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양육태도가 자녀의 정서적 반응을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 폭력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달라진다. 황정용 동서대 교수의 연구 '부모의 양육태도 중 거부, 강요, 따스함, 자율성 지지가 중학생의 폭력비행에 미치는 영향' (<한국경찰학회보>)은 한국아동·청소년패널조사(2018) 자료를 활용해 이러한 과정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가정환경이 청소년 비행의 근본적 토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의 강요적 양육태도는 자녀의 공격성을 높여 폭력비행으로 이어지고, 따뜻한 양육태도는 공격성을 낮춰 폭력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 2,590명 대상으로 한 동서대 황정용 교수팀의 연구 결과, 부모 태도가 자녀 정서(특히 공격성)를 매개로 폭력비행에 간접 영향을 미친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 직접 영향은 없지만 정서를 매개로 폭력비행 유발
연구는 중학교 1~2학년 2,59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전환되는 시점이자, 비행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시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폭력비행은 따돌림, 협박, 집단폭행, 성적 괴롭힘, 물건 갈취 등 타인에게 가하는 신체적·정신적 폭력행위로 구성된 9개 항목으로 측정됐다. 양육태도는 거부, 강요, 따스함, 자율성 지지 4개 요인을 중심으로 검증했고, 자녀의 정서 변수는 우울과 공격성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부모의 양육태도(거부, 강요, 따스함, 자율성 지지)는 폭력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간접적 경로는 뚜렷했다. '강요'적 태도는 자녀의 우울과 공격성을 높였고, '따스함'은 우울과 공격성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공격성이 폭력비행을 유발하는 핵심 변수라는 사실이다. 강요적 양육이 우울을 높여 비행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있었지만, 강요적 양육이 공격성을 자극해 비행으로 연결되는 경로가 훨씬 강력했다. 반대로 '따스함'은 공격성을 완화해 폭력비행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다.
즉, 부모의 태도 자체가 곧바로 폭력비행을 낳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정서를 매개로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핵심이다.
■ 우울보다 공격성이 더 큰 촉발 요인
연구는 청소년의 폭력비행에서 공격성이 우울보다 더 강력한 매개효과를 가진다고 강조한다. 청소년기는 자기통제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시기이므로, 부정적 정서가 '밖으로 표출'되는 경향이 강하다. 부모의 강요적 태도가 갈등 상황에서 빠른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으나, 강요적 태도는 자녀에게 억압적 경험으로 각인돼 공격적 반응을 강화한다.
반대로 부모의 따뜻한 태도는 자녀가 부정적 정서를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사랑한다"는 표현을 넘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존중받는 경험이 자녀의 정서 안정에 기여하고 비행 가능성을 낮춘다.
■ 상담·정서 지원, 공격성 관리가 핵심
황정용 교수의 연구는 몇 가지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제시한다.
1. 부모 교육·체험 프로그램 강화 강요를 줄이고 따스함을 높이는 구체적 훈련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나 지역 전문기관을 통해 부모 대상 집합교육이나 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2. 청소년 정서·공격성 관리 지원 청소년이 상담이나 정서 지원을 손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공격성 관리가 우울보다 시급한 문제로 확인된 만큼, 학교 상담 시스템을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3. 법·제도 개선 학교폭력 가해 학생 부모에게 양육태도 개선 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찰 단계의 회복적 대화 프로그램에 부모 교육을 포함하는 제도적 장치도 고려해야 한다.
■부모 교육 의무화 검토 필요
황정용 교수는 "청소년 폭력비행은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부모 양육태도와 자녀 정서가 맞물려 형성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공격성을 관리할 수 있는 가정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청소년 비행 문제는 쉽게 줄어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결국 청소년 비행 예방의 출발점은 가정이다. 부모의 따뜻한 태도와 존중이 자녀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부모의 따뜻한 양육태도는 곧 폭력비행을 막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논문
황정용(2025). 부모의 양육태도 중 거부, 강요, 따스함, 자율성 지지가 중학생의 폭력비행에 미치는 영향: 우울과 공격성의 매개효과, 한국경찰학회보 27(1), 91-118.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