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과거 여성 국회의원과 청문회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공직 자질 논란이 제기됐던 이재태 원장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18명의 근태 불량자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보건복지부 요청으로 진행된 단 5일간의 짧은 점검에서 전방위적인 복무 부실이 드러나면서, 이 원장이 내부 단속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식물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1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 12월 4일 '2025년도 새 정부 시기 공직기강 자체 점검 추진결과'를 공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11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실시한 내부 점검에서 총 18명의 복무 규정 위반자를 적발해 신분상 조치를 내렸다.

적발 내용 중 1명은 정당한 사유 없는 무단결근으로 '징계 요구' 조치를 받았으며, 나머지 17명은 근태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나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번 점검은 보건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새 정부 시기 공직사회의 근무 분위기를 일신하고 엄정한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실시됐으나, 결과적으로는 연구원의 '기강 붕괴' 실태만 확인시켜 준 꼴이 됐다. 기관장이 재임 중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무단으로 자리를 비우는 등 기초적인 복무 시스템이 마비된 것은 경영진의 조직 장악력이 상실됐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따가운 이유는 이재태 원장의 과거 행보 때문이다. 이 원장은 지난 2023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과거 SNS에 게시했던 정치적 편향성 발언과 국회의원 비하 표현 등으로 "공직자로서의 기본 소양이 부족하다"는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 원장은 취임 이전인 2022년 자녀의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을 받던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직후 SNS를 통해 '국민 눈높이와 기고만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정 후보자를 옹호했다.

해당 글에서 이재태 원장은 "청문회를 지켜보니, 여당(당시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맡은 것 같다. (중략) 신현영, 고민정, 강선우 등 젊은 여성의원들이 돌격대가 되어 각종 의혹 제기를 했고, 이 분들이 대답하기 어려운 요상한 질문을 하고 답을 머뭇거리면 국민의 명령이니 14만 의사들의 명예라며 답을 강요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조그만 꼬투리라도 보이면 시비를 걸고 국민들과 의사들에게 사과하라! 사퇴하라!를 반복했다"며 "워낙 의혹을 부풀리거나 개인적으로 시비성인 질문들이 많다"고 적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젊은 여성의원’ 운운하면서 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여성 의원들 거론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젊은 여성의원이 중년의 남성 후보자에게 질의한 게 문제였나"라고 질타했다.

질의가 끝난 뒤에도 이 원장은 "한 말씀만 드려도 되나"면서 "당시 저는 국회 청문회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아붙이는구나 라고 생각해서 썼다. 과도한 표현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부연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를 논하며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이 원장이, 정작 본인이 책임지는 조직 내부의 무단결근과 근태 태만은 사실상 방관해온 셈"이라며 "취임 2년이 넘도록 기초적인 복무 시스템조차 정립하지 못한 이재태 원장의 무능이 확인된 만큼,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