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무등록 전기공사로 대형화재(시가 20억2800만 원 상당)를 내 업무상실화, 전기공사업법 위반,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피고인들의 업무상 실화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청주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6. 7. 9. 선고 2025도21385 판결).
피고인 A(30대)는 청주시에 있는 한 건설업체 대표이고, 시·도지사에게 전기공사업을 등록하지 않았다. 피고인 B(50대)는 청주의 한 의원에서 건물 시설관리 및 화재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시설과장이다.
피고인 B는 2022년 3월경 병원 신관 1층 주차장 천장의 수도배관이 얼지 않도록 열선을 설치하는 공사(2022. 3. 21.~3. 25.)를 피고인 A에게 맡겼다. A는 시공 도중 발생한 전기 이상 등에 관해 피고인 B에게 통지해 B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B는 전기공사업 등록 여부확인과 공사업자들을 감독하면서 화재 등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는 안전확인표시가 있는 완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정온전선(일정 온도 이상 상승하면 자체적으로 전류의 양을 줄여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전선)과 온도센서, 전원 공급용 전선을 별도로 구입해 수도 동결방지 장치를 직접 제작, 정온전선의 끝부분은 비닐절연테이프로 마감했다.
공사가 끝난 뒤 열선이 연결됐던 콘센트의 차단기가 내려가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B는 2022년 3월 29일 차단기를 다시 올린 뒤 열선을 콘센트에 연결했고, 약 5분 후 주차장 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병원 신관과 구관 일부, 인접 모텔로 번져 시가 20억2800만 원 상당의 건물 3채 약 2500㎡(모텔 200㎡ 포함)를 불태웠다.
화재감식 결과 A가 설치한 정온전선의 말단부에서 합선에 따른 단락 흔적이 발견됐고, 다른 발화 원인으로 볼 만한 전기적·기계적 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A가 무등록 상태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열선을 제작·설치하고 전기 이상 가능성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B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봤다. B에게는 A의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공사를 맡긴 데다 공사를 제대로 지휘·감독하지 않고, 콘센트 이상이 발견됐는데도 안전 점검 없이 열선을 작동시킨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두 사람을 업무상실화 혐의로 기소했다.
A는 이와 별도로 무등록 전기공사업을 한 혐의( 전기공사업법 위반)와 안전확인표시가 없는 수도동결방지기를 사용한 혐의(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쟁점사안) 화재를 일으킨 합선의 구체적인 원인과 과정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등록 시공업자인 A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전기장치를 제작·설치한 행위와 시설관리자인 B가 공사업자의 자격과 시공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은 행위를 업무상 과실로 인정할 수 있는지.
1심(청주지방법원 2025. 1. 14. 선고 2024고단66 판결)은 두 사람의 업무상실화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 6개월, 피고인 B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지켜야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대규모 화재를 발생시켰다. 피고인들이 위반한 주의의무 정도가 상당히 중하고 법정에 이르기까지 과실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았다. 화재로 인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재산적 손해는 보험금 지급으로 일부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A는 화재발생의 가장 주요한 원인을 제공핝 자이다. 별다른 자격이니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실력 내지 경력도 없이 전기 공사를 하다가 매우 큰 규모의 화재를 발생시켰으면서도 이 법정에서조차 자신의 시공방법이 문제없이 우수하다고 강변했다. 피고인 B는 화재에 기여한 정도가 크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
피고인들은 업무상과실이나 화재발생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원심(2심 청주지방법원 2025. 11. 26. 선고 2025노106 판결)은 피고인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업무상실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피고인 A와 B의 업무상실화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은 마감된 부분의 합선으로 발생한 단락이지만, 피고인 A의 열선 제작이나 설치 작업이 단락의 원인이 되었다거나 피고인 A에게 단락을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 B가 전기공사업법에 따른 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공사를 맡긴 과실은 있지만, 피고인 A으로 인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그 과실과 이 사건 화재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고, 피고인 B에게 이 사건 화재 발생에 관한 다른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검사는 상고했다.
대법원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 화재는 피고인 B의 관리범위 내에서 그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A가 설치한 통상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전기장치에서 발생한 것임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화재의 발화 원인이나 구체적인 과정을 단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공사에 관한 피고인 B의 업무상 과실과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와 여러 간접사실을 종합해 업무상 과실과 화재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업무상실화죄에서 과실과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반드시 화재의 구체적인 발화 과정이 직접증거로 명확하게 밝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 B는 전기공사에 관한 등록이나 자격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친분으로 소개받은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공사를 맡겼고, 이후에도 피고인 A의 공사 진행 전반을 지휘ㆍ감독하거나 안전한 시공이 이루어지도록 점검했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화재는 피고인 A가 설치한 정온전선 중 비닐절연테이프로 마감한 말단부의 합선으로 발생했다. 전원을 연결한 후 약 5분 만에 발화 했으며, 그 외 방화 가능성이나 화재의 원인으로 추정할 만한 다른 전기적ㆍ기계적 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실화죄에서의 업무상 과실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파기범위) 원심이 경합범으로 공소제기된 수 개의 범죄사실 중 그 일부에 대하여 유죄, 일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검사가 상고했으나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하지 아니한 경우, 그 유죄 부분은 상소기간의 도과로 확정되는 것이므로 무죄 부분의 상고가 이유 있는 경우에도 그 무죄 부분만이 파기되어야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도140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5도7473 판결 등 참조).
피고인 A에 대하여는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만이 상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은 파기사유가 있는 무죄 부분에 한하여 파기될 수밖에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대법원, 무등록 전기공사로 대형화재 업무상 실화 부분 무죄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26-08-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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