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고등법원 청사 전경.(사진=대구지법)
이미지 확대보기A씨는 2017년 11월 5일 오전 8시58분경 피해자가 떨어트린 신한카드 1장을 횡령한 후 이 신용카드로 자신이 운행하는 택시 요금 3만2800원을 결제함으로써 분실된 신용카드를 사용했다(원심 범죄사실 제2항).
1심은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대구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서영애 부장판사)는 지난 9월 21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범죄사실 제1, 3항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에 대해 피고인은 이 사건 카드를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시작되자 임의로 폐기해 버린 점, 이 사건 카드는 흰색과 하늘색으로 된 카드이고, 피고인의 카드는 검은색 카드로 편의점 내부의 조명상태 등을 고려할 때 오인해 사용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은 이 사건 카드 분실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 위 편의점에 찾아가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취소한 점을 들어 배척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이 운전하는 택시에 탑승해 이 사건 카드를 분실한 시점은 2017년 11월 3일 오후 1시20분경임에도 이 사건 카드는 그 이후 11월 5일 오전 8시58분경 피고인이 운전하는 택시에서 결제될 때까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피고인이 이 사건 카드를 피해자가 분실한 직후 습득해 사용할 의사가 있었다면 11월 5일경까지 이를 사용하지 않고 가지고 있을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에 관해 수사가 개시된 것이 2017년 11월 6일이고, 피고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 11월 9일이어서 충분히 수사가 가능했을 것임에도 피고인이 변소 하는 것과 같이 2017년 11월 5일 오전 8시30분경 피고인의 택시에 탑승한 손님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해 아무런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용한 신용카드의 결제대금이 크지 않고, 피고인이 피해를 모두 회복하고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이 고령이고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한 운송업 종사자는 승객이 놓고 내린 물건을 잘 보관했다가 요청이 있으면 돌려주어야 할 사회적 신뢰를 받음에도 피고인은 이러한 신뢰를 배반하고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주워 여러 번 사용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 피고인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