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필자는 얼마 전 부산오륜학교(이하 소년원)에서 퇴원한 임○○ 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안부를 묻는 짧은 통화 중 그는 “선생님, 저 ○○기업에 취업했습니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소년원 현장에서 근무하는 필자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말은 없다.
소년원을 퇴원한 학생들로부터 종종 듣는 이야기가 있다. 소년원 생활은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는 고백이다. 비록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수용 기
간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책임을 배우는 시간이었음을 아이들은 뒤늦게 깨닫는다.
참고로, 필자가 근무하는 부산소년원은 10호 처분을 받은 학생들이 최대 2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소년원에 머물며 생활 전반에 대한 교정 교육과 직업 훈련을 받는 기관이다. 그만큼 지도교사의 역할과 책임 또한 무겁다. 특히 보호처분 중 가장 강한 처분인 10호 처분을 받은 학생들의 생활을 밀착 지도하는 현장에서는 엄정함과 일관성 있는 지도 못지않게 따뜻한 관심과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곳에 있는 학생들은 일명 ‘MZ 조폭’이라 불리며 폭력과 과시적 문화 속에서 왜곡된 가치관을 형성해 온 경우도 있고, 가정해체와 방임 속에서 반복적인 무단결석을 시작으로 점차 비행성이 심화된 경우도 있으며, 또래 관계에
적응하지 못해 사이버 범죄에 빠진 경우도 있다. 이처럼 학생들의 비행 유형과 배경은 다양하지만, 공정한 규율과 진정성 있는 관심이 병행될 때 이들 역시 서서히 마음을 열고 점차 바른 생활 태도를 갖추게 된다. 보호처분은
단순한 처벌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을 다시 바로잡는 과정임을 현장은 매일 증명하고 있다.
필자가 맡고 있는 소년원 당직전담조는 소년원 운영의 보이지 않는 중심축 이라고 할 수 있다.
당직전담조는 생활관 감호와 주·야간 근무를 순환하며 학생들의 안전과 질서를 책임지는 선생님들을 말한다. 주요 업무는 생활관 내 학생관리, 시설안전 확인, 학생 지도, 그리고 각종 비상 상황에 대한 초기 대응까지 폭넓게 이루어진다.
소년원에서는 실무를 담당하는 모든 직원을 선생님이라고 호칭한다.
특히 담임교사와 직업훈련 교사들이 부재한 야간과 주말은 당직전담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원생들이 일과표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지도하며, 근무 중 발생할 수 있는 폭행이나 난동과
같은 중대 사건은 물론, 경미한 규율 위반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초동 조치를 수행한다. 학생들과 가장 밀접하게 생활하는 등 말 그대로 생활관 최전선에서 학생들의 일상을 지탱하는 역할이다.
최근의 학생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공정’에 대한 감수성이 크다. 이러한 세대에게는 권위적인 질책보다는, 규칙의 이유와 기준을 논리적으로 차분히 설명하며 이해시키는 것이 지도에 효과적이다. 또한 차별과 편견 없이 일관된
기준을 지키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들어, 야간 근무 취침 시간이 지난 뒤 잡담을 나누던 두 명의 학생을 지도할 때, 필자는 단순히 질책하지 않고 규칙과 기준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 시간은 모두가 잠을 자는 시간이야, 예외가 있으면 생활관 질서가 무너져, 지금 조치도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된 거야.” 잠시 후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이해했고, 이후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았다.
필자는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약 3년간 당직전담조 근무를 이어왔다. 그결과, 큰 사고 없이 안정적인 생활관 운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엄격함 속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공정한 기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소년원 감호업무의 본질이자 현장에서 체감한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소년원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잘살아보겠다’고 다짐했던 열 명의 소년 가운데 약 세 명이 소년원을 비롯한 수용기관으로 재수용되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 근무 중인 소년원의 당직전담조는 약 120명의 학생을 2개 층으로 나누어 이들의 야간 시간과 주말 감호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수행하는 인원은 단 7명에 불과하다. 계산해 보면 직원 1인당 약 17명의 학생을 계호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효과적으로 통솔할 수 있는 범위(span of control)인 8명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야간 시간대 진로 상담 등 심층적인 면담을 진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본적인 질서 유지와 안전 확보만으로도 인력이 빠듯한 상황에서 개별 학생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방향을 함께 고민할 여유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해답은 분명하다. 당직전담조의 인원 증원이 필요하다. 전담 인력이 확충된다면 집단 난동과 같은 고위험 상황에 대한 관리, 감독을 보다 강화할 수 있고, 규율 집행 역시 현재보다 더욱 엄정하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동시에 그동안 부족했던 야간 심층 상담과 정서적 지지 등, 원생들에게 필요한 ‘따뜻한 관심’을 제공할 여지도 넓어질 수 있다.
소년원은 단순히 규율을 지키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시 사회로 나아갈 힘을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노력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관심과 인력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필자는 당직전담조 공무원으로서, 향후 전담 인원의 확충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세밀한 지도가 가능해지기를 기대한다. 원생들이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며 스스로의 과오를 진지하게 반성하며, 올바른 정신을 갖춘 사회구성원으
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현장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당직전담조의 간절한 바람이자, 소년 보호처분의 본래 목적일 것이다.
-법무부 부산오륜학교(부산소년원) 소년원의 밤을 지키는 당직전담조 조장 이현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기고]소년원의 밤을 지키는 사람들…'처벌을 넘어 회복으로 가기 위한 길'
직원 1인당 약 17명의 학생을 계호…당직전담조의 인원 증원이 필요 기사입력:2026-01-30 12: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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