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주술의식 빙자해 앵글에 결박한 뒤 숯불로 고문 사망케 한 무속인 등 살인 등 무죄 원심 파기환송

원심은 살인과 살인방조를 무죄로 판단하고 상해치사, 상해치사 방조 인정 기사입력:2026-10-14 06:00:00
대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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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피고인들이 주술의식을 빙자하여 피해자를 앵글에 결박한 뒤 장시간에 걸쳐 숯불로 고문하듯 심각한 화상을 입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 5명의 살인(무죄, 인정된 죄명 상해치사), 피고인 2명의 살인방조(무죄,인정된 죄명 상해치사방조), 보호관찰명령 사건 상고심에서 살인과 살인방조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서울고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6. 9. 23. 선고 2026도6668 판결).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각 이유무죄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피고인 A, B, C, D, E의 상해치사 및 피고인 F, G의 상해치사방조 부분과 각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나아가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그와 함께 심리되어 동시에 판결이 선고되어야 하는 보호관찰명령 청구사건 부분도 파기하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 A, B, C, D, E의 살인) 피고인 A(여·80대)는 1986년 경부터 신 내림을 받은 무속인(무당)이고, 자녀인 피고인 C, D, E, F(이하 4남매), 동생인 H 및 그의 아들 피고인 G, 피해자(여·35세), 일반신도인 피고인 B 등을 신도로 두고 있다.

피고인 A는 4남매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신의 뜻을 빙자해 이들이 타인과 일상적인 관계를 맺거나 결혼하지 못하도록 통제해 공동생활을 유지했다. 신도들의 노동력과 공양비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

피고인 A는 4남매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제주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그 수익과 신도들로부터 받은 공양비로 생계를 유지해오던 중 점차 경제상황이 악화되자(대출금 16억 1000만 원, 대출이자만 매월 864만 원 이상) 이를 타개하기 위해 H 가족이 운영하던 인천 소재 ‘I’ 식당(이하 ‘이 사건 식당’이라 한다)을 인수해 2024년 3월경부터 피해자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피고인 F, G 및 피해자와 함께 이 사건 식당을 운영했다.

피고인 A는 피고인 F, G 및 피해자에게 따로 월급을 주지 않고 식당 수익을 독점했으나, 매출ㆍ매입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피해자가 2024년 9월경부터 피고인 A에게 매출금을 송금하지 않는 등으로 갈등이 불거졌다. 피고인 A는 피해자에게 ‘모친을 죽이려는 악귀가 들어있다’고 말하면서 피해자를 압박했으나 피해자가 이 사건 식당을 벗어나 자신의 부모가 있는 울릉도로 떠나겠다며 경제공동체에서의 이탈을 선언하자, 피해자를 이 사건 식당에 묶어두기 위해 피해자의 의사를 강력하게 제압하기로 마음 먹었다.

피고인 A는 2024년 9월 18일 오전 피고인들과 피해자가 모인 자리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숯불을 이용한 주술의식을 하겠다고 말하고, 피고인 B, D에게 이를 위한 철제 구조물(이하 ‘이 사건 앵글’)을 제작하라고 지시했다. 피고인 B, D은 이 사건 앵글을 제작한 후 이 사건 식당 2층으로 가지고 왔다.

피해자는 같은 날 오후 3시 49분경 이 사건 식당 2층에서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앵글 위에 스스로 올라가 엎드렸다. 피고인 B, D, E는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의 복부 아래쪽에 숯불이 담긴 대야를 놓고, 철사로 피해자의 몸을 앵글에 결박했다. 피고인 A는 피해자의 머리맡에 의자를 놓고 앉아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아 올려 뺨을 때리거나 입 안에 불이 붙지 않은 숯을 집어넣는 행동을 반복했다.

피고인 B, C, D, E는 주술의식 도중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숯을 추가하고 피해자의 입에 재갈을 물렸으며, 같은 날 오후 5시경 숯불이 담긴 대야 밑에 큰 대야를 뒤집어서 받쳐 놓아 숯불의 위치를 피해자에게 더욱 가깝게 했다. 피고인 C는 같은 날 오후 5시 27분경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의 상의와 속옷을 가위로 잘라 벗겨내고 숯불이 담긴 대야를 가슴 아래쪽으로 옮겨 숯불의 열기가 피해자의 상체 맨살에 직접 닿도록 했다.

같은 날 오후 6시 45분경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되자 피고인 A, C는 주술의식을 중단했고, 같은 날 오후 8시 49분경 피고인 C의 119 신고에 따라 피해자가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2024년 9월 20일 오전 9시 58분경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했다.

이로써 피고인 A, B, C, D, E는 이 사건 현장에서 공모하여 살인의 범의로 피해자의 신체에 약 3시간 동안 숯불의 열기를 가하여 피해자를 살해했다.

(피고인 F, G의 살인방조) 피고인 F는 피해자의 사촌 언니, 피고인 G는 피해자의 친오빠로서 피해자와 생계를 함께 해왔으므로, 위 피고인들에게는 민법 제974조, 신의성실 원칙 또는 조리에 따른 피해자 보호의무가 있었다.

피고인 F, G는 2024년 9월 18일 오전 피고인 A로부터 피해자에게 주술의식을 한다는 말을 들었고, 평소 이 사건 식당의 운영을 함께 맡아온 피고인 F, G는 식당 1층에 남아 영업을 하면서 피고인 A가 요청하는 경우 2층에 올라가 주술의식에 참여하기로 했다.

