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자는 “무섭다”는데, 경찰 “증거 부족”...경찰·피해자 스토킹 위험 인식 괴리 ‘심각’

[형사정책 연구브리핑] 엇갈리는 스토킹 위험 판단…"경찰은 증거, 피해자는 공포감" 기사입력:2025-12-27 22:56:04
스토킹 피해자가 신고하면 경찰은 즉각적인 위험성을 평가해 '피해자 보호조치'를 검토하게 된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상 피해자 보호조치는 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로 구분되며, 그중 '긴급응급조치'는 피해자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응급조치'는 경찰이 현장 출동 시 즉시 시행하는 기본 조치로, 스토킹 행위 중단 통보, 서면 경고, 가해자·피해자 분리, 보호시설 연계 등을 포함한다. 여기에 더해 상황이 급박하거나 반복 피해가 우려될 경우, 경찰은 '긴급응급조치'를 직권 또는 피해자 요청에 따라 시행할 수 있다. 긴급응급조치에는 주거 등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이 포함된다.

이후 검사가 재범 우려를 인정하면 법원에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으며, 법원은 접근 금지, 전자장치 부착, 구치소 유치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강소영·박영빈(건국대) 연구팀(2025)의 연구에 따르면 경찰과 스토킹 피해자 간 긴급응급조치 판단 기준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경찰이 피해자의 범죄 두려움을 과소평가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하며, 피해자의 정서적 위험을 반영할 수 있는 경험 기반 교육과 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강소영·박영빈(건국대) 연구팀(2025)의 연구에 따르면 경찰과 스토킹 피해자 간 긴급응급조치 판단 기준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경찰이 피해자의 범죄 두려움을 과소평가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하며, 피해자의 정서적 위험을 반영할 수 있는 경험 기반 교육과 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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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 위험 땐 즉각 개입…'긴급응급조치'의 현실

스토킹 사건에서 경찰의 현장 판단과 긴급응급조치 여부는 피해자 안전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제도 도입 초기부터 운영상 다양한 한계가 지적돼 왔고, 일부는 법 개정을 통해 보완되기도 했다.

긴급응급조치는 이름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찰–검사–법원을 거치는 승인 구조로 인해 신청부터 처분까지 최소 2~5일이 소요되면서, '긴급'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반복됐다.

특히 긴급응급조치는 '스토킹 행위를 지속·반복할 우려'라는 위험성 판단을 전제로 하는 조치임에도, 현장 경찰관의 31.9%는 긴급응급조치가 보호조치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은 과거 위반 시 과태료 부과에 그쳤던 구(舊) 법체계의 실효성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윤정숙 외, 2023).

최근 개정법에서는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을 가능하도록 규정하면서 이행 강제력이 일정 부분 강화됐다. 또한 보호 대상이 기존의 '스토킹 행위 상대방'에서 '상대방 등'으로 확대돼, 피해자의 가족이나 동거인도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됐다(윤정숙 외, 2023).

■ 경찰은 '법적 요건', 피해자는 '체감 공포'… 판단 기준의 출발점부터 다르다

다만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조치 여부를 둘러싼 경찰과 피해자 간 인식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긴급응급조치 결정과 요청 과정에서 경찰과 피해자 사이에는 판단 기준의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경찰은 법률상 요건과 객관적 증거를 중심으로 위험을 판단하는 반면,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느끼는 공포감, 심리적 위협, 과거 피해 경험과 같은 주관적 위험 요소를 보다 중요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강소영·박영빈(건국대) 연구팀은 '스토킹 긴급응급조치 결정·요청에 관한 경찰–피해자 간 판단기준 비교(<한국경찰학회보>)' 연구를 통해 경찰과 피해자 간 판단 기준의 차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 현장 판단 돕겠다는 '조사표', 실효성에는 의문

경찰은 현장 판단의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스토킹 긴급응급조치 판단조사표'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 조사표는 재발 위험 기준이 모호하고 예측 타당성 검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2년 11월 개정을 통해 위험성 점수제, 피해자 의사 확인, 가해자의 음주·약물 상태 등이 추가됐지만, 제도의 실효성보다 운영상 한계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조사표는 경찰의 경험과 직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감이나 반복적 위협과 같은 정서적 피해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호조치가 거부되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스토킹 조사표와 가정폭력 판단표를 병행 사용하는 과정에서, 구성요건 차이로 인한 혼선과 과도한 문항 수가 신속한 판단을 어렵게 한다는 현장 의견도 제기된다.

2023년 7월 개정된 온라인 스토킹 유형 역시 조사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가해자의 음주·약물 문제, 정신과 진료 이력, 극단적 선택 언급 여부 등은 확인 자체가 어려워 70% 이상 미기입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결국 경찰의 보수적인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서울 A경찰서 스토킹 사건 226건 분석… 판단 기준 차이 '데이터로 확인'

연구팀은 서울 A경찰서에서 2023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접수된 스토킹 사건 가운데 조사표가 작성된 226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112 신고, 고소·고발, 상담, 기관 통보 등 다양한 경로로 접수된 사건 자료를 바탕으로 경찰과 피해자의 긴급응급조치 판단 요인을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경찰의 긴급응급조치 결정 모형에서 중요도가 가장 높은 상위 변수는 '일상생활 곤란', '스토킹 심화 우려', '가해자·피해자 관계', '가해자 성별', '협박·폭행 경험' 등이었다. 반면 피해자의 긴급응급조치 요청 모형에서는 이들 요인에 더해 '스토킹 신고 이력'이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 경찰은 '행위 중심' vs. 피해자는 '과거 경험'에 민감

조사 결과 경찰은 가해자·피해자의 관계성과 가해자 행위를 중심으로 위험성을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남성 가해자-여성 피해자 조합을 보다 위험하게 인식하는 특성도 확인됐다. 또한 여성 피해자에게 자기 보호 조언을 할 가능성이 남성 피해자보다 높아, 성별에 따른 대응 차이 역시 드러났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별과 관계, 과거 피해 경험에 따라 스토킹 인식과 신고 의지가 크게 달라졌다. 특히 과거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경찰 신고 의향은 최대 20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중단 요구나 주변 도움을 요청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남성 피해자는 경찰 신고와 보호 요청에 보다 적극적인 양상을 보였다.

■ 결론: 판단기준의 '간극'이 보호 공백으로 이어진다

분석 결과, 경찰과 피해자 모두 '일상생활 곤란', '스토킹 심화 우려', '가해자 성별', '협박·폭행 경험'을 중요한 판단 요인으로 인식했다. 다만 피해자는 여기에 '스토킹 신고 이력'을 추가적으로 고려한 반면, 경찰은 신고 이력을 상대적으로 중시하지 않았다.

경찰이 피해자보다 보수적인 기준으로 긴급응급조치를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구진은 경찰의 소극적 대응과 피해자의 범죄 두려움을 과소평가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하며, 초동 대응 단계부터 피해자의 정서적 위험을 반영할 수 있는 경험 기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3 class="text-text-100 mt-2 -mb-1 text-base font-bold">▶연구논문- 강소영·박영빈(2025). 스토킹 긴급응급조치 결정·요청에 관한 경찰-피해자 간 판단기준 비교. 한국경찰학회보, 27(2), 221-246.

- 윤정숙·이승현·한민경·김지연(2023). 스토킹 범죄의 특성 및 대응 강화 방안 I. 연구총서 23-B-18.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 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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