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춘 “실력 없는 로스쿨 변호사 없다 보여줘” 수업거부 제자들 격려

“사법의 견고한 카르텔을 깨나갈 다짐을 하는 ‘수업거부’ 기간이 되길 바란다” 기사입력:2015-12-09 15:33:04
[로이슈=신종철 기자]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9일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발표에 반발해 학생들이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며 수업거부에 들어간 것과 관련, “사법의 견고한 카르텔을 깨나갈 다짐을 하는 ‘수업거부’ 기간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송기춘 교수는 특히 “실력 없는 로스쿨 변호사는 없다는 걸 보란 듯이 보여주기 바란다. 정말 따뜻한 인간미를 가지고 성실함을 갖춘 변호사가 로스쿨 제도를 통해서 ‘엄청나게 많이 배출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기춘 교수는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9월 창립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협의회(상임대표 한인섭 서울대 / 공동대표 김창록 경북대, 송기춘 전북대, 한상희 건국대)는 전국 25개 로스쿨 교수들이 참여해 만든 단체다.

이날 송기춘 교수는 페이스북에 먼저 “오늘도 학생들은 오지 않는다”며 텅 빈 로스쿨 강의실 사진을 찍어 올렸다.

▲송기춘전북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가9일페이스북에올린텅빈강의실

▲송기춘전북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가9일페이스북에올린텅빈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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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제나 환한 강의실에 들어왔다가 내 손으로 등불을 켜고 보니, 이 방을 참 많은 등불이 비추고 있었구나 싶다”며 “천정에 환하게 빛나는 저 등처럼 하나하나 보석같이 빛나는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는 결정을 할 때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고 제자들을 생각했다.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발표에 반발해 전북대 로스쿨 재학생 240명 중 225명은 8일 집단 자퇴서를 제출했고, 1인 시위와 함께 학사일정 거부에 돌입한 상태다.

송기춘 교수는 “단지 제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 근본에는 로스쿨과 로스쿨생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조롱, 교묘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 보려는 법조인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며 “그것은 한국사회의 지배구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로스쿨은 기존의 구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사건이기도 하고, 이번 사태는 로스쿨의 도입 이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로스쿨 제도가 단점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어찌 없을까만, 기존의 체제가 가진 문제에 상당한 도전이 되고 있음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송기춘전북대로스쿨교수(사진=페이스북)

▲송기춘전북대로스쿨교수(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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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교수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을 거친 변호사와 로스쿨 졸업 후 바로 (변호사시험을 거쳐) 변호사가 된 경우를 단순히 비교해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싸잡아 평가하고 로스쿨 자체를 매도해서도 안 된다”며 “변호사의 개념이 다르고 변호사에 대한 평가는 개인적 역량에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기존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가 대개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차(이 정도가 되는지 모르겠으나)라고 한다면, 로스쿨의 변호사는 철로 된 제품을 만드는 여러 회사에 자료로 사용할 핫코일과 같은 재료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이걸 자동차 회사에서는 차체를 만들고, 다른 회사에서는 또 다른 용도에 맞춰 가공해 사용하게 되는 것과 같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송기춘 교수는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가 배우면서 성장할 게 예정돼 있는데, 변호사 사무실은 그것까지 로스쿨에서 왜 안 해주느냐고 한다. 로스쿨은 충실한 재료를 만드는 과정인데, 완제품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로스쿨) 3년이 짧다 한다”며 그러나 “3년 동안 무엇을 충실하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를 알면 3년이 짧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짧다고 하는 기간 동안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인턴하면서 배워야 할 것을 (로스쿨) 과목으로 학점까지 줘 가며 가르쳐야 할 것도 아니다”고 하면서다.

송기춘 교수는 “금수저니 돈스쿨이니 하는 이런 비이성적인 매도를 법률가들이 하는 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일”이라며 “사시(사법시험)가 매도당할 일도 아니겠지만, 로스쿨도 그렇게 하찮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제발 각 법률가의 역량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하길 바란다. 실력 없는 로스쿨 변호사가 혹평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게 모든 로스쿨 변호사의 문제가 아닌 것은 논리의 기본 아닌가”라고 따져 물으며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가 실력이 있다고 해서, 연수원 출신 변호사가 모두 실력이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라고 말했다.

송기춘 교수는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을 학생들이 이 기회를 통해 한국 사회를 좀 도 넓고 깊게 보고, 어마어마하게 보이지만 결국은 깨질 수 있는 지배체제도 목도하고, 싸울 용기를 내어보길 기대한다”며 “어쩌면 강의실에서보다 더 많은 걸 공부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격려했다.

그는 “그리고 더 독기를 품고 공부하기 바란다. 실력 없는 로스쿨 변호사는 없다는 걸 보란 듯이 보여주기 바란다. 변시(변호사시험)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고 (로스쿨) 3년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부를 하기 바란다. 정말 따뜻한 인간미를 가지고 성실함을 갖춘 변호사가 로스쿨 제도를 통해서 ‘엄청나게 많이 배출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사법의 견고한 카르텔을 깨나갈 다짐을 하는 ‘수업거부’ 기간이 되길 바란다. 어쨌거나 한국 사회에서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며 살 수 있는 학생들이 억울하고 분노하는 경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고 억울한 사람들과 아픈 사람들과도 공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기춘 교수는 끝으로 “학생들이 오지 않아도 오늘 이번 학기 수업은 마친다. 예고했던 대로 학기 마치고 성탄절 기념 보강을 하길 바란다. 이번 학기 종강사다”라고 끝을 맺었다.

한편, 9일 오전에 올린 송 교수의 이런 글은 불과 5시간 만에 누리꾼들에 77회나 공유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송기춘전북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가9일페이스북에올린글과사진일부

▲송기춘전북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가9일페이스북에올린글과사진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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