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여학생의 트라우마 내면화... 사춘기 관계적 공격성으로 폭발하기도
- 건강한 대처법 부재 + 전략적 관계 조작 되면서, 성인기 범죄자 진입
- 정서적 문제 조기 발견 및 개입하는 것이 범죄 예방에 가장 효과적
교정시설을 드나드는 상당수 범죄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위험 신호를 보입니다. 가정 내 학대나 방임, 학교 내 싸움, 정학·퇴학과 같은 문제행동, 그리고 이른 나이의 음주·약물 사용 등 청소년 이전부터 뚜렷한 징후들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일부 범죄자들은 위험 신호가 발견되지 않거나, 발견되더라도 전문적인 지원 없이 징계 대상으로만 취급돼 결국 교정시설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성 범죄자들도 남성과 동일한 경로로 범죄에 빠질까요? 일부 학자들은 성별에 따라 범죄 진입 경로가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재범 예측을 위한 위험성 평가도 여성 특화 도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임상·범죄심리학자이자 작가, 유튜버로 활동하는 조니 E. 존스턴(Joni E. Johnston, Psy.D.) 박사는 "문제 여학생들도 남학생들처럼 아동기에 학대를 겪고, 성장 후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1995년에서 2005년 사이 폭행으로 체포된 소녀는 24% 증가했으며, 여성 수감자 수는 2010년 이후 교정 인구 중 가장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학대받은 남성 수감자와 달리, 다수의 여성 수감자는 어린 시절부터 '레이더망'을 피해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왔습니다. 문제 행동은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한 것입니다. 여성 범죄자가 남성 범죄자에 비해 어린 시절부터 트라우마를 어떻게 내면화 또는 표면화하는지, 박사의 글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여성 범죄자들은 남성과 달리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내면화하여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존재로 성장한다. 사춘기 이후에는 관계적 공격성을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 타인을 조작하고 통제하려는 패턴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여성 특화 위험성 평가 도구와 조기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존스턴 박사는 "여성 범죄자들은 남성들과 다르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인다"고 말한다. 종단 연구에 따르면, 많은 여성 범죄자들은 어린 시절의 고통을 내면화하는 경향이 있다. 남학생들이 분노와 반항으로 표출하는 것과 달리, 여학생들은 우울과 불안을 보이며 또래와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퇴학 같은 징계 기록은 없지만, 복통이나 다른 신체 증상을 이유로 등교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여학생들은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들며 상황은 급변한다.
■조용했던 소녀, 사춘기 이후 전략적 공격자로 변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십대들은 관계적 공격성(relational aggression)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관계를 통해 상대방을 해치려는 행동이다. 뒤에서 험담을 하거나, 소문을 퍼뜨리거나, 일부러 모임에서 누군가를 배제하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모든 십대가 관계적 공격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여학생들이 분노나 상처에 대한 반응으로 관계적 공격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전 남자친구의 새 여자친구에 대해 악의적인 게시물을 올리거나, 친구에게 화가 나서 무시하는 경우 등으로 나타난다.
다행히 대부분은 십대 시절의 이기적인 행동을 벗어나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지만, 결국 교정시설에 가게 되는 여학생들은 십대 시절부터 뚜렷한 경고 신호를 보낸다. 일부는 관계적 공격성을 전략적 도구로 사용한다. 친구인 척 접근해 신뢰를 얻은 뒤 배신하거나, 단순 재미로 친구의 연인을 빼앗기도 한다. 수치스러운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상대가 아무 해를 끼치지 않았음에도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소문을 퍼뜨리는 경우도 있다. 범죄 위험군 여학생들은 고등학교 사회 내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로, 관계적 공격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통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려 한다.
■범죄자가 되는 복잡한 경로: 건강하지 못한 성취욕구
왜 일부 학대받은 소녀는 범죄자가 되고, 또 다른 소녀는 그렇지 않을까? 이에 대해 존스턴 박사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내면화된 고통이 사춘기와 함께 폭발해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부모를 지나치게 통제적·억압적으로 인식한 소녀들이 또래 관계를 조작하며 권력과 통제를 회복하려 시도하기도 한다.
문제는 관계적 공격 행동이 종종 어른들에 의해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되거나, 성장 과정의 일부로 오해된다는 점이다. 결국 피해자는 관계적 공격의 대상자뿐 아니라, 가해자인 소녀 자신이 된다. 건강한 대처 방법을 배우지 못한 소녀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을 착취하다 수감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아동기 학대 경험은 성인기에도 폭력적인 관계를 반복할 위험을 높인다. 다수의 여성 수감자가 가정폭력 피해자이기도 하며, 일부는 범죄에 연루된 연인을 선택해 본래 원치 않았을 범죄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문제아'는 언제나 가해자가 아니다... 정서 문제 조기 개입 필요
학대받은 남학생과 달리, 위험군 여학생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위축되고 불안하며 우울한 경향을 보인다. 십대가 되면 위험군 여학생들은 보다 극단적이고 계획적인 관계적 공격성을 통해 감정적 고통을 다루거나 지위·통제를 확보하려 한다.
존스턴 박사는 "문제아가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계적 공격성 뒤에 숨겨진 정서적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개입한다면, 피해자도 줄이고 가해자가 더 큰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문 기사
"Violent Female Offenders: A Girl's Path to a Life of Crime," Joni E. Johnston, Psy.D., 2018. 01.29.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