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대학교의 중독 의학 권위자 마크 S. 골드(Mark S. Gold) 교수는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회복 과정 전체를 위협하는 중독 행위"라며 금연이 약물사용장애(Substance Use Disorder, SUD)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학술지 <싸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에 기고한 골드 교수의 글을 정리한 내용이다.

플로리다대학교 마크 S. 골드(Mark S. Gold) 교수와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연구팀(2025년)의 연구에 따르면 약물 사용 이력이 있는 성인 2652명을 추적한 결과, 담배를 끊은 사람은 약물사용장애에서 회복할 확률이 4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동안 담배 문제가 약물 치료 현장에서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회복 과정 전체를 위협하는 중독 행위"라며 "금연을 더 이상 부차적 치료가 아닌 약물사용장애 치료의 핵심 전략으로 통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학술지 JAMA Psychiatry에 2025년 8월 발표된 대규모 연구는 강력한 수치를 제시한다. 약물 사용 이력이 있는 성인 2652명을 추적한 결과, 담배를 끊은 사람은 약물사용장애에서 회복할 확률이 무려 42배 높았다.
연구 공동저자인 윌슨 컴프턴(Wilson Compton)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부소장은 "금연은 더 이상 부차적 치료가 아니다. 회복 과정의 중심에 포함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동안 약물 치료 현장에서 담배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이제는 치료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 반복된 증거, 그러나 오래된 오해
사실 "담배를 끊으면 다른 중독 회복에 방해된다"는 오랜 통념에 대한 정면 반박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2004년 캘리포니아대학교(UCSF)의 주디스 프로차스카(Judith J. Prochaska) 박사 연구팀은 19개 임상시험을 분석해 "중독 치료 중 금연 개입을 받은 환자가 장기적으로 알코올이나 불법 약물 금단을 유지할 확률이 25% 더 높다"고 발표했다. 더 앞선 2003년 브라운대의 스테파니 레몬(Stephenie C. Lemon) 박사 연구에서도 약물 치료 중 금연에 성공한 환자가 1년 후 더 높은 금단 유지율을 보였다.
흡연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누적됐음에도, 치료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금연은 부차적"이라는 믿음이 우위를 차지했다. 알코올중독자협회(AA)의 전통적 관점이 영향을 미쳤다. 알코올이 '주된 중독(primary addiction)'으로 간주되면서 담배는 용인되거나 무시됐다. 알코올 중독은 즉각적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로 여겨진 반면, 흡연 관련 질환은 '장기적인 문제' 정도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술보다 흡연 관련 질환으로 더 많이 사망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 니코틴, 또 하나의 강력한 중독물질
골드 박사는 니코틴이 결코 가벼운 물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헤로인이나 코카인보다는 약하지만, 알코올보다 강력한 중독성을 지닌다. 담배 한 개비를 10~15번 흡입하는 동안 1~2mg의 니코틴이 뇌로 전달된다. 니코틴은 도파민 분출을 유발해 강한 보상 효과를 형성한다. 흡연의 중독 특성 때문에 알코올·약물 회복을 방해하며, 반대로 금연은 회복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문제는 끊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5~7번 시도해야 금연에 성공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연구는 장기적 성공까지 수십 번의 재도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금연 시도를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발은 초기 단계에서 일어나므로, 의료진은 특히 첫 6개월간 재발 방지에 집중해야 한다.
■ 최근 변화와 새로운 과제: 전자담배
최근 20년간 미국에서는 금연을 중독 치료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됐다. 무연 치료센터(tobacco-free treatment centers)가 늘어났고, 환자의 요청에 따라 니코틴 대체요법(Nicotine Replacement Therapy, NRT)이나 항갈망제(anti-craving medications) 등의 약물 처방도 제공된다.
그러나 새로운 변수는 전자담배다. 일부에서는 일반 담배를 끊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문제는 전자담배의 니코틴 자체가 중독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자담배의 고농도 니코틴, 빠른 흡수 속도, 과소평가되는 의존성은 오히려 일반 담배보다 끊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장기적 안전성과 효과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전자담배가 약물사용장애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직접적이고 강력한 증거는 없다. 약물사용장애 환자의 경우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담배 흡연과 전자담배 모두 니코틴이 공통 분모이기 때문이다. 니코틴과 다른 약물 단서(drug cues)는 서로를 강화한다. 약물 회복 과정은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회복이 중요한 시기인데, 니코틴 사용은 신경 적응, 갈망, 의존을 단기·장기적으로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전자담배 역시 치료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과제다.
■ '금연은 부차적'이 아니라 핵심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 소장 노라 볼코프(Nora Volkow) 박사는 "담배를 끊는 것이 다른 중독 회복을 예측한다는 사실은, 중독을 각각 따로가 아니라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강력한 근거"라고 강조한다.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약물사용장애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최근 연구가 제시한 42배의 회복 가능성은 금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금연은 중독 치료의 곁가지가 아니라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아야 하며, 전자담배 문제 역시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 원문 기사 출처
"Smoking and Vaping in People with Substance Use Disorders," Mark S. Gold, M.D., 2025.09.07. <Psychology Today>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 내 스트레스 요인·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