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오늘 우리는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대한민국 유통업 2위 기업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2만 명의 노동자들이 26년 1월, 평생 처음으로 ‘임금 0원’이라는 현실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에게 월급은 숫자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학비이고, 부모님의 요양비이며, 이번 달을 버틸 수 있느냐를 가르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이하 노조)가 2026년 1월분 임금 전액 체불 사태와 관련, 26일 오전 10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홈플러스 김광일 부회장(대표이사)을 근로기준법 위반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하고, 사측 관변 기구 의혹을 받는 ‘한마음협의회’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체불된 임금 즉각 지급 및 생존권 보장, 김광일 대표이사 처벌 및 법적 책임 추궁, 고용노동부의 강력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이 사태는 경영의 실수나 위기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투기자본 MBK는 부동산과 알짜 매장을 팔아치우며 회사를 철저히 망가뜨려 왔다. 이제는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을 통해 책임은 회피하고 손실은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먹튀’를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2만 노동자의 임금을 인질로 삼아 벌이는 계획된 범죄"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노조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최근 영장실질심사 당시 “불구속 상태여야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지난 14일 전 직원에게 1월 급여 지급 불능을 통보했다.
노조는 고소장에서 “피고소인은 기업회생 절차를 이유로 임금이 공익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우선 변제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안 지부장은 이에 대해 “명백한 사법부 기만이며, 노동자의 생존권을 담보로 한 악질적인 협박”이라고 직격했다.
특히 노조는 사측이 임금체불의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며 조직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경영진 메시지를 통해 “노조가 구조혁신안에 동의하지 않아 긴급운영자금(DIP) 확보가 어렵고, 이로 인해 급여 지급이 연기되었다”는 취지의 내용을 유포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DIP 대출과 노조 동의는 상관관계가 없음이 확인되었다”며 “허위 사실로 노조에 대한 반감을 심어주는 것은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를 위반한 명백한 ‘지배·개입’ 행위”라고 강조했다.
오지운 강서점 직원은 “시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시고, 시아버지는 얼마 전 치매 진단을 받으셨다. 집안 살림은 거의 제 월급에 의지해왔는데 회사가 임금체불로 그 줄을 끊어버렸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아들의 앞날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이번 달 월급이 나올지부터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임금은 부탁해서 받는 돈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로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라며 가장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전인순 월곡점 직원도 “대학 2학년이 된 늦둥이 아들의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내야 하는데 급여 연체라는 말을 듣고 가족 모두가 놀랐다. 차곡차곡 모아둔 적금을 깨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으로의 미래가 두려워 마음 한편이 시린다. 이 차가운 겨울날, MBK 대표들이 직원들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도리를 다해주길 부탁드린다”며 13년 헌신한 회사의 배신에 눈시울을 붉혔다.
노조는 이번 사태에서 사측의 회생계획안에 동의한 ‘한마음협의회’ 즉 근로자대표의 정당성 문제도 정조준했다.
노조는 별도의 진정서를 통해 ▲현 근로자대표단이 본사 사무국으로 발령받아 상근하는 점 ▲직전 대표가 임기 후 부점장으로 승진한 사례 등을 제시하며 이들이 독립성을 상실한 ‘사측 관변 기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며, 임금 지급과 홈플러스 정상화, 그리고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임금을 볼모로 노조 탄압”... 마트노조, 홈플러스 김광일 부회장 고소
기사입력:2026-01-26 12: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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