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감은 이해하는 것인가? 행동하는 것인가?

기사입력:2025-12-26 15:50:34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황수영 교육학 박사.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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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여송 기자] 얼마 전 한 OTT 스트리밍서비스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라는 콘텐츠가 공개되었다. 김부장(류승룡 분)은 성실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입사했고 20여년 동안 회사를 자신의 삶처럼 여기며 일해왔다. 그러나 회사는 그를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대신 선택지가 주어진다. 동료의 정리해고에 협조하면 다시 살아날 기회를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는 해고자 명단에 오를 직원의 증거를 모으면서 그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마주하게 된다. 완성된 명단을 한참 바라보던 그는 명단을 내려놓고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그는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선택의 무게를 감당했다.

당신이 김부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 장면은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학습해 온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외면해야 하는가, 행동해야 하는가. 위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생존 앞에 선 인간의 본성과 사회문화적 유산인 도덕성의 문제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외면하며 누군가는 행동한다. 무엇이 다른 선택을 만드는가.

2015 개정교육과정 이후, 학교는 역량기반교육을 실천하며 공감을 중요한 인성요소로 교육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공감 교육을 하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공감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을 떠올린다.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 동료가 힘들 때 다독여주는 것. 모두 공감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공감은 종종 그 지점에서 멈춘다. 물론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명하는 것만으로도 공감은 의미 있다. 다만 그것이 반복적으로 행동과 분리될 때, 공감은 공동체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예를들어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이 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친구는 그 아이를 위로했지만 공개적으로 ‘그만하라’고 나서지 못했다. 그 친구의 위로는 분명 의미 있는 공감이었으나, 문제를 멈추게 할 만큼 힘을 갖지 못했다.

또 사른 사례를 들어보자. 교사는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가해 학생 학부모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압력이 들어왔고 교사는 학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학교장은 “선생님이 얼마나 힘들지 안다”고 말하였지만 구조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 장면은 오늘날 우리가 익숙해진 ‘이해는 말하지만 책임은 회피하는’ 공감의 모습과 닮아있다.

두 사례의 핵심적 차이는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는가, 없는가이다. 집단 괴롭힘의 상황에서 한 개인은 그 문제를 해결할 힘이 크지 않다. 하지만 학교장 사례는 해결할 힘을 가지고 있지만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공감의 결과에 있어 큰 차이를 낳는다.

공감은 이해하는 것인가? 행동하는 것인가?

우리는 ‘이해한다’는 말을 공감이라 배워왔다. 상대의 감정을 인식하고 유사한 감정을 느끼는 것. 그것이 공감의 전부인 것처럼 말해왔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음에도 행동하지 않는 공감은 신뢰에 대한 커다란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공동체의 결속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타인과 연대하고 협력할 때 우리는 변화의 힘을 갖게 되며 공동체는 더 안전해진다. 공감은 상대가 처한 부당함을 인지하고 위로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위험이 나에게 돌아올까 두려워 문제가 ‘내 일’이 될 때까지 침묵하는 것은 공감의 본질, 즉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진다.

학교는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라, 어떤 선택이 가치 있는지를 학습하는 공간이다. 혼자서 힘들다면 함께 연대하며 행동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이제 교육은 공감을 단순한 ‘이해’의 언어로 가르칠 것인지, 아니면 선택과 책임이 함께하는 ‘행동’으로 가르칠 것인지 성찰해야 할 때이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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