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검 봉욱 검사장 “내가 겪은 아동학대 사건들”

한국여성변호사회 제25차 정기총회서 강연 기사입력:2015-01-22 20:28:44
[부산경남취재본부=전용모 기자] 울산지검 봉욱 검사장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성변호사회 제25차 정기총회에 참석해 ‘내가 겪은 아동학대 사건들’이라는 주제로 검사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사건들을 뒤 돌아 보면서 당시 느꼈던 소회를 전했다.

봉욱 검사장은 미국 코네티컷 주 검찰청 연수 시절 친아버지가 아이를 끓는 물에 집어넣어 심한 화상을 입게 한 아동학대 사건의 배심재판 일화, 여주지청장 시절 친아버지가 고등학생인 아들의 배를 칼로 찌른 사건의 피해자의 사연과 아동학대로 피해를 입은 아동들을 돌보는 ‘누리의 집’과 자매결연을 맺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또 법무부 인권국장 재직 시절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한 과정과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살해사건’에서 살인죄 판결을 받기까지 수사․공판 과정에서의 일화 등을 소개했다.

본지는 봉욱 검사장의 강연원고를 그대로 전재 한다.

◇1997년 코네티컷 주 법원의 아동학대 배심재판

제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금부터 20년 전 검찰에서 미국으로 1년 연수를 갔을 때였습니다. 검사생활 4년차인 1996년이었는데, 평생을 우물 안 개구리로 지내다가 미국 코네티컷 주에 있는 예일 로스쿨에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시는데, 미국은 아동학대에 대해 엄격하니 모르는 아이의 얼굴이나 신체를 절대 만지지 마라, 승용차에 아이들만 두고 다른 곳에 가면 처벌된다. 집에 아이들만 놓고 부모가 외출해도 형사 처벌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울산지검봉욱검사장이지난19일서울서초구서울팔래스호텔에서열린한국여성변호사회제25차정기총회에참석해‘내가겪은아동학대사건들’이라는주제로강연을하고있다.(사진제공=울산지검)

▲울산지검봉욱검사장이지난19일서울서초구서울팔래스호텔에서열린한국여성변호사회제25차정기총회에참석해‘내가겪은아동학대사건들’이라는주제로강연을하고있다.(사진제공=울산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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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아동학대 사건들이 많아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도착해서 몇 달 후 아내와 함께 4살 된 딸아이의 예방접종을 위해 근처 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주사를 놓기 전 딸의 몸을 이곳저곳 살피더니 귀바퀴에 작은 멍이 든 것을 발견했습니다.

의사는 딸한테 왜 멍이 들었냐고 물어보니 딸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아내에게 꼬치꼬치 묻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말로 묻나 보다 생각하고 그저 웃으며 지나가려고 했는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예방접종은 뒷전이 되고 귀에 멍 든 게 문제된 것입니다. 결국 저와 아내가 진지하게 설명을 하니 넘어가기는 했는데, 의심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영 찜찜했습니다.

얼마 후 코네티컷 주 검찰청에서 검찰실무 클리닉 과정을 이수하면서 넉 달 동안 우리나라 검찰시보처럼 검찰청의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코네티컷 주 검찰청은 검사 20명 좀 넘게 근무하는 작은 규모 청으로, 울산지검보다는 작고 청주지검보다는 조금 컸습니다. 그곳에서 두 번째 맡게 된 사건이 아동학대 배심재판이었습니다. 개리 니콜슨이라는 청의 중견검사가 주임검사였는데, 하루는 저에게 와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면서 함께 사건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배꼽 아래 하반신 전체가 시뻘겋게 엉망이 된 남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두 살 난 남자 아이인데, 친아빠가 아이를 끓는 물에 집어넣어 하반신 전체에 심한 화상을 입고 세포가 괴멸되어 세포 이식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합니다.

개리 니콜슨 검사는 정말 참담한 사건인데, 직접 목격자가 없고 지역에서 아주 유능한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선임되어 배심재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함께 하기로 하고, 그때부터 꼬박 한 달 넘게 이 사건에만 매달렸습니다.

배심원들을 고르는 데에만 열흘 가까이 시간이 걸린 다음 공판이 열렸습니다. 피고인은 30대 중반인데, 아이의 생모와는 이혼하고 젊은 여자와 살고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아이가 욕조에 있었는데 갑자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뜨거운 물이 쏟아지고 있었을 뿐 자신이 뜨거운 물에 집어넣은 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911 응급전화 신고 담당관,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 의료진, 예일대 병원에서 처음 아이를 본 직원, 담당 의사에 대해 순서대로 증인신문이 치열하게 벌어졌습니다.

