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법엔 있고 여전법엔 없다…‘신기술투자조합’의 법적 사각지대와 창업자 연대책임 폐해

- 모험자본 외피 쓴 경영권 탈취 의혹 잇따라…제도적 실태 점검해야 기사입력:2026-10-28 14:34:27
[로이슈 심준보 기자] 기술 기반 혁신 벤처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정책금융 제도가 오히려 창업자의 경영권과 재산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벤처투자조합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지된 대표이사 연대책임이 금융위원회 소관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하 신기조합)에서는 명시적으로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 법적 사각지대 파고든 신기조합…“대표이사 연대보증에 구상권까지 박탈”

현행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 제52조 제2항 제4호의2는 투자계약 시 피투자기업이 부담하는 의무를 대표이사 등 제3자에게 연대하여 부담시키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 등 행정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여전법에는 이에 상응하는 행위제한 규정이 없다. 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기능은 같지만, 어떤 법률의 투자기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창업자 보호 수준이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이러한 규제 공백은 사모펀드(PE) 등이 피투자기업의 대표이사에게 무한 연대책임을 지우는 독소조항을 요구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심지어 민법상 인정되는 ‘구상권(채무를 대신 변제한 보증인이 주채무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권리)’마저 “여하한 때라도 발행회사에 구상할 수 없다”며 사전에 전면 포기시키는 약정까지 체결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오지큐(OGQ)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 사례다. 콘텐츠 플랫폼 ‘오지큐(OGQ)’ 창업자는 M&A가 무산되자 투자자 계약서 해석의 문제로 약 120억 원의 채무를 회사가 아닌 개인이 부담하게 됐다. 이 역시 벤처투자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계약 구조에서 ‘이해관계인’이라는 명목으로 대표자 개인에게 투자금 반환 의무를 부과한 사례다.

◆ 공장 근저당 110억 잡고도 지분 100% 실행… 군산 ‘지평선에너지’ 사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전문기업 (주)지평선에너지의 사례는 신기조합 제도의 허점이 어디까지 악용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열분해유 생산량의 약 49%를 담당하는 이 기술혁신 중소기업은 2024년 8월 군산 제2공장 신축을 위해 ‘에코리사이클링신기술투자조합’으로부터 85억 원의 전환사채(CB)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조합 측은 신축 공장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110억 5,000만 원(원금의 130%)의 근저당권을 확보해 이미 충분한 채권 보전 수단을 마련했다. 그러나 조합은 이에 그치지 않고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책임과 구상권 사전 포기 특약을 걸었으며, 이후 대표이사 보유 지분 100%(4만 주)에 대한 근질권까지 추가로 요구해 취득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정상 만기가 1년 7개월 이상 남았고 공장 설비가 온전히 가동 중임에도, 조합 측은 갑작스럽게 기한이익상실(EOD)을 통지하며 복리 11%를 가산한 106억 원을 한 달 내 갚으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통지 불과 이틀 만에 대표이사 지분 100%에 대한 주주지위확인 가처분을 신청하며 법적 장악에 착수했다.

통상적인 채권자라면 담보가치가 충분한 공장 경매 등을 통해 현금 회수에 나서지만, 조합은 회사 자산에 대한 집행은 건너뛴 채 비상장주식을 자체 평가액(약 93억 9,000만 원)으로 일방 취득(귀속정산)해 버렸다. 그 결과 창업자는 지분 100%와 회사를 모두 빼앗기고 채권액과의 차액인 약 10억 7,000만 원의 개인 채무를 떠안을 상황에 처했다. 또한, 구상권 포기 조항에 묶여 회사에 피해 보상을 청구할 길마저 차단당했다.

◆ 창업자에게 집중되는 투자 위험…여전법 개정과 감독 강화 필요

오지큐와 지평선에너지 사건은 계약 구조는 다르지만, 신기조합을 통한 투자에서 회사의 채무나 계약상 의무가 창업자 개인에게 중대한 재산상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투자자가 계약상 권리를 행사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정당한 경제활동이다. 그러나 모험자본의 투자 위험을 창업자 개인에게 어디까지 부담시킬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신기술금융 분야의 창업자 연대책임 규제를 보완하는 방안이 논의돼 왔다. 금융당국은 벤처투자법과 여전법 사이의 규제 차이를 해소하는 한편, 구상권의 포괄적 사전 포기, 과도한 중첩 담보, 주식담보권을 통한 경영권 확보 가능성 등에 대한 감독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혁신기업을 지원한다는 동일한 정책적 목적을 가진 투자제도가 서로 다른 법률에 근거한다는 이유만으로 창업자 보호 수준에 큰 차이를 두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할 시점이다.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투자자의 정당한 권리 보호는 중요하다. 그러나 투자 실패의 위험을 창업자 개인에게 무제한으로 전가하는 계약 관행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 혁신기업의 성장 파트너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하도록 창업자 연대책임 제한, 구상권 보호, 담보권 행사에 대한 감독 강화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심준보 로이슈(lawissue) 기자 xzvc@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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