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에너지 정책 집행의 핵심 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이사장 이상훈, 이하 공단)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단 내 한 지역본부에서 개인정보 보안부터 예산 집행, 사업자 선정의 공정성, 임직원 복무 관리까지 전 분야에 걸친 시스템 해이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13일 알리오 경영공시에 따르면 공단 광주전남지역본부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총 8건의 위법 부당사항이 확인됐다. 이번 감사는 △ 열사용기자재 검사대상기기의 효율 및 안전 관리를 위한 검사업무 △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보급 활성화 및 시책 지원을 위한 지역 고유사업 △ 사업 수행 및 예산 집행의 적정성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위법·부당 사례 등을 중점으로 점검했다.

가장 심각하게 지켜볼 점은 개인정보보호 관리 미흡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제30조 등에 따라 개인정보 취급자인 공단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성 확보 조치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광주전남지역본부에서는 업무용 PC 내 개인정보를 포함한 파일이 암호화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보안 수칙을 위반한 셈이다.

예산 집행에서도 시스템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무너진 정황이 포착됐다. 감사에서는 법인카드 사용 예산과목 부적정 집행 사례가 다수 적발됐으며, 공단은 사업추진을 위한 비용을 국내 여비로 부적정하게 집행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비규정' 제3조에 따라 임직원은 일반적인 경로 및 방법으로 여비를 계산해야 하며, 과지급되거나 오지급되지 않도록 여비 정산업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 결과, 직원 일부가 일반적인 경로 및 방법으로 여비를 계산하지 않거나 일비, 운임비를 과지급·오지급 받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한 직원은 부산 협의회 참석을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했으나, 협의회 이후 서울로 이동해 숙박한 뒤 다음 날 광주(근무지)로 복귀하면서 숙박 출장으로 정산해 여비를 과지급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너지 정책 관련 사업 추진의 공정성 역시 훼손됐다. 광주전남지역본부에서 수행한 시민홍보협력사업을 전반적으로 조사한 결과, 2024년 시민홍보협력사업 최종 평가 과정에서 참여기관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원을 외부 평가위원으로 선정하여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시민홍보협력사업 집행지침'에 따르면, 사업 집행 실적 평가 시에는 공단 평가회의 내규를 준용하여 진행해야 하며, 이와 관련해 '위원회 관리 규정' 제10조에서는 위원이 당해 안건과 관련해 이해관계에 따른 사정 등으로 공정한 결정 및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심의·의결에서 제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전남지역본부에서는 관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최종 평가회의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해당 위원이 자신의 기관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업을 평가함으로써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외에도 공단은 계약 투명성 및 핵심 에너지 사업 면에서 관리 부실을 드러냈다. 설비확인 서류검토를 진행하는 RPS종합지원시스템은 신청서에 입력된 배우자 및 직계혈족의 성명 및 생년월일 정보를 토대로 해당 발전소의 500미터 이내에 동일사업자의 발전소가 있는지 자동으로 조회해주는 ‘동일발전소(지역) 조회’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공단 광주전남지역본부는 '배우자 및 직계혈족 성명 및 생년월일'이 입력되지 않았는데도 보완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 결과 RPS종합지원시스템의 '동일발전소(지역) 조회' 기능으로 점검할 수 없게 되어 동일사업자조회 절차가 누락될 수 있는 위험을 야기했다.

또한, 수의계약 과정에서 계약 첨부 서류를 누락해 ERP 시스템을 통한 내부 통제가 미흡해졌으며, 열사용기자재 검사 대상 기기에 안전검사 유효기간을 부적정하게 부여해 법적 안전검사가 누락되고 국민 안전사고 위험을 가중하는 등 안전 관리 임무까지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는 공공기관의 시스템 해이가 단순한 행정 오류를 넘어, 국민의 안전과 사업 공정성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전면적인 시스템 재정비와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