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에서 발이 묶였던 한국 국민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는 전세기를 띄웠다. 지난 3월 9일 새벽 206명의 우리 국민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국가가 단 한 명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전쟁이 터지기 전부터 여행경보를 내리고 대사관은 재외국민의 안전을 확인하고 보호조치에 만전을 기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성과를 넘어 ‘위기에 처한 국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데려온다’는 국가의 본질적 역할을 의미한다.
보호관찰도 같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범죄를 저질렀거나 재범 위기에 놓인 사람을 교도소 담장 안에서 가두는 대신, 사회 내에서 위험의 징후를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이끄는 일, 그것이 보호관찰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보호관찰의 힘이다.
국가데이터처 e-나라지표 통계에 따르면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2020년 7.3%에서 2021년 6.4%, 2022년 6.0%로 꾸준히 낮아지며 전반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기 일반 출소자의 3년 이내 재복역률이 20% 초반대를 오가는 것과 견주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보호관찰이 재범방지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다음은 필자가 보호관찰 현장에서 겪은 사례이다.
(사례1). 알코올 중독의 늪에서 걸어나온 50대 A씨
20년 넘게 알코올 중독자인 A씨(55)는 무면허 음주운전과 폭행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설상가상으로 간암 판정까지 받은 상태였다.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형식적인 출석만 이어갔다. 그러던 그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담당 보호관찰관은 A씨 면담 때마다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알코올 치료병원과 긴급지원비를 연계하여 치료를 받도록 했고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단주 의지를 북돋았다.
드디어 A씨는 단주에 성공했고 건강도 많이 호전되었다. A씨는 “과거의 일을 반성하고 내 삶도 달라졌다. 좋은 얘기와 격려의 말 고맙다”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건네주었다. 단순한 지도·감독의 대상을 넘어 어려움에 처한 한 사람으로 대했던 것을 그가 느낀 것이라 생각된다.
(사례2). 가정폭력 고리를 끊은 40대 B씨
B씨(45)는 폭력과 절도 전과가 있고, 가정 내에서도 처와 딸에게 폭력을 반복하다 자녀와는 대화가 단절된 상태였고 처와는 이혼 위기에 있었다. 보호관찰 초기 이러한 B씨의 특성을 파악하고 분노조절치료와 가족이 함께하는 가족상담프로그램을 연계했다. 어려운 형편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것을 알게 되어 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무료로 진행해주는 결혼식에도 참여시켰다. 결혼식 내내 신부는 눈물을 글썽였고 딸은 그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한 번은 거주지를 방문해 B씨와 처, 딸이 함께 있는 가족사진을 촬영해 나중에 액자에 담아 전달했다. 사진 속 가족들은 모두 웃고 있었고 그 모습처럼 항상 B씨의 가정이 화목하기를 바라본다.
중동 위기 속 전세기를 보낸 정부의 결정은 ‘우리 국민은 내가 지킨다’는 선언이었다. 보호관찰도 그렇다. 위기에 처한 사람을 안전하고 정상적인 장소로 데리고 돌아오는, 또 하나의 전세기다. 그 기능이 더욱 강화되고 확대될 때 우리사회는 더 높은 수준의 안전망을 갖추게 될 것이다.
수원보호관찰소 안산지소 보호관찰관은 지역사회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있는 A씨, B씨를 위해 오늘도 현장에서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독자투고]중동위기속 전세기 보낸 정부의 결정과 보호관찰은 또 다른 전세기
기사입력:2026-03-16 16: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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