피고인 G는 식당 영업을 하다가 같은 날 오후 4시 36경 2층에 올라가 약 20분 동안, 같은 날 오후 5시 5분경 다시 올라가 약 20분 동안, 2회에 걸쳐 주술의식에 참여했다. 피고인 F는 같은 날 오후 4시 34분경, 오후 4시 56분경, 오후 5시 25분경 3회에 걸쳐 주술의식에 참여하고,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G를 불러 식당 2층에 올라가 주술의식에 참여하도록 했다.

피고인 F, G는 피해자의 상태가 위중하여 구호조치가 즉시 시행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으면서도 주술의식을 제지하거나 119 신고 등의 방법으로 구조하지 않고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하게 하는 등 피고인 A, B, C, D, E가 피해자를 살해하는 것을 방조했다.

-1심[인천지방법원 2025. 9. 25. 선고 2025고합600, 2025고합824(병합), 2025전고22(병합), 2025보고24(병합) 판결]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에게 무기징역, 피고인 B, C에게 각 징역 25년, 피고인 D, E에게 각 징역 20년을, 살인방조 혐의로 기소된 F, G에게 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살인 혐의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들에게 각 5년간의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고 별지 기재 준수사항을 부과했다. 이 사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견뎌야 했던 고통의 크기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피해자는 주술의식이 종료된 후에도 약 2시간 동안 적절한 구호를 받지 못한 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참혹하게 생을 마감해 피고인들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 직후 자신들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범행 현장을 정리하고, 신고를 받고 온 119 구급대원에게 피해자가 숯 위에 엎어졌다거나 어떻게 화상을 입게 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허위로 진술했으며, 이 사건과 관련된 중요 증거들을 소각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은폐했다. 피해자의 유족에게 합의금이나 위로금 등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피해자 유족(부모)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통상적으로 납득할만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해 특별감졍인자인 '처벌불원'으로 평가 할 수 없다.

피고인들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원심[2심 서울고등법원 2026. 4. 21. 선고 (인천)2025노688, (인천)2025보노46(병합) 판결]은 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7년, 피고인 B, C에게 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피고인 D, E에게 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피고인 F, G에게 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피고보호관찰명령청구자들에 대한 보호관찰명령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피고인 A, B, C, D, E에게 피해자를 살해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거나 위 피고인들이 살인을 공모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인 F, G가 정범인 피고인 A 등의 살인의 고의 및 공모를 인식하면서 그 결과를 용인한 채 식당 영업과 주술의식 참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거나 범행을 저지하지 않은 부작위로 이를 방조했다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다. 따라서 살인 및 살인방조의 점은 무죄로 판단하고,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사실에 포함된 축소사실인 상해치사 및 상해치사방조의 점을 유죄로 인정했다.

피고인 A와 나머지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경위와 시점이 공소사실에서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피고인 A가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주술의식의 진정한 목적이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있다거나 주술의식으로도 악귀를 쫓아내지 못하면 피해자가 죽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없으며, 나머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주술의식을 그러한 취지로 이해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나머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주술의식을 피고인 A의 설명대로 피해자에게서 악귀를 내쫓기 위한 의식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는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하는 공모가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고인 A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주술의식의 위험성을 인식했다거나 피고인들이 주술의식에 함께 관여하면서 일정한 역할을 나누어 수행했다고 하여 곧바로 피고인들 사이에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결과를 용인하면서 행위를 계속하기로 하는 의사의 결합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관련법리)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이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성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하며, 그와 같은 인식이나 예견은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를 자백하지 않으면서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와 그 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의 정도, 범행 후 결과회피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도2231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 등 참조).

2인 이상이 공동으로 가공하여 범죄를 행하는 공동정범에서 공모나 모의가 반드시 직접적ㆍ명시적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고 순차적ㆍ암묵적으로 상통하여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어느 경우에도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이를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10도379 판결 등 참조).

평소 피고인 A는 H, 피해자 등에게 ‘피해자에게 악귀(색귀)가 들렸다’라거나 ‘피해자가 전생의 연으로 인해 아버지인 J와 성관계를 하려고 하고 어머니인 H을 미워해서 죽이려고 한다’라고 말해오면서, 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여러 차례 제사와 공양을 지내고 그 대가로 H와 피해자로부터 제사비를 받아왔다.

피해자에 대한 부검 감정결과에 의하면, 피해자는 몸통 부위 앞쪽, 양쪽 넓적다리 앞 부위, 양쪽 팔 등 넓은 범위에 화상을 입었고 이는 전체 체표면적의 25%(깊은 2도 화상 7%, 3도 화상 18%)에 이르렀다.

피고인 A, B, C, D, E는 이 사건 주술의식으로 말미암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거나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고, 이에 관한 위 피고인들 사이의 순차적·암묵적인 공모도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철사로 묶고 그 밑에 불붙인 숯을 두어 가열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대단히 잔혹하고 위험한 것으로서,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이러한 행위를 2~3시간 이상 진행하여 사람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주요 장기들이 위치한 몸통 전면부에 광범위한 화상을 입히는 경우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피해자는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전체 체표면적의 25%에 해당하는 부분에 2~3도 화상을 입어 119 출동 당시에 이미 극심한 저산소, 저혈압으로 생명이 위중한 상태였으며, 병원으로 후송된 후 약 36시간 만에 사망했다.

-그런데도 피고인 A, B, C, D, E에게 살인의 고의와 공모관계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위 피고인들에 대한 살인 공소사실을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 및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또한 피고인들에 대한 살인방조 공소사실을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삼판결에는 살인방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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