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A, 침해대응 유지비 35억 '돌려막기'…보안시스템 절반 교체 대상

유지보수 예산 부족분 4년 새 3.9배…사이버대피소 등 12개 사업비로 충당

전체 고도화 사업예산 9.3% 증가에도 기존 탐지·대응 예산 160억6000만원 감소

AI 대응에 올해 150억원 투입…신규 체계는 내년에도 구축·시험 단계
기사입력:2026-10-16 17:45:00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이상중 원장. 사진=연합뉴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이상중 원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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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여송 기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사이버 침해대응시스템 유지보수비 35억3100만원을 충당하기 위해 사이버대피소 등 12개 핵심 보안사업 예산을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보수 교부예산과 집행예산의 차이는 4년 새 약 3.9배로 커졌고, 침해대응 전산시스템의 절반가량은 교체 대상으로 분류됐다. 신규 AI 대응체계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가운데 기존 방어체계의 유지관리와 예산 배분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 유지비 부족분 4년 새 3.9배…12개 핵심 보안사업 예산으로 충당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ISA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침해대응센터(KISC)의 시스템 유지보수 교부예산은 2022년 41억1000만원에서 2026년 30억8000만원으로 25.1%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지보수 집행예산은 50억1700만원에서 66억1100만원으로 31.8% 증가했다.

교부예산과 집행예산의 차액은 2022년 9억700만원에서 올해 35억3100만원으로 약 3.9배 확대됐다. 유지보수 비용을 별도 교부예산만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규모가 갈수록 커진 셈이다.

KISA는 올해 부족분을 다른 보안사업 예산에서 충당했다. 사이버대피소 서비스 운영비에서 6억3100만원, 사이버위협 통합 탐지·대응 사업비에서 6억200만원을 조정했다. 두 사업에서만 12억3300만원으로 전체 조정액의 34.9%를 차지한다. 이 밖에도 24시간 종합상황실과 악성도메인 탐지 등 총 12개 사업에서 예산을 조정해 유지보수비로 활용했다.

이상중 KISA 원장은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매년 침해대응시스템이 증가하는 반면 유지보수 예산은 정체되고 있다"며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과기정통부와 협의해 일부 예산을 유지비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와 협의를 거친 예산 조정이라는 설명이지만, 본래 편성된 보안사업 예산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개별 사업의 운영과 성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전체 사업예산 늘었지만…기존 탐지·대응은 160억원 감소

유지보수비 부족 문제는 전체 사업예산이 증가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김남국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KISA의 해킹·바이러스 대응체계 고도화 사업예산은 2025년 본예산 578억8500만원에서 올해 632억5200만원으로 약 9.3% 증가했다. 그러나 별도로 배정된 유지보수 예산은 30억8000만원으로 동결됐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서도 사이버보안 사업별 예산 증감이 엇갈렸다. AI 기반 침해대응 예산은 지난해 2차 추가경정예산 50억원에서 올해 150억원으로 확대됐고, 침해사고 조사·분석 사업에는 83억원이 새로 편성됐다. 반면 사이버공격 탐지·대응 사업예산은 2025년 491억원에서 올해 330억4000만원으로 160억6000만원(32.7%) 감소했다. 위협정보 공유·협력 예산도 37억원 줄었다.

신규 AI 대응 투자가 확대되는 동안 기존 탐지·대응 사업예산은 줄고, 유지보수 예산은 부족분을 다른 사업에서 충당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예산 배분의 적정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보안시스템 절반 교체 대상…AI 대응체계는 내년에도 구축·시험

기존 침해대응 인프라의 노후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남국 의원실에 따르면 KISC가 운영하는 전산시스템 2065개 가운데 1046개(50.7%)가 취득 후 5년 이상 경과해 교체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서버는 278대, 소프트웨어는 516개로 집계됐다. 2006~2010년에 도입돼 16~20년이 경과한 시스템도 44개에 달했다.

취득 후 5년이 지났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시스템의 성능이나 보안 기능이 저하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교체 대상으로 분류된 시스템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유지보수 예산까지 부족하다는 점은 노후 인프라 관리계획의 적정성을 따져볼 대목이다.

여기에 AI 기반 침해대응체계 구축에 따른 추가 유지관리 부담도 예상된다. KISA는 올해 약 40억원 규모의 GPU 서버를 도입했으며 내년에도 약 60억원 규모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신규 GPU 장비의 유지보수비는 2028년 4억8000만원에서 2029년 12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AI 기반 침해대응체계에는 지난해 2차 추경 50억원과 올해 예산 150억원이 편성됐다. 현재 GPU 등 장비 도입과 시스템 개발이 진행 중이며, 2027년에도 100억원을 투입해 1차 구축과 시험·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주요 은행과 저축은행·캐피탈사 등 금융권에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일부 공격에서는 AI 기반 자율형 침투테스트 도구인 '아르텍스(ARTEX)'의 사용 흔적이 발견돼 AI 악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정부는 해당 흔적만으로 AI 활용 여부를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AI 해킹이 시작돼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AI 해킹 대응 시스템 구축이 내년 상반기에도 테스트 수준인 것은 문제"라며 대응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의원 역시 "최신 AI 장비에 수십억원을 투입하더라도 기존 인프라가 노후화돼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전체 침해대응체계가 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이상중 원장 "신고 밀려 처리 못할 정도"…국정원 협력 현황 답변도 엇갈려

이상중 원장의 국감 답변에서도 KISA의 침해사고 대응 역량을 둘러싼 문제가 제기됐다.

이 원장은 김현 의원이 해킹사고 증가 원인을 묻자 "최근에 AI 관련된 이슈로 인해 더더욱 보안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AI 탓이냐"고 되묻자 "예"라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AI를 해킹사고 증가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도 기존 탐지·대응 예산이 줄어든 상황을 지적하며, AI 대응 투자가 실제 예방과 대응 역량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따져 물었다.

관계기관 협력 현황에 대한 답변도 엇갈렸다. 이 원장은 국가정보원과의 협조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 현재 특별히 협조하는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반면 최우혁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실장은 "KISA하고 국정원하고 상시 정보 교류 체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협조 사항과 상시 정보교류체계는 구분할 필요가 있지만, 기관장과 주무부처 간 답변에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이 원장은 해킹사고 신고 처리 상황에 대해서도 "신고 들어온 것만 해도 엄청나게 많이 들어오고", "밀려 있는 일도 지금 처리를 못할 정도로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미처리 신고 건수와 처리 지연 기간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남국 의원은 과기정통부와 협의해 필요한 유지보수 예산을 확보하고, 교체 대상 시스템 1046개의 우선순위와 연차별 계획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 원장은 이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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