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원심(의정부지법 2020. 7. 16. 선고 2020노481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의정부지법 2020.2.13.선고 2019고단4854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했다.
1심(정우철 판사)은 328회 촬영 전부 유죄로 인정해 피고인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이수와 아동·청소년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5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압수된 증거를 몰수했다.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은 면제했다.
원심(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은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에게 미리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지 않은 채 2019. 10. 30.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저장매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범죄일람표 297번부터 328번까지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등을 선고하고, 1번부터 296번까지는 무죄로 봤다.
당시 피고인이 구속상태였던 점과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정한 참여절차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적법절차 위반은 그 정도가 무겁다. 따라서 위법한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된 동영상 캡처 출력물 등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피고인의 자백 또한 위 증거들에 터 잡은 결과물이거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유일한 증거여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또는 형사소송법 제310조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위와 같은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이 사건 영장의 집행을 통해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수사기관은 2019. 10. 25. 당시 피압수자로서 유일한 참여권자이던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컴퓨터의 탐색·복제·출력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한 후 이 사건 컴퓨터에 대한 탐색을 시작했다. 위 탐색 당시 ‘이 사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불법 촬영 영상물이 저장되어 있다’는 피고인의 진술도 나온 상태였다.
그 후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이 선정될 무렵에는 이미 수사기관이 이 사건 컴퓨터에 대한 탐색을 어느 정도 진행하여 압수 대상 전자정보가 저장된 폴더의 위치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이 수사기관에 이 사건 영장의 집행 상황을 문의하거나 그 과정에의 참여를 요구한 바 없다.
수사기관은 이 사건 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피고인이 2011년경부터 피시방, 노래방 등의 화장실에 설치해 둔 몰래카메라를 통해 수백 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해 둔 영상물을 압수했고, 그중 296건에 대한 범행을 기소했다(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위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영장에 따른 압수·수색의 경위, 이 사건 영장의 집행 당시에 시행되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절차 관련 규정, 압수된 증거의 입증 취지, 절차 위반에 이른 경위와 그에 대한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이 사건 범행의 내용과 죄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의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중히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영장에 따른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된 증거들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단정하여 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의 예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고 했다.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 위반 내용과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나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이러한 권리나 법익과 피고인 사이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 수집 사이의 관련성,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이나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4도1097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0504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