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무려 7년 넘게 끌어 온 국내 최초의 담배소송에서 “폐암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담배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조경란 부장판사)는 25일 폐암환자들과 가족 등 28명이 “흡연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아 폐암에 걸려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KT&G(한국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2건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의 핵심은 담배가 결함 있는 제조물이라고 볼 수 없고, 특히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 사건 흡연자들의 폐암 발병과 흡연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게 법원의 시각이다.
아래는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가 판결문을 통해 밝힌 쟁점별 당사자들의 주장과 법원의 판단을 정리했다. 재판부는 한 사건은 판결문 100장, 또 다른 사건은 판결문 111장을 작성했다.
◈ 담배제조자의 제조물 책임 성립 여부
재판부는 “피고들이 제조 및 판매한 담배의 연기에 니코틴과 타르 기타 유해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담배가 품질상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80년대 말까지 미국산 담배 등에 비해 타르와 니코틴 함유량이 높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우리나라의 기술수준과 사회경제적 환경에 비춰 볼 때, 그것만으로는 피고가 제조 및 판매한 담배가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춰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품질상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시각이다.
또 “담배를 연소시켜 연기를 흡입하는 것은 담배의 본질적 특성인 이상, 니코틴과 타르의 체내 흡입을 막을 방법은 없고, 아울러 담배연기 속의 니코틴과 타르의 함유량을 지속적으로 줄여 현재 니코틴 0.05mg, 타르 0.5mg 인 담배까지 출시한 이상, 피고들이 제조 및 판매한 담배에 설계상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담배의 유해성 표시 경고
재판부는 “지난 60년대 초반까지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공식적인 보고로서 62년 영국왕립의학회 보고서가 유일했고, 당시까지 담배에 경고문구를 표시한 나라가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춰 보면, 당시 피고들에게 세계에서 최초로 흡연의 위험성에 관한 경고 문구를 표시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WHO 권고에 따라 경고문구를 표시한 76년 이후에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관련성은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고, 피고들이 담배 포장지에 흡연의 유해성에 관한 경고문구를 표시했으며, 그런 경고의 정도가 관련법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높은 편에 속해 담배에 경고 문구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역학적 관련성 여부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역학적 관련성은 인정하면서도 역학적 관련성에 의한 개별적 인과관계는 추정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역학적 인과관계는 집단을 대상으로 해 다른 요인들이 모두 같다는 가정 아래 추출한 특정 요인과 질병 사이의 통계적 관련성이므로, 이를 특정 개인의 구체적 질병 발생의 원인을 규명하는 개별적 인과관계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폐암과 같은 비특이성 질환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어서, 흡연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고, 비흡연자도 발병할 수 있으므로,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것만으로는 특정 개인에게 발생한 폐암의 원인이 흡연이라고 인정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판시했다.
◈ 제조물 책임에서의 입증책임 완화
재판부는 “담배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돼 생산되어서 생산과정을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는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고, 폐암 발병이 피고들의 배타적 지배 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폐암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비특이성 질환으로 비흡연자를 비롯해 흡연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어 피고들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려워 입증책임 완화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이 흡연자들의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의 고리를 모두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곤란하거나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피고들이 흡연자들의 폐암 발병에 대한 원인조사를 하는 것이 원고들에 비해 더 용이한 것도 아니고, 피고들에게 흡연자들의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입증할 사회적 의무가 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 담배 유행성에 관한 경고 및 규제조치 의무 위반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은 담배에 관한 경고문구와 성분표시 및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판매금지 등에 관한 법규를 제정했고, 국가와 KT&G는 법규 제정 이전인 76년부터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경고문구를 표시해 온 이래 관련법규에 따라 경고문구를 표시했으므로,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경고의무 및 규제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허위정보 유포
재판부는 “KT&G가 90년 1월 ‘흡연이 건강에 그렇게 유해한가?’라는 소책자를 발간한 사실은 인정되나, 당시 사장이 회사직원들을 대상으로 담배의 유해성과 효용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알린 특강내용을 수록한 것으로서 직원들에게만 배포됐을 뿐 책자를 이용해 담배 판촉행위를 했다거나, 이 책자가 흡연자들에게 전달돼 흡연량을 증가시켰거나 금연의지를 상실 내지 감소시켰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고 밝혔다.
또한 “KT&G가 타르와 니코틴 함유량이 적은 담배에 ‘라이트’ ‘초저타르’ 등의 이름을 붙였더라도 그로 인해 흡연자들의 흡연량이 증가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흡연자들의 폐암 발병이 피고들의 행위로 말미암았거나 촉진 내지 악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담배 첨가제에 의한 흡연 욕구 또는 폐암 발병 촉진
재파부는 “원고들은 KT&G가 담배의 향기가 맛을 좋게 하고 연기를 쉽게 넘어가게 하기 위해 담배에 다양한 물질을 첨가하고, 니코틴의 약리 작용을 향진시키기 위해 암모니아를 첨가함으로써, 흡연자들의 폐암 발병이 촉진 내지 악화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원고들은 KT&G가 니코틴의 의존성을 강화시키거나 유지시키기 위해 담배의 니코틴 함량을 조작해 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 군인 흡연 및 국산담배 장려정책으로 흡연 조장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은 군인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기호품으로 담배를 지급하다가 80년대 초반부터 개인기호품 구입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다가 2001년부터 이를 사병급여로 전환해 지급했으며, 2006년 현재 군납용 담배 디스 1갑은 시판가 2,000원의 12.5%인 250원에 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 대한민국이 군인들에게 흡연을 강요하거나 권장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 대한민국이 국산담배 장려정책을 폄으로써 이 사건 흡연자들의 흡연을 조장했다고 주장하나, 원고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위 정책은 국산담배와 외국산 담배 중 국산 담배를 선택해 달라는 취지의 것일 뿐, 담배소비 자체를 촉진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첫 담배소송 흡연자 패소…판결문 쟁점 분석
서울중앙지법, 폐암과 흡연 글쎄?…담배업계 손 들어줘 기사입력:2007-01-27 17: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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