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먹 든 아이는 줄었지만, 전화기를 든 아이는 늘었다

기사입력:2025-11-10 16:35:49
대구달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조은숙 경위

대구달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조은숙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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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얼마 전, 한 통의 허위 폭파신고로 학교가 멈췄다. 대피 방송이 울리고, 교사는 아이들을 밖으로 이끌었으며 경찰과 소방이 출동했다. 신고자는 청소년이었다. 그는 조사에서 담담히 말했다. “그냥 장난이었어요.”

하지만 그 장난은 한 도시를 멈추게 했다. 불안에 떠는 학부모, 허겁지겁 뛰어나온 아이들, 그리고 현장을 수습하던 교사들의 눈빛 속엔 공포와 허탈이 동시에 섞여 있다.

예전의 장난은 이웃집 벨을 누르거나 친구의 자전거를 숨기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의 장난은 네트워크를 타고 사회를 흔든다. 손끝의 클릭이 한순간에 수백 명의 일상을 멈춰 세운다.

필자는 5년째 청소년 범죄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폭력의 양상은 달라졌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예전엔 분노가 주먹을 들게 했다면, 지금은 무감각이 전화기를 들게 한다. 직접적인 폭력은 줄었지만, 죄의식 없는 디지털 장난은 훨씬 넓고 깊게 번진다.

누군가를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말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하루는 무너진다. 법은 더 이상 관대하지 않다. 공중을 협박하는 행위는 형법상 중대한 범죄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처벌이 아니다. 그 이전의 ‘무감각’이다. 자신의 행동이 만들어낼 결과를 상상하지 못하는 아이들, 그 무감각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현실이다.

대구경찰은 이번 겨울, 예방에 더 집중하려 한다. 특히 수능 전후와 동계방학 기간 동안 청소년 선도·보호 활동을 강화한다. 학교와 협력해 공중협박, 거짓신고의 심각성을 알리는 특별예방교육을 확대하고, 지자체 및 청소년단체와 함께 유해환경 합동점검을 추진한다.

또한 가출이나 학교 밖 청소년을 조기 발견해 쉼터와 상담기관에 연계하고, 단순한 처벌이 아닌 재기와 회복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경찰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가 마음의 안전망이 되고, 가정이 대화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온라인 세상을 함께 바라봐야 하며, 지역사회는 청소년이 건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무심코 누른 버튼이 어떤 파장을 낳는지를, 우리 어른들이 먼저 보여줘야 한다. 한 통의 장난 전화가 남긴 건 단지 대피 방송의 기억이 아니다. 그 뒤에는 불안, 분노, 그리고 책임이 남는다. 아이들이 던진 작은 파문이 사회의 균열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지금 그 ‘무감각’을 끊어내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 겨울, 우리는 전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전화를 누르게 한 외로움과 무관심을 멈추려 한다. 아이들의 장난이 죄가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그 옆에서 함께 걸어야 할 때다.

-대구달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조은숙 경위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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