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지난 열흘간 여성들은 충격과 공포, 불안, 분노를 넘어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말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 혐오의 결과임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변은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 사건이 여성을 특정한 범죄라는 점을 지운 채 ‘묻지마 범죄’라는 말로 보도하면서 범죄의 성격을 흐리고 있고, 경찰은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로 결론을 내리면서 조현병 전수조사, 행정입원 등 정신질환자에 대한 범죄대책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논란이 단순히 범죄학적으로 여성혐오 범죄인지, 정신질환 범죄인지와 같은 이분법적 논쟁으로 좁혀지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민변은 “살인사건 피해자의 51%, 강력범죄 피해자의 90%가 여성이고, 여성들은 일상에서 매일 폭력과 혐오, 비하를 경험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가해자가 여성을 특정해 범죄의 대상으로 삼게 한 그 원인이,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그저 재미로 소비되는 여성비하와 혐오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민변은 “성차별적 사회구조와 인식,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비하와 혐오를 단기적인 대책으로 제거할 수는 없으며, 폭력과 혐오의 근간이 되는 차별을 제거하겠다는 국가적인 의지가 표명되고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이를 위한 과제는 남녀분리 공중화장실법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차별적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라며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에 대한 정확한 통계와 범죄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제거하고 규제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