피고인의 새로운 처는 증언대에서 당시 아이 옆에는 아빠만 있었지만 자신은 다른 방에 있어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고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증언하였습니다.

하지만 담당의사는 배꼽 아래만 선을 그어 놓은 것처럼 화상을 입은 모양에 비추어 누군가 일부러 집어넣은 것이 분명하다고 증언했습니다. 결정적인 증거는 피해 아동의 끔직한 상처를 찍어 놓은 사진 1장이었습니다. 결국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플리바게닝을 신청하여 징역 10년이 확정되었습니다.

코네티컷 주검찰청에는 개리 니콜슨 검사 외에도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사건을 맡고 있는 검사가 2명 더 있었습니다. 20여명 중에 3명인만큼 아동학대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컸습니다. 예일 로스쿨에서도 아동학대 관련 강의가 많았고, 로스쿨 학생들은 여름방학 때 뉴욕에 있는 아동보호 시민단체에 인턴으로 들어가 아이를 누가 양육하고 보호하는 것이 맞는냐는 분쟁을 놓고 씨름을 벌이곤 했습니다.

당시 미국 시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가정보호와 아동학대이고, 그런 요구에 부응하여 검찰에서도 전담 검사를 여러 명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코네티컷 주검찰청에서는 피해자 전담 검사도 있었습니다. 청의 수석검사였는데, 수사나 재판은 하지 않고 피해자를 지원하고 직업을 구해주는 역할만 했습니다. 코네티컷주 헌법에 피해자보호가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피해자보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우리도 2003년부터 김천지청과 대전지검을 시작으로 전국에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생겼습니다. 2008년도에는 대검찰청에 피해자인권과가 신설되고, 2010년에는 범죄피해자보호법이 만들어졌습니다.

◇ 아들의 배를 칼로 찌른 친아버지

다음으로는 제가 2009년도 여주지청장으로 근무할 때 있었던 사건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친아버지가 고등학교 1학년생인 아들의 배를 칼로 찔러 구속되었습니다.

어머니와 누나는 아버지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이미 집을 떠난 상태였고, 아이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되었습니다. 사건기록을 살펴보니, 아버지는 아이가 끔직히 아끼는 애완견을 아이가 보는 앞에서 몽둥이로 때려죽이기도 했고, 아들이 어렸을 때에는 손발을 묶어 땅에 눕혀 놓고는 경운기를 아이 앞까지 돌진하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파, 총무과장과 함께 피해 아이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아이는 칼에 찔려 위가 천공되는 상처를 입고 4주간의 병원 입원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상태였습니다.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검찰에 바라는 것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공과대학에 진학해서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데, 대학 졸업 때까지는 아빠가 교도소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생각보다 씩씩하고 의연한 모습에 참 대견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가만히 듣고 계시던 할머니께서 한 숨을 길게 내쉬고는,“아버지인 걔도 실은 불쌍한 아이였어요. 제발 빨리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하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속 사정을 모두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그 아버지도 어려서 학대를 받은 눈치였습니다. 폭력의 대물림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주지청은 제가 가기 몇 해 전부터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돌보는 ‘누리의 집’과 자매결연을 맺고, 1년에 한 번은 아이들이 검찰청을 방문하고, 지청장이 누리의 집을 방문해서 아이들과 짜장면을 함께 먹는 시간도 가집니다. 매달 직원 전체가 급여에서 일부를 갹출하여 지원하기도 합니다.

제가 있을 때 16명의 누리의 집 초등학교 아이들이 여주 검찰청을 방문했습니다. 아동학대 피해로 집을 떠난 아이들이기에, 무척 힘들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선입견과는 달리 너무나도 밝고 씩씩하였습니다. 지청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어, 제가 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법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는데,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 한 명이 번쩍 손을 들고는, 큰 소리로‘돈이요!’하고 대답해서 모두가 크게 웃었습니다.

20년째 시설을 운용하고 계시는 원장님께서는, 아이들이 부모의 폭력을 피해 왔기에 폭력 없는 곳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학교에서도 잘 생활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어 좋은 부모가 되라’고 간명하게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고 하셨습니다.

