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 송기도)이 477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사업으로 해외 연구기관의 여론조사를 공동후원하고, 이를 활용해 작성된 일본·대만 관련 보고서를 각각 해외정책연구 성과로 집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KF는 지난해 주요 성과 목표를 100% 달성했다고 보고했는데, 개별 기고문과 해외 종합보고서도 성과 목록에 포함시키면서 KF가 지원사업의 결과물을 어떤 기준으로 실적에 반영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28일 더불어민주당 김준환 의원실이 확보한 KF의 2023~2025년 연구성과물 602건과 해외 연구기관의 공개 자료를 대조한 결과, 동일한 여론조사를 활용한 복수의 보고서가 각각 성과물에 포함된 사례가 확인됐다.
의원실은 전체 602건 가운데 한국과 관련성이 낮은 연구가 136건(22.6%), 한국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한 연구가 73건(12.1%)이라고 분류했다. 두 범주의 합계는 209건(34.7%)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의 2024년 여론조사다.
의원실이 확보한 KF 성과 목록에는 시카고협의회가 발표한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 여론'과 '미국, 중국 부상에 맞서 미일 동맹 강화 지지'가 각각 포함돼 있다.
2024년 10월과 12월 발표된 두 보고서는 모두 시카고협의회의 2024년 미국 외교정책 여론조사를 활용했다. 다만 대만 관련 보고서는 별도의 추가 조사 자료도 활용했다. 두 보고서에는 해당 여론조사가 KF와 미국 크라운 가문, 미일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 명시돼 있다.
KF가 단독 수행한 연구가 아닌 공동후원 조사에서 파생된 복수의 보고서가 각각 실적으로 집계된 셈이다.
공동후원 사업에서 여러 연구성과가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지원사업에서 파생된 결과물을 각각 성과로 인정할 경우, 지원기관의 실제 기여도와 개별 결과물의 독립성 등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가 중요해진다. 성과물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과 공공외교 사업의 실질적인 효과가 확대되는 것은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동일 여론조사 활용 보고서 2건·공동후원 조사도 성과…실적 산정 적정성 의문
다른 해외 연구기관에서도 성과 인정 범위를 따져볼 사례가 확인됐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일본 반도체 산업의 르네상스'는 2024년 6월 게재된 대담 형식의 기고문이다. 저자는 브루킹스 일본학 석좌인 미레야 솔리스와 프랑스 몽테뉴연구소의 마티외 뒤샤텔 연구원이다.
해당 글은 한미일 경제안보 협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최된 워크숍에서 출발했다. 브루킹스 측은 관련 경제안보 협력 프로젝트에 KF의 지원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국제안보연구소(SWP)의 '트럼프의 귀환과 유럽의 외교정책 과제'도 KF 성과 목록에 포함됐다.
2025년 2월 발표된 이 보고서는 64쪽 분량으로,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에 따른 유럽 주요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을 다룬다. 총 12개 장 가운데 한 장에서 일본과 한국의 대미 관계를 분석한다.
이처럼 KF 성과 목록에는 공동후원 조사에서 나온 개별 보고서뿐 아니라 기고문과 여러 주제를 다룬 종합보고서도 포함돼 있다. 각각 독립적인 연구성과로 볼 수 있는지와 별개로, 지원사업 단위의 성과와 개별 결과물 단위의 성과를 구분하는 집계 기준이 적정한지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KF의 공식 지원사업 공고 역시 다양한 형태의 결과물 제출을 허용하고 있다.
2025년도 해외정책연구 지원사업 공고에 따르면 지원기관은 최종보고서와 재무보고서 외에 출판물, 기사, 행사 프로그램북, 영상 및 팟캐스트 링크 등을 사업 결과물로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물이 KF의 공식 성과 집계에서 각각 몇 건으로 인정되는지는 공고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논문과 연구보고서, 기고문 등 성격과 규모가 다른 결과물을 어떤 기준으로 집계하고, 그 성과를 실제 공공외교 효과와 어떻게 연결하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 성과 목표 '100%' 보고한 KF…송기도號 관리체계 검증 과제
KF는 의원실의 문제 제기에 한국 관련 연구뿐 아니라 국제 현안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사업 취지에 부합하는 성과가 나오도록 관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KF가 국제 현안을 지원 대상으로 포함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2020년 6월 게시된 2021년도 해외정책연구 지원사업 공고에도 과학기술 협력 분야로 디지털 전환·사이버 안보·인공지능 등이, 글로벌 의제로 인권·환경보호·민주주의·시민사회 등이 이미 제시돼 있었다.
국제 현안 연구는 수년 전부터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었던 만큼, 지원 범위 확대라는 설명만으로 개별 연구성과의 인정 기준이 적정했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해소되지는 않는다.
공개된 심사기준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2021년도 미국 지역 사업 공고에는 연구계획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세부 항목으로 '사업 목적과의 부합성'이 명시돼 있었다. 반면 2025년도와 2026년도 공고에는 연구계획의 우수성, 연구책임자의 한국·동아시아 관련 역량, 예산 타당성, 기대성과 및 확산 계획 등 상위 평가항목이 제시돼 있다.
KF는 2025년 주요 성과 목표를 100% 달성했다고 평가했고,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실적이 매년 증가했다고 외교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해당 목표 달성률에 연구성과물 602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의원실 자료에 제시되지 않았다. 목표 달성률 자체를 문제 삼기에 앞서 성과지표의 산정 방식과 개별 결과물의 인정 기준을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송기도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해 2023~2025년 연구성과물 대부분이 생산된 기간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기존 해외정책연구 지원사업의 성과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지원기관의 실질적 기여도와 결과물의 인정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은 현 경영진의 과제로 남게됐다.
김준환 의원은 한국과 관련성이 낮은 연구까지 성과로 집계한 경위와 이러한 관행이 언제부터 이어졌는지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업 취지에 맞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한국국제교류재단, 해외연구 성과 목표 100% 달성?...공동후원·팟캐스트까지 '끼워넣기'
일본 반도체 기고문·유럽 트럼프 대응 보고서도 실적 포함송기도號, 해외 연구기관 지원성과 인정 기준 점검 과제 기사입력:2026-10-28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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