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직장 내 지위가 추행에 이용됐는지가 쟁점

기사입력:2026-10-30 11:52:00
김태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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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이강훈 기자] 직장 상사의 신체 접촉이 성추행으로 문제 됐을 때,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상 지위나 권한을 이용한 추행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하관계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직장 내 지위가 행위에 어떻게 작용했는지와 접촉의 구체적인 내용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은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를 처벌한다.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 조항을 적용하려면 보호·감독 관계뿐 아니라 위계나 위력을 이용한 추행과 그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

보호·감독 관계는 직급의 명칭보다 실제 권한과 업무 관계를 토대로 판단한다. 업무를 지시하거나 평가하는 권한, 채용과 근무조건에 미치는 영향 등이 검토 대상이다. 대법원은 사실상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구직자도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고용계약 체결 여부만으로 적용 범위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보호·감독 관계의 존재와 그 지위를 이용한 위력 행사는 구별된다. 위력은 상대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힘으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권세의 이용도 포함한다. 실제로 상대의 자유의사가 제압됐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위력 행사 자체가 추행으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명시적인 불이익을 예고했는지만이 아니라 당시 언행과 접촉 경위, 당사자의 관계를 종합해 판단한다.

추행 여부 역시 접촉 부위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상대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구체적인 행동과 상황에 비춰 살핀다. 민감한 부위를 만지지 않았다는 사정이나 친근감의 표현이었다는 설명만으로 추행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회사 환영회에서 직원에게 러브샷을 강요하고 어깨동무를 한 혐의로 기소된 임원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 법원은 참석자들이 함께 어깨동무를 했고 신체 밀착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추행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러브샷에 대해서도 팔을 내밀고 직원을 바라본 행동이 전부였으며, 이것이 직장 내 지위·관계만으로 위력을 행사했거나 그러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반면 아르바이트생의 머리·허리·팔을 쓰다듬거나 양 손목을 잡아 의자에 앉히는 등 네 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식당 업주에게는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법원은 구체적인 피해 진술과 친구에게 피해를 호소한 대화 내역, 업주의 진술 번복 등을 근거로 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특정 부위를 만졌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라 행위의 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판단에 반영된 것이다.

고의와 범행의 동기도 구별된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의 성립에 성욕을 자극하거나 만족시키려는 별도의 동기나 목적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성적인 목적이 없었다는 해명만으로 고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추행과 고의가 모두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수사·재판에서는 당사자의 진술과 메시지·영상·주변인의 설명 등을 함께 살펴 당시 상황을 확인한다. 피해자가 현장에서 바로 항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신체 접촉에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피해 진술 역시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는지, 다른 증거와 맞는지 검토해야 한다. 양측의 설명이 다르다면 접촉 부위와 방식, 당시 오간 대화 등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관련 자료와 대조해 사실관계를 판단한다.

혐의를 다투는 경우에는 접촉 사실 자체가 쟁점인지, 접촉은 있었으나 위력 행사나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인지 구분해 사실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 대화와 영상은 일부 문장이나 장면만이 아니라 전후 맥락이 확인되도록 보존하는 것이 적절하다. 결국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직급이나 접촉 부위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업무상 지위에서 비롯된 위력이 행사됐는지, 해당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를 토대로 살펴야 한다.

도움말 법무법인 열연 형사전문 김태환 변호사

이강훈 로이슈(lawissue) 기자 lkh@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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