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원세훈 항소’ 머뭇…이미 1심 재판부가 항소이유 3가지 줬다

원세훈 ‘국정원법 무죄’ 주장 항소 vs 서울중앙지검은 공소심의위원회 열어 항소 여부 결정 기사입력:2014-09-17 14:46:25
[로이슈=신종철 기자]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불법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돼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을 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항소했다. 국가정보원법 위반으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서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은 17일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항소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내일이 항소기한이다. 외관상으로는 신중한 모양새다. 하지만 검찰이 통상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형사사건에서 불만족스런 재판 결과가 나오면 즉각 항소의사를 밝혀왔던 전례에 비춰 보면 사뭇 다른 형국이다. 더욱이 전례가 없는 중대범죄라고 기소한 검찰이기에 의아하다.

특히 국정원 댓글사건을 맡아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은 2013년 10월 21일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국정원법에도 선거운동 금지법이 있다. (댓글사건) 이것은 선거사범 중에는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중범죄라고 생각했다. 저는 공안검사를 하면서 선거사범은 많이 다뤄보지 않았지만 선거사범으로 친다면 이거 이상 중한 범죄가 있나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엄중한 사건이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전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검찰이 즉각 항소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인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른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라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기에 검찰의 태도를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변은 “검찰이 명백히 선거법 위반인 사건에 대해서도 계속 정권의 눈치를 보며 항소를 미루거나 포기한다면 이는 권력에 굴종하는 정치검찰임을 다시 한 번 인정하는 것이며, 사법정의를 훼손하는 당사자가 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민변의 지적처럼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항소를 망설이거나, 머뭇거리거나,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검찰은 오히려 항소를 통해 검찰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검찰이 반드시 항소해야 할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서울서초동에있는서울중앙지검과서울중앙지법

▲서울서초동에있는서울중앙지검과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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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국정원 댓글사건’ 불법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로 인해 재판부는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을 인정해 국정원법 위반은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선거개입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죄를 선고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결은 한 마디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라는 판결과 같다는 비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재판부에 꼭 비판의 화살을 꽂아야 할 것도 아닌 부분도 있다. 검찰이 원세훈 사건을 반드시 항소해야 할 이유 세 가지를 오히려 재판부가 제시해 줬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통상 검찰이 기소한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면 검찰은 법리검토를 재정비해 항소한다. 그런데 이번 원세훈 사건 1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재판부가 검찰이 항소를 할 수밖에 없는, 항소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판결문을 통해 친절하게 제시해 줘, 검찰 입장에서는 법리검토의 수고를 할 필요조차 없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검찰이 항소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재판부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당초 검찰은 지난 7월 15일 마지막 결심공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4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그런데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으니, 외형상으로만 봐야 당연히 검찰이 불만족스런 재판 결과다. 그렇다면 검찰은 당연히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해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재판부가 검찰이 항소해야 하는 이유, 아니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판결문에서 제시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에 의한 조직적인 정치관여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지시한 행위는 자신의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서 비난가능성이 크다”, “어떠한 명분을 들더라도 절대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의 사이버 활동은 선거 시기에 있어서 자칫 주권자인 국민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한 행동”, 특히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설시한 것이다. 정리하면 1심 재판부가 이미 이렇게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한 범죄로 규정해 판단을 제시해 줬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는 항소심 재판부에 다시 1심 양형이 적절한지 판단을 구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이미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소에 전혀 부담이 없다는 얘기다.

두 번째 검찰이 항소해야 하는 이유는, 민변을 비롯한 수많은 법조인들 특히 현직 부장판사까지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을 인정하면서 선거개입을 인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 무죄 판결은 ‘궤변’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대목이다.

검찰은 당초 선거법 무죄 판결 직후 강하게 반발하며 항소의사를 적극 행사했어야 했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에게 항소 여지를 던져줬다는 점도, 검찰로서는 항소를 해야만 하는 이유다.

실제로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제18대 대통령선거 시기 즈음에도 대선 후보자 또는 후보예정자 등과 그들의 소속 정당에 대한 반대ㆍ비방 취지의 글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심리전단 직원들이 제18대 대통령선거 시기에 선거운동을 했고, 이와 같은 선거운동을 피고인(원세훈 등)들이 지시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비록 여러 이유를 들어 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판결했지만, 이렇게 재판부 역시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의한 선거운동에 강한 의문을 판결문에 내비쳤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검찰이 항소를 해야 하는 이유는, 검찰의 실수나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나 민변이 지적한 것처럼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때 제85조와 제86조를 모두 포함시켜 재판부에 판단을 맡겼어야 했다.

그런데 검찰은 제85조 혐의만으로 기소했고, 재판부는 검찰이 판단을 요구한대로 선거법 제85조만 적용시켜 판결을 내리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재판부가 검찰에게 선거법 제86조도 포함시키라며 공소장변경을 얘기할 수 있었는데 라는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제85조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조항보다 더 폭넓은 개념인 제86조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금지’ 조항도 공소장에 포함시켜 재판부에 판단을 맡겼어야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법조인들의 지적은 바로 이 부분은 무조건 항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판부는 “검사는 공직선거법 제255조 제3항 제2호, 제85조 제1항을 적용해 피고인들이 공무원으로써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취지로 공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선거 또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들이 직원들에게 선거운동의 지시를 해 그에 따라 선거운동이 이루어졌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렇게 검찰이 공소장에 제86조 위반을 포함시키지 않았기에 재판부도 폭넓게 적극적인 검토를 하지 않고 ‘별론으로 하고’라면서 제86조 위반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민변은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 또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한다고 판시해 1심에서 기소된 공직선거법 제85조(공무원의 선거 관여 금지)가 아닌 제86조(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에 의해서는 처벌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며 “검찰은 1심에서 제86조를 예비적으로 추가해 공소유지를 못한 과오를 항소심에서라도 만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검찰이 처음에 법리적용에 면밀하지 못해 체면을 구긴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고, 특히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항소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반드시 받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가 비록 국민적인 비판을 받는 판결을 내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판결문에서 검찰이 항소를 해야 하는 이유 세 가지를 친절(?)하게도 마련해줬다. 결론적으로 검찰이 항소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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