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검사 출신인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13일 예산안 파동에 대해 “조급하게 강행처리한 우리의 잘못이 더 크다”고 전제한 뒤 “과연 당이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끌려 다니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최고위원 홍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 파동의 책임자로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사퇴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당이 독자성을 상실했다는 일각의 지적”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의 지도부는 조롱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고, 더더욱 맹종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총선과 대선은 당이 치르는 것이지 청와대가 치르는 것이 아니다”고 사실상 ‘보이지 않는 손’으로 청와대를 암시했다.

그는 지난 11일 당ㆍ청회동에 언급하며 “고 의장의 사퇴는 당이 정해야 하는데, 언론보도를 보면 고 의장의 사퇴를 청와대가 정한 것처럼 돼 있다”며 “이 시점에 당청회동을 해서 고 의장이 사퇴했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나라당의 지지는 국민으로부터 오는 것이지, 청와대로부터 오는 게 아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거듭 청와대를 언급하며 당을 지적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의 책임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 같은데, 그것은 잘못”이라며 “재정부는 예산을 관료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이고 정치적, 국민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은 국회와 당의 책임”이라고 경계했다.

특히 서민예산을 삭감하고 실세 인사 지역구의 예산증액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는 ‘쪽지 예산’으로 심사없이 증액된 소위 실세지역구 예산이 있다면 예산집행 과정에서 집행유보를 해주기 바란다”며 “반영되지 못한 서민예산은 예비비를 통해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템플스테이 예산 감액과 춘천-속초간 고속화철도 예산 미반영은 돈 문제가 아니라 불교계와 강원도민의 자존심 문제”라며 “우선 당이 불교계와 강원도민에게 잘못을 빌고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 8일 본회의장에서 의장석 몸싸움을 보면서 1996년 12월 25일 노동법 기습처리를 생각했다. 당시 우리는 승리했다고 거사를 축하하고 축배를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YS정권의 몰락의 신호탄이 됐다”며 “다시 1996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매고 전열을 재정비해서 이 정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정권재창출로 나갈 때”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