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청구인이 사건본인을 15년 동안 홀로 양육해 오다가 이 사건 과거양육비 및 장래양육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상대방은 "협의이혼 당시 청구인에게 상당한 금원을 지급하여 양육비를 지급했으므로, 더 이상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고, 청구인은 위 합의에 위반하여 양육비 청구를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금반언에 해당하여 무효이며, 청구인이 15년 동안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다가 갑작스레 이 사건 청구를 하는 것은 실효의 원칙에 반하고, 양육비의 지급과 면접교섭권의 보장은 대가관계에 있는데, 청구인은 오랜 기간 동안 상대방과 사건본인 사이의 면접교섭을 제한했음에도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가정법원 엄지아 판사는 2020년 11월 4일 상대방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청구인의 청구를 인용하는 심판을 했다.(부산가정법원 2019느단201690)
엄지아 판사는 "사건본인의 과거양육비로 8,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심판 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사건본인의 장래양육비로 2020. 1.부터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월 100만 원을 매월 말일 지급하라"고 심판했다.
상대방은 위 각서에 따라 청구인에게 1억 원을 지급한 것을 위자료만으로 인정하기에는 과다한 금액이므로, 양육비도 함께 지급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엄지아 판사는 "두 사람이 달리 재산분할을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결국 상대방이 청구인에게 지급한 것은 사실상 3,500만 원 및 중고자동차에 불과하므로, 상대방이 협의이혼하면서 사건본인을 양육할 수 있는 수준의 양육비를 일시에 지급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양육비 등 자녀의 양육에 관한 사항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다시 정할 수 있고, 상대방은 사건본인의 어머니로서 당연히 양육비를 지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비록 청구인이 15년 동안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음으로써 앞으로도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정당한 기대 내지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기대라고 볼 수 없다. 실효의 원칙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또 "상대방은 오랜 기간 동안 사건본인을 만나기 위한 아무런 노력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상대방 스스로가 면접교섭권의 행사를 해태했음에도 그 책임을 청구인에게 전가하면서 양육비 지급에 관한 책임도 회피하고 있다. 신의칙 위반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