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이용훈 대법원장은 31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3월13일)하는 이공현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정미(49ㆍ여)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정미 헌법재판관 내정자 여성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되기는 2003년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에 이어 두 번째다.

헌법재판관(9명)은 대통령ㆍ국회ㆍ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권을 갖는데, 이공현 재판관의 후임은 대법원장에게 지명권이 있었다.

이번 지명은 비서울대 출신과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 대법원장이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구성을 다양화하라는 사회적 목소리에 크게 귀를 기울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헌법재판관 8명은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에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이정미 내정자가 사법연수원 16기라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27일 이 대법원장이 양승태 대법관의 후임으로 사법연수원 10기인 이상훈 법원행정처 차장을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제청한 것과 비교해도, 보수적인 사법부가 기수와 서열을 파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대법원장은 이번 헌법재판관 내정에 있어 법원 내외 각계각층으로부터 제출된 의견을 두루 고려하고, 헌법 등에 관한 전문적 법률지식,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소신, 합리적 판단력, 인품 등 헌법재판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자질과 국민을 위한 봉사 자세, 도덕성 등에 관한 철저한 심사ㆍ평가 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장은 특히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역할을 중시해 소수자 보호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인지를 주요한 인선 기준으로 삼았다”고 대법원은 전했다.

이정미 부장판사는 1962년 울산 출신으로 마산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7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해 인천지법, 수원지법, 서울가정법원, 서울지법,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으며 지난해 10월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종교는 기독교이고 취미는 테니스. 가족은 대학교수인 남편(신혁승)과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대법원은 “이정미 내정자는 24년 가까이 재판에 헌신해 온 정통법관으로서, 조용한 리더십으로 재판부 구성원을 이끌고 한편으로는 소송당사자와 소통이 뛰어나고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온화하게 재판을 진행해 재판절차나 결과에 대한 소송관계자의 승복률이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항상 겸손한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남을 대하고 타인의 입장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로 선후배 및 동료 법관과 법원직원으로부터 두루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특히 “이정미 내정자는 비서울대 출신 여성 고등법원 부장판사로서 해박한 법률지식에 타고난 성실함과 섬세함까지 갖추고 있어, 법원 내외부에서 여성의 인권 및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 보호라는 시대적인 요청에 가장 적합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지목돼 왔다”고 지명 배경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