몇 달 후 누리의 집 시설을 찾아 짜장면을 함께 먹으면서 원장님께 애로사항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술 취한 아버지들이 찾아와 아이를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릴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술병을 차고 찾아와 밤새 큰 소리를 지르는데 돈을 좀 쥐어주면 그제서야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거나 애완견을 때려죽이는 아버지보다는, 평온하게 함께 밥을 먹고 학교에 가고 아이의 장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동학대는‘빗나간 훈육이 아니고 명백한 범죄’라는 점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정 노력

다음으로 법무부 인권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정에 참여한 내용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2012년 7월 인권국장으로 부임하였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가 사회통합을 위한 인권보호체계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인권사각지대를 없애고 인권정책 추진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인데, 학대아동의 인권을 위해 아동학대 특례법을 제정하는 것이 중요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2012년 이후, 친엄마가 자신의 세 살배기 아들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주남저수지 유아 살해사건을 비롯해서 참혹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였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건 발생시에는 지면 가득 언론보도가 이루어지지고 국민의 분노가 치솟아 오르지만, 아동학대를 뿌리 뽑고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지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법무부 인권국의 박지영 여성아동정책팀장의 제안으로 좀 더 시스템적으로 접근하자는 취지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연구용역을 형사법을 전공하시는 정웅석 교수님과 사회복지 분야 전문가이신 문영희 교수님께 의뢰하였습니다.

연구용역 결과와 아울러 법무부 여성아동정책팀과 보건복지부 아동권리과의 담당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댄 결과, 첫째,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둘째, 현장 응급조치와 임시조치를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검찰, 법원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법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만든 법률안의 명칭은 ‘아동학대 사건 처리절차에 관한 특례법’이었는데 ‘아동학대‘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범죄’라는 용어를 집어 넣어, 아동학대는 범죄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법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간담회와 공청회가 여러 차례 열렸는데, 아동학대를 범죄로 엄벌하는 것이 맞는지, 법원과 검찰,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각기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치열한 찬반 의견들이 오고 갔습니다.

당시 여성변호사협회의 이명숙 회장님께서 항상 중심을 잡아주시고 가야할 방향을 명확하게 짚어주셨습니다. 국회에서도 열띤 토론을 거쳐 법안을 통과시켜 작년 9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신고 사례도 늘었고 관심을 표명하는 교사, 의사, 학부모들도 많습니다. 아동학대 대응 현장의 업무도 대폭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방과 사후 교육도 해야 되는데,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는 못하였습니다. 앞으로 인적 물적 시스템이 계속 확충되기를 기대합니다.

▲봉욱검사장이한국여성변호사회제25차정기총회에서강연을하고있다.

▲봉욱검사장이한국여성변호사회제25차정기총회에서강연을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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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이 사건을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울산계모 아동학대 살해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2013년 10월 24일에 발생하였는데, 저는 그해 12월에 울산검사장으로 부임하였습니다. 55분 동안 아이의 머리와 몸을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 갈비뼈 16개가 부러져 갈비뼈에 폐가 찔려 숨을 거두었습니다. 경찰에서는 학대치사죄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였지만, 울산지검은 부검의와 전문가 의견과 함께 검찰시민위원회에서 시민들의 의견까지 경청한 후 살인죄로 기소를 하였습니다.

12월에 첫 공판이 열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재판이 계속되었는데, 재판이 열릴 때마다 검찰청 마당은 재판을 참관하러 온 시민들로 가득찼습니다. 구속된 피고인이 법정으로 들어갈 때에는 “사형! 사형! 사형!”하고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이 검사장 사무실까지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울산 시민과 국민들의 목소리는 분명했지만, 문제는 이제까지 아동학대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한 번도 살인죄가 인정된 선례가 없었습니다. 비슷한 사건 판례들을 살펴봐도 형량이 10년을 넘지 못하였습니다. 국민의 단호한 법감정과 법원의 엄격한 법리적 판단 사이의 간격을 없애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외국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판결될까 생각하였습니다. 곧바로, 영국, 독일, 미국에 나가 있는 검사들에게 SOS를 쳤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형량을 받았는지 리서치를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연수중인 이정렬 검사, 독일 훔볼트 대학에서 나가 있는 박종선 검사, 미국 연수중인 장혜영 검사가 바쁜 와중에 한 달도 안 되어 귀중한 자료들을 보내왔습니다.

영국의 다니엘 펠카 사건, 독일의 카롤리나 사건, 미국의 엘리 존슨, 에드나 헌트, 릴리 퍼노 사건 모두 폭력의 정도는 오히려 서현이 사건보다 중하다고 볼 수 없는데도 살인죄가 인정되고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사형제가 없는 나라에서는 법정최고형이 선고된 것입니다.

