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보이스피싱 피해금 5억 상당 백화점 상품권으로 전달 50대 국민참여재판서 징역 3년

고령의 피해자 4명 노후자금 피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가담하기로 순차적·암묵적 공모 기사입력:2026-10-30 13:09:02
창원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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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오대석 부장판사, 손지연·홍대훈 판사)는 2026년 10월 19일 고령의 피해자 4명을 상대로 5억 원에 달하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백화점 상품권으로 바꿔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에게 전달해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약칭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50대)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를 존중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의견을 평결했다. 배심원 1명은 징역 4년 및 벌금 4억2200만 원, 1명은 징역 4년, 3명은 징역 3년, 1명은 징역 2년 6개월, 1명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양형 의견을 냈다.

피고인은 2025. 8.중순경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수거책으로부터 전달받은 수표를 피고인 명의 계좌로 무통장 입금해 현금으로 상품권을 구매해서 지정하는 사람에게 전달해라'라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가담하기로 순차 공모했다.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은 2025. 9. 22. 오전 10시 30분경 불상지에서 경찰관이라고 사칭하며 피해자 D에게 전화해 “강서구 동사무소인데 E라는 사람이 당신의 주민등
록증 사본을 가져와 주민등록원본을 발급받으려고 한다.”라고 한 뒤 전화를 끊고, 재차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E를 붙잡았고 E가 당신 명의로 대출을 받은 거 같으니 본인 명의 계좌에 있는 돈을 F으로 이체한 뒤, F 계좌에 있는 돈을 수표로 인출해 놓으면 해당 수표에 대한 지문 검사를 해야 한다. 직원을 보낼 테니 수표를 건네 달라.”라는 취지로 거짓말했다.

피고인은 수거책을 만나 수표를 교부받아 같은 날 낮 12시 19분경 서울 강남구에 있는 모 은행 중앙지점에서 수표 2매(5,000만 원, 2,900만 원)를 은행원에게 제시하고 7,900만 원을 피고인 명의 농협계좌로 무통장 입금하고 계속해 2025. 9. 23. 낮 12시 56분경 서울 강남구에 있는 모 백화점에서 체크카드를 이용해 7,9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한 후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에게 이를 전달했다.

성명불상의 조직원은 2025. 9. 19.경 불상지에서 현대카드 직원, 금융감독원 직원, 검사 등을 사칭하며 피해자 O에게 전화해 “당신 명의 대포통장이 범죄에 이용되어 수사 중이다. 네가 가지고 있는 자금이 불법적인 자산인지 확인해야 하니 계좌에 있는 돈을 수표로 바꿔 직원에게 전달하라.”라는 취지로 거짓말했다.

피고인은 2025. 9. 23. 수거책을 만나 수표 1매(1억8000만 원)를 건네받아 같은 날 오후 3시 22분경 위 지점에서 은행원에게 제시하고 피고인 명의 농협계좌로 무통장 입급받아 위 백화점에 같은 방법으로 1억 80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한 후 이를 성명불상의 조직원에게 전달했다.

피고인은 2025. 9. 18. 조직원으로부터 수표 1매(8,500만 원)를 전달받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상품권을 구매해 전달했다.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은 2025. 9. 17. 오전 9시경 피해자 AG에게 전화해 검사를 사칭하면서 “피해자 명의 대포통장이 피해자 40명, 피해금액 32억 상당의 범행에 연루되었다. 7명이 피해자를 고소하여 기소되었다.”라고 거짓말하고, 재차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면서 “자산 검수를 하여 원상복구를 해주겠다. 현금을 인출하여 전달해라.”라고 거짓말했다.

피고인은 2025. 9. 23. 같은 방법으로 합계 1억 37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한 후 전달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각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른바 ‘작업대출’을 받기 위한 거래실적을 쌓는 절차라고 생각했을 뿐,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가담한다는 인식을 하지는 않았다. 피고인에게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 관한 고의가 없었고,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고(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등 참조), 공동가공의 의사는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의 공모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으며, 공범자 각자가 공범자들 사이에 구성요건을 이루거나 구성요건에 본질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분담한다는 상호이해가 있으면 충분하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6706 판결 등 참조).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성명불상자로부터 교부받은 수표를 이용하여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하고 다시 이를 다른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통상적인 대출을 위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고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가담하기로 순차적·암묵적으로 공모하여 판시 각 범행에 나아갔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히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하는 행위가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실행에 필요한 거래실적이라는 것 또한 사회통념상 이해하기 어렵다. 수표로 상품권을 구입하여 다시 노상에서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이를 전달했으며, 상품권을 전달받은 상대방은 상품권 액수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이처럼 서로의 신원과 액수를 확인하는 절차가 생략된 채 철저히 익명성이 유지되는 형태의 업무수행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의 수거 내지 전달 과정의 전형적인 모습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일당 10~20만 원 상당을 받았다.

피고인이 대출신청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대출이 최종적으로 실행되지 않는다면 대출 대행업체는 대출 실행에 따른 수수료를 취득하지 못하게 되는데, 대출 대행업체가 그와 같은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피고인이 지출한 경비를 보전하고 피고인에게 상품권 할인행사로 추가 취득한 백화점 상품권 재판매 이익(384만 원 상당)까지 취득하게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당시 각종 사업을 영위하는 등 다양한 사업경력이 있었다. 피고인은 자신이 행한 거래가 통상적인 대출 절차의 범주에 속하는지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큰돈을 나한테 맡기나?”, “그냥 저 사람들은 나한테 큰돈을 맡기고도 사람도 붙이지 않고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라고 진술했는데, 피고인 역시 판시 각 범행이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면서 급전의 필요 등을 이유로 애써 그 가능성을 외면한 채 각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금세탁책으로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이 범죄 조직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범행을 완성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피고인은 단기간에 4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각 범행에 가담했고 그 피해금이 대략 4억 8000만 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고령이고 피해금이 노후자금 등의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상당한 정신적,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은 범행의 객관적인 사실 그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기망한 것은 아니고, 확정적인 고의로 범행에 나아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범행 가담의 정도에 일부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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