서를 괴롭혔다. 보다 못한 할머니가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아버지는 아동학대로 체포된 후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처음 준서를 만난 날, 천진난만한 얼굴로 필자를 대하던 밝고 앳된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 매달 방문할 때마다 준서가 나를 먼저 꼭 않아 주었다. “아이스크림 사 줄까” 라는 말에 “진짜요” 하면서 따라나서던 모습, 센터 아이들 전부 먹게 30
개 정도 사라고 하자 신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고르던 모습, 봉투에 담으라고 하자 “결국 제가 다 하네요” 하며 익살을 보이던 꼬맹이는 그저 평범했다.
어느 날 준서와 아버지가 함께 있을 때 케익 하나를 선물했다. 아버지를 힘껏 안아 주라는 말에 준서는 아무 거리낌 없이 아버지를 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있던 아버지는 이제야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직장에 다닌다.
#2 성실한 동훈이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야기했던 친구 집을 찾아갔더니 3년 전에 보고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어머니는 동훈이와 몇 주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서 돈 버는 사람이 없으니 생활비는 어떻게 하냐면서 자기 걱정부터 먼저 했다.
그리고 여동생은 회복이 쉽지 않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카오톡으로 “다음 주 수요일 꼭 나와라, 만나서 풀어보자” 라는 문자까지 보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동훈이는 큰 캐리어를 들고 악취를 풍기며,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캐리어 안에는 이불이 들어 있었고 옷차림은 마지막으로 만난 한달 전 그때 그대로였다. 32살 청년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렀다. 자신을 ATM기로 취급하는 어머니, 해결방법이 없는 여동생. 갑자기 집을 나왔고 거리를 떠돌았다. 그런 동훈이에게 정신건강의학과상담을 받게 했다.
목사로 활동 중인 지인과 연계해 숙소를 제공하고 생필품을 지원했다. 법무보호복지공단에 긴급생계비와 허그일자리 프로그램도 신청했다.
동훈이는 일당제 아르바이트와 7~8번의 면접 등 몇 달간의 부침 끝에 취업에 성공했다. 작은 회사지만 주 5일제 근무에 근로계약서도 작성했고 추석 전 첫 월급을 받는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드디어 출발선에 선 동훈이는 어제를 전부 잊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실현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수필이 문득 떠오른다. 지금은 수필 속에 나오는 고구마 한 개, 쌀밥 한 그릇에 행복을 말하는 사람의 거의 없는 것 같다. 나의 삶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픈 시기를 보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어쩌면 고구마 한 개, 쌀밥 한 그릇은 황후의 식단일지 모른다.
아련하고도 희미한 추억으로 남은 나의 유년기는 때론 슬프기도 했지만 행복하기도 했다. 나는 준서와 동훈이에게 내가 경험한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때론 엄중한 법 집행으로, 때론 친근한 형님 리더십으로 보호관찰관들과 소년원학교 교사들은 일선 현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인력의 문제를 비롯한 업무 여건과 당면한 현실은 녹녹치 않다. 재범방지를 통한 사회질서 확립과 공공복리증진, 자립정착을 위한 많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면, 적절한 사기 진작 방안이 없다’면 성장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열흘간의 긴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보호관찰 대상자, 소년원학교 학생들도 저마다의 추석을 보낼 것이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감사하는 대상자들, 피자 한 조각에 들뜨는 소년원학교 학생들. 이들에게도 '관심'과 '격려'라는 두 단어가 필요한 때이다.
-춘천보호관찰소 안두근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기고 ]보호관찰관이 겪은 두 사람 이야기, 그리고 추석
기사입력:2025-09-29 18: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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