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생명마당)
이미지 확대보기현재 우리나라에서 종이팩을 재활용하는 업체는 화장지 회사가 유일하다.
일반 종이류와 재활용공정이 상이한 종이팩은 도포된 비닐을 벗겨내는 정선시설을 따로 갖추어야 한다. 종이팩이 일반종이와 함께 배출되면 슬러지로 나와 폐기물로 처리되는 문제는 정부차원에서 인지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최근 멸균팩의 증가와 복합재질화에 대해서는 정부도 사실상 이를 방기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이팩의 종류는 펄프에 합성수지를 코팅한 ‘살균팩’(냉장보관용 우유팩 등)과 펄프에 합성수지와 알루미늄을 중복으로 코팅한 ‘멸균팩’(상온보관용 두유팩, 주스팩 등)으로 나뉜다.
멸균팩과 살균팩은 원료를 가공하는 시간이 다르고, 멸균팩의 황색펄프가 화장지 생산 시 색상을 갈색으로 변색시킴은 물론, 원료가공 시 알루미늄이 미세하게 분해되어 화장지에 박히는 등 불량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서 폐기까지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기업이 PE필름과 알루미늄 코팅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멸균팩에 대하여 사용량을 늘리기만 할뿐 재활용을 위한 책임있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소비자들에게 분리배출을 요구하고 있으나 배출현장에서는 폐지와 종이팩 분리도 일부 겨우 정착되어 가는 상황으로 살균팩과 멸균팩의 분리는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모 생활협동조합이 ‘종이팩에 담은 생수’를 표방한 멸균종이팩 생수를 시판하면서 종이팩 재활용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해당 멸균종이팩은 재활용이 어려운 황색펄프(lignin포함)를 포함한데다, 짙은 잉크로 바탕을 인쇄하고 바이오플라스틱 뚜껑까지 부착하여 재활용 공정에 심각한 혼란을 주고 있다. 해당 조합은 지난 6월 시판 이래 벌써 여러 달 째 이 상품을 박스 단위로 조합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제품의 멸균팩 배출이 본격화하면서 종이팩 재활용 환경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멸균생수팩의 종이팩 대량 혼입으로 종이팩 재활용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것이라는 얘기다.
복합재질 멸균팩 생수의 시판으로 그나마 조성되어 있던 살균팩 재활용체계마저 위협당하는 상황이 오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멸균팩 생수의 시판과 같은 무렵 환경부는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면서, 멸균팩과 살균팩 분리배출 방침만 정한 채 멸균팩에 ‘도포․첩합’ 표시를 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동안 생수병으로 사용되어 오던 페트병은 재활용율이 80%에 이르지만, 멸균팩은 현재 국내에서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는 실정이다. 복합재질의 멸균팩이 페트병의 대안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