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 상해치사죄에서 살인죄로 왜?

울산지검, 아동학대 관련 자료집 발간 기사입력:2015-01-02 21:12:04
[로이슈 부산경남취재본부=전용모 기자] 당시 7살 의붓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40대 계모에 대해 살인죄 판결을 받아낸 울산지검이 아동학대 관련 자료집을 발간했다.

울산지방검찰청(검사장 봉욱)은 살인죄 기소 및 공판대응팀의 적극적 공소유지활동이 돋보인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2014년 10대 뉴스로 선정했다.

계모가 의붓딸(7)을 때려 사망하게 한 사건을 살인죄로 기소한 후, 공판대응팀(팀장 김형준 형사2부장)을 구성해 해외 판례 분석 및 모바일 포렌직(디지털 법의학), 법의학자 증언 등을 통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내 아동학대 범죄대응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란 자기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정하여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즉 “내가 이 행동을 하면 누가 죽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없지”라는 인식인 것이다.

이 사건은 2014년 4월11일 울산지법 1심 선고(상해치사죄, 징역 15년), 10월16일 부산고법 항소심 선고(살인죄, 징역 18년), 10월24일 판결이 확정됐다.

1심인 울산지법은 피고인에게 살인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살인에 관해 무죄로 판단하고 상해치사죄만을 유죄로 인정해 15년을 선고하고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울산지검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에게는 이사건 범행당시 살인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이 충분이 인정된다”면서 “상해치사죄만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인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나머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항소했다.

또 항소이유서에서 “피고인이 살인죄를 범하였고, 나아가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됨에도 원심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며 양형부당과 함께 주장했다.

이에 부산고법은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기각했다.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상해치사죄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뒤집혀졌는지에 대해 이번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검찰의 공소사실과 법원에 따르면 피고인은 2009년 전남편과 혼인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아버지와 사실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해 피고인과 피해자의 아버지는 각자 전남편과 전처와 이혼했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이때부터 양육해 왔다. 피해자는 당시 3살 이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치원 선생님, 이웃사람들에게 친모인 것처럼 알게 했고 남편과 외부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친모이상으로 애정을 갖고 돌보는 듯이 행동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는 피해자의 잘못된 습관과 버릇을 고친다는 등 갖가지 명목과 핑계를 들어 수시로 피해자가 감당하기 힘든 폭력을 행사했고 특히 남편과 피해자문제로 다투는 경우에는 그 폭력의 정도가 더욱 심했다.

공소사실에서 밝혀진 부분만 보더라도 만 5세의 아이를 손바닥과 회초리 등으로 마구 때려 전신에 심한 멍이 들게 하거나, 만 6세의 아이를 발로 차 좌측 대퇴골 골절을 가하고, 샤워기의 뜨거운 물을 수분동안 뿌려 심재성 2도 화상을 입히는 등 그 방법이 매우 잔인하고 학대의 정도의 매우 심각했다.

이러던 중 2013년 10월 24일 오전 8시 40분경 울산 울주군 범서읍 피고인의 거주지에서 피해자(당시 7세)가 소풍을 가기위해 식탁위에 놓아둔 현금 2300원 상당을 훔치고도 또다시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순간 격분해 약 35분 동안 주먹으로 피해자의 머리부위, 발로 양쪽 옆구리, 배 부위 등 전신을 닥치는 대로 때렸다.

1차 폭행을 가한 뒤 피해자를 반성하라며 방으로 들여보냈고 30분 뒤 피해자가 “미안해요 엄마, 소풍을 가고 싶어요”라고 말을 하자 피해자가 반성은 하지 않고 단지 소풍을 가고 싶어 변명을 한다는 이유로 재차 20분간 무차별 폭력을 가해 피해자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급기야 비병을 지르면서 주저앉는 등 고통을 호소해도 멈추지 않았다.

폭행과정에서 피해자는 사망의 원인인 갈비뼈가 16군데나 부러지는 등 어린 피해자로서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

이어 피고인은 남편이 피해자가 멍든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 두려워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던 피해자에게 욕실에 들어가 반신욕을 하라고 지시했다.

약 1시간이 지나도록 욕실에서 나오지 않자 기절한 듯 욕조 안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의 입을 손가락으로 벌리고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약 20분 정도 피고인 스스로 피해자에게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피해자가 깨어나지 않자 119에 신고한 뒤 상담원의 지시에 따라 다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그러던 중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는 흉부손상으로 다발성 늑골골절 및 양 폐 파열로 사망했다.

이에 원심인 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지속적인 폭력을 행사해 왔지만 갑자기 살해의 고의가 생겼다고 볼 만한 정황도 없는 점, 응급조치를 하고 119신고를 하는 등 그 후의 정황에 대하여 자세히 진술하는 등 신빙성을 의심할 사정이 없는 점, 더 나아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살인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라고 판단하고, 그에 포함되어 있는 상해치사죄만을 유죄로 인정했다”고 밝히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인 부산고법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구남수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는 살인의 확정적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 들어 피고인에게 확정적 혹은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살인죄에 있어서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이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검의나 법의학자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골절된 만 7세의 어린 피해자가 골절에 따른 고통으로 인해 스스로 옷을 벗고 욕조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 생명에 위급이 다투어지는 급박한 상황에서 ‘119신고’라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구조 방법을 미룬 채, 그것도 전문가가 아닌 자신이 상당한 시간스스로 구호조치를 취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점”등을 지적했다,

또 “피고인의 진술은 그 신빙성에 강한 의심이 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 또는 축소하기 위하여 이 사건 1, 2차 폭행이후부터 119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실제로 벌어진 상황을 숨기거나 일부 사실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어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2014. 9. 29.부터 새로이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취지 및 아동학대범죄는 보호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책임을 저버리고 방어능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등을 저지르는 것이어서, 아동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여 이에 대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보이는 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엄정한 처벌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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