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발달과 긍정적 청소년 성장에 대한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을 연구하는 에린 월쉬(Erin Walsh)와 데이비드 월쉬 박사(David Walsh, Ph.D.)는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를 통해 폭력물이 온라인에서 급속히 확산될 경우 부모가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 조언한다.

에린 월쉬와 데이비드 월쉬 박사(2025)의 연구에 따르면, 트라우마 사건의 온라인 반복 노출이 청소년의 우울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알고리즘이 극단적 발언과 왜곡된 콘텐츠를 확산시키며 청소년의 해석 방식을 왜곡한다"며 "돌봄을 제공하는 어른과의 열린 대화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온라인의 무분별한 영상은 단순히 보기 힘든 수준을 넘어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존 연구들은 트라우마 사건의 언론 보도가 시청자에게 심리적 고통을 유발한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한 예로,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이후 폭탄 관련 보도를 반복적으로 접한 사람들이 직접 현장에 노출된 사람들보다 더 높은 급성 스트레스를 보였다. 최근 연구에서도 학교 총격 사건 보도에 노출된 청소년들이 일반화된 우울 증상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였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인종 관련 트라우마 사건의 온라인 반복 노출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특히 자신의 인종·민족적 정체성과 겹치는 사건에 노출될 경우, 청소년들은 더 높은 우울·PTSD 증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자신의 집단이든 타 집단이든 온라인에서 트라우마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결론지었다.
■ 알고리즘과 왜곡 정보의 파급
충격적인 원본 영상뿐 아니라, 알고리즘은 극단적 발언(핫테이크[hot take]: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개인적인 도덕적 관념에 따라 또는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논평)과 무한 재가공 콘텐츠를 노출시킨다. 콘텐츠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허위정보나 혐오 발언, AI 생성 콘텐츠가 섞이며 청소년들의 해석 방식을 왜곡한다. 열린 대화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각종 매체 정보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평가하며,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가 없다면 부정적 영향은 더욱 강화된다.
■ 부모의 역할: 아이 곁에서 함께하기
오늘날 양육은 아이들이 뉴스와 일상 속 폭력의 정서적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하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자신이 본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달라 기대한다. 하지만 폭력을 이해한다는 것은 부모 자신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일 때가 많다. 완벽한 답변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다가서는 선택이라고 월쉬 박사는 강조한다.
■ 아이를 지키는 핵심: 연결 유지
아이들이 모든 폭력적 노출로부터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은 돌봄을 제공하는 어른(caring adults)과의 관계가 폭력을 목격한 청소년의 정신 건강 위험을 줄여준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대화를 통해,
첫째, 아이가 본 것과 알고 있는 것(또는 안다고 믿는 것)을 확인하고,
둘째, 아이들의 경험과 감정을 인정하며,
셋째, 아이들이 본 것에 대한 맥락을 제공하고,
넷째, 아이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반응해야 하는지 안내하며,
다섯째, 혼자서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야 한다.
다음은 에린과 데이비드 월쉬가 제시한 구체적인 대응 방법이다.
■ 자녀의 나이와 개별적 필요를 고려한 대응 필요
나이가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어린 아동은 미디어 보도로부터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다. 반면 대부분의 청소년은 대화와 대처 전략에서 더 큰 도움을 받는다. 자녀의 개별적 필요와 경험, 대처 방식에 따라 부모의 대응은 달라져야 한다. 특히 나이가 많은 아동과 청소년은 친구, SNS 피드, 또래의 기기를 통해 직접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과의 대화는 보통 새로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연결과 소통의 문을 여는 과정이다.
■ 어린 자녀는 미디어 차단, 청소년은 '노출 줄이기'
어린 자녀의 경우, 미디어 노출 최소화가 필요하다. 아이 곁에서 뉴스를 시청하지 않고, 연령에 맞는 콘텐츠만 선택해야 한다. 폭력 사건 이후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는 특히 위험할 수 있으므로 어린이 전용 채널이나 플랫폼을 활용해 충격적인 콘텐츠에 예기치 않게 노출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유튜브를 이용할 경우 '보호자 감독 계정' 기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청소년의 경우, 이미 다양한 경로로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부모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콘텐츠 필터(Apple·Google SafeSearch) 활용, 자동 재생 끄기, 소셜 미디어 휴식, 부모의 미디어 피드 관리 등으로 노출을 줄인다. SNS·그룹채팅이 긍정적 지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하되, 기기 사용이 수면·관계·운동 같은 일상 루틴을 해치지 않도록 경계를 설정한다. 알림을 꺼두고 정해진 시간에만 플랫폼을 확인하도록 습관을 길러 불필요한 불안을 줄인다.
'안심 추구 악순환'(불확실성 → 불안 → 재검색) 패턴을 인식시키고, 정보를 신중하게 소비하도록 돕는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화해 인터넷의 허위정보, 왜곡된 콘텐츠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완벽한 차단이 아니라, 아이와의 연결을 지켜내는 일이다. 부모와 사회가 함께 대화의 통로를 열어줄 때, 폭력적 현실은 아이들의 삶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고 극복할 수 있는 힘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은 폭력적 현실을 피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 원문 기사 출처
"When Violence Goes Viral," Erin Walsh, M.A., & David Walsh, Ph.D. 2025. 09.11. <Psychology Today>.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