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편도욱 기자] 대외 활동이 많은 민기안씨(40)는 요즘 잦은 우울감을 느낀다. 업무상 미팅뿐만 아니라 친목 모임이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매년 두 차례 가족과 함께 가던 해외여행도 갈 수가 없게 돼 답답함이 더욱 커졌다. 예전 여행 사진을 보며 위로를 삼고, 베트남, 태국, 일본 음식점을 방문해 마음을 달래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지인으로부터 ‘블림프’라는 앱을 추천 받았다. 민씨는 요즘 블림프를 통해 노르웨이 플뢰엔 숲, 뉴질랜드 푸푸샘, 독일 쾰른 대성당, 그린란드의 빙하길 등 전 세계를 소리를 듣고 있다. 그렇게 듣다 보면 실제로 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비행기에 가득한 여행의 설렘’과 ‘도쿄의 순환 철도, 야마노테노선’이다. 여행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해외여행을 일찌감치 예약하고 기다리는 맛으로 일상을 버텼는데 코로나19로 날아가버렸다. 과거 해외여행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재공유하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국내로 바캉스를 떠나보고자 했더니 지루한 장마덕분에 여름 기분이 나지 않는다. 전국에 수해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생각하니 마음 편히 여행을 떠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혼캉스(혼자만의 바캉스)족을 위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혼캉스족들은 무리해서 어디론가 떠나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휴가를 즐긴다.

스캐터랩에서 지난 4월 출시해 운영 중인 어플리케이션 ‘블림프’도 그 중 하나다. 블림프를 사용하면 일상 중에서도 잠시 전 세계 곳곳을 소리를 들으며 다른 곳으로 이동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마음을 달래는 이야기들로 평온한 사색((思索)의 시간도 누릴 수 있다.

블림프의 콘텐츠는 두 종류다. 하나는 사운드스케이프. 다른 공간의 소리를 통해 잠시 현실과 떨어져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태평양 자르비스 섬의 잔잔한 파도소리, 뉴질랜드 아오라키 캠핑장의 모닥불 소리, 노르웨이 플뢰엔 숲의 적막한 소리, 보슬비가 내리는 경복궁 근정전 등이다. 다른 하나는 이야기 콘텐츠다. 고요히 생각에 빠져 사색의 깊이를 더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야기 시간은 15분 내외. 심각한 우울증을 앓다가 회복한 어느 작가의 이야기, 도시의 삶을 버리고 자연으로 들어간 엘리트 청년의 일기, 시간이 멈춘 도시 리스본의 이야기 등을 통해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혼자 즐길 수 있는 간단한 게임 앱들도 인기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임’, 혼자서 하는 게임’을 검색하면 다양한 게임 앱들이 나온다. ‘½Halfway’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게임 중 하나다. ½Halfway는 심플하고 직관적인 퍼즐 게임으로 화면에 나타난 동그란 불빛 두 개를 게임 속 여기저기 놓인 방향키를 보고 화면 정가운데에서 만나도록 하면 된다. ½Halfway는 유료 앱임에도 불구하고 100만 다운로드가 넘었다.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소셜 여가 액티비티 앱 프립에서도 혼캉스족 취향에 맞는 클래스들이 개설되고 있다. 프립의 여행관련 액티비티 중 ‘혼자가는 펜션’은 인기 프립 중에 하나다. 혼자가는 펜션은 1박2일 펜션 여행에 위스키 테이스팅, 와인, 고양이, 연주회 등 콘텐츠를 입혔다. 혼자서 편히 즐겨도 되고, 다른 분들과 함께 어울려서 모닥불과 대화를 즐겨도 된다. 위스키를 혼자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혼자 가기 좋은 위스키바와 추천 위스키 등을 알려주는 ‘퇴근길 나 홀로 위스키바 랜선 가이드’도 새로 생긴 클래스이다.

직장인 박주련씨(38)는 “긴 장마와 수해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 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라며 “올해는 여러 가지 이유로 거창한 바캉스보다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바캉스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