김형준 형사2부장검사를 팀장으로 박양호 검사, 구민기 검사, 김민정 검사, 조아라 검사로 공판대응팀을 꾸렸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김형준 부장검사와 여러 검사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공판에 임하였습니다. 부장검사가 직접 공판정에 출석해서 공판을 이끈 것은 울산지검에서는 처음이었습니다.

매 재판 기일마다 검찰청 가득히‘사형’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과연 사형을 구형할 지에 대해서는 검사장부터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주임검사들까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였습니다. 3월 11일 구형을 앞두고 검사장부터 사건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날 오전에는 울산 아동보호전문기

관을 방문하여 전문가들과 아동학대 실태와 대응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사건기록을 모두 읽어보니, 사건기록 속에 담겨있는 사건의 본 모습은 공소장과 의견서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보다 훨씬 참혹하고 안타까웠습니다. 피해아동의 일기 속에는 참으로 고운 마음씨가 담겨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친구, 친구 엄마, 유치원 담임선생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학교도서관 사서, 음악학원 교사 등이 얘기하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밝고 명랑하고 똑똑하고 예의 바른데 엄마 앞에서만은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이 안타깝게 기억되었던 아이였습니다.

차장검사, 부장검사 전원과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누었고, 대검찰청의 여러 검사장들도 함께 고민을 해주셨습니다. 최종적으로 살인죄에 대해 사형을 구형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외국의 법정 최고형 선고 판례들과 아울러, 서현이 사건보다 일년반 전 쯤 일어난 나주 고종석 사건 때 6세 아이에 대한 강간 후 살인미수 사건에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음에도 사형을 구형하고 무기징역이 선고된 점도 참작하였습니다.

1심에서는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고 징역 15년이 선고되었지만, 10월 16일에 선고된 2심재판에서는 살인죄를 인정하고 18년의 형을 선고했습니다. 외국에 비하면 충분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지만, 예전의 아동학대 사망사건 판례들에 비추어보면 크게 한 걸음 내딛은 판결입니다.

2심 재판에서는 대한민국 법의학계의 최고 전문가이신 이정빈 교수님의 감정서를 새로 제출하고 증인신문도 이루어졌습니다. 이정빈 교수님께서는 당시 아이가 당하였던 고통은 ‘단말마의 고통’이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목숨이 끊어지는 고통입니다.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찌를 때 느끼는 고통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의 고통이라고 합니다. 학대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핸드폰 녹음 파일을 기적적으로 복구하여 재판정에서 공개하였습니다. 국내외 참고논문, 전문가 칼럼과 언론보도 내용도 정리하여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여성변호사협회도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매 공판 때마다 빠짐없이 참석해주시고 165명의 회원님들께서 뜻 깊은 의견서를 제출해주셨습니다. 구형이 있던 날에는 중형 구형을 지지하는 성명서도 발표하셨습니다.

이번 살인죄 인정 판결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도 이 사건으로 촉발된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통과되었습니다. 지난 달 울산에서 법무부장관님을 모시고 개최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하신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님 말씀에 의하면 예전에 10억원에 머물렀던 관련 예산이 올해는 220억원으로 대폭 증액되었다고 합니다.

검찰에서도 2011년도에 서울중앙지검에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신설되었는데, 이제는 아동학대 수사 전문가가 되겠다고 지망하는 검사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께서도 아동학대와 성폭력범죄와 같은 4대악 범죄 담당 검사로 검찰의 최우수자원을 배치하겠다고 공표하신 적이 있습니다.

울산지검에서는 지난 6월 16일자로 아동학대 중점대응센터를 검찰 최초로 신설하였습니다. 전문검사를 지정해서 모든 아동학대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고, 혼자서는 할 수 없기에 여러 전문기관들이 힘을 합쳤습니다. 한 번 세게 대응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희망은 깨어있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뀔 수는 없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겨 나가면 큰 산도 옮길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께서 계속해서 지켜봐주시고 격려하고 응원해주시고, 필요하면 따끔한 질책의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올 한 해도 한국여성변호사협회에서 추진하시는 모든 일들이 크고 알찬 열매 맺으시길 기원드리며, 마무리 말씀에 갈음해서 이해인 수녀님의 시(詩) 한 편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아동학대 피해자들의 마음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듯 싶은 시(詩)입니다.

제목은 ‘희망은 깨어있네’입니다.

나는 늘 작아서/ 힘이 없는데/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운데/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은 내게 말하는군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게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노래를 부릅니다./ 자면서도 깨어 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여성아동 범죄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주시고, 노래를 부르고 숨을 쉴 수 있게 해주시는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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