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키는 경찰, 그들은 누가 지켜주나"... 직무 스트레스에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경찰들

[형사정책 연구브리핑] 경찰은 시민의 마음을 지키지만, 정작 그들의 마음은 누가 지켜줄까 기사입력:2025-10-21 11:18:12
- "매일 목숨 걸고 출동하는데"… 경찰 10명 중 8명 "PTSD 시달려"
- "심부름센터 아닌데"… 스트레스에 무너지는 경찰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다. 하지만 경찰의 일상은 위험과 긴장, 그리고 사회의 과도한 기대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최근 여러 연구는 경찰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가 직무 만족도를 떨어뜨리며, 결국 이직이나 정신적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경찰의 업무는 '만능'에 가깝다. 신고 접수에서 범죄 수사, 치안 유지, 교통 단속까지, 경찰은 언제 어디서든 긴급 상황에 투입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면 뭐든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은 경찰에게 과도한 책임과 부담으로 돌아온다.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 불규칙한 근무는 늘 긴장과 피로를 낳는다.

직무 스트레스가 장기화되면 단순한 피로를 넘어 우울, 불안, 수면장애 등 정신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공무원의 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경비 및 범죄 예방 등 다양한 공적 영역의 안전과 직결되기에 경찰의 직무 스트레스는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조현미·권영채(가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경찰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논문(<동서간호학연구지>)을 통해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을 들려주었다.

조현미·권영채(가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정신적 소진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quot;문제 발생 후 개입하는 사후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의 심리·정신건강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quot;며 &quot;정기적인 심리상담과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 제도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연계 등 실질적 지원&quot;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사진출처=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조현미·권영채(가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정신적 소진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문제 발생 후 개입하는 사후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의 심리·정신건강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심리상담과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 제도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연계 등 실질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사진출처=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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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는 긴장 속 일상, "범죄 현장은 늘 예측 불가"


연구진의 심층면담은 경찰서·지구대·파출소 등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모두 2년 이상(평균 14.3년)의 현장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이었다.

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업무 특성상 "항상 긴장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살인·폭행 현장 등 예측하기 어렵고 가변적인 치안 환경에서, 범행 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이번엔 내가 다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 경찰은 "해야 하는 일이니까 들어가지만, 인간적으로는 무섭다"고 털어놨다. 특히 동료가 부상을 입거나 사건 현장에서 사망자를 목격할 때는 충격으로 남으며, 시간이 지나도 트라우마가 남아 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직간접적 경험에 의한 가슴 답답함, 불안함, 사건에 대한 재경험(flashback) 등의 부정적 정서 상태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전형적인 양상으로 본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죽음이나 심각한 신체적 위협을 포함한 충격적 사건에 노출된 뒤, 사건이 끝난 이후에도 당시의 충격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과도하게 각성하는 상태를 말한다. 실제로 경찰은 일반 직종보다 외상 노출 빈도가 월등히 높다.

■ '경찰 만능주의'가 만든 과중한 부담

우리나라 치안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지만, 그 이면에는 경찰의 과중한 업무와 정체성 혼란이 자리한다. 민원인들은 종종 경찰에게 법적 관할이 아닌 문제까지 해결해 달라고 요구한다. '무엇이든 경찰이 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만든 '경찰 만능주의'가 경찰을 압박하고 있다.

한 경찰은 "민원이 들어와 출동하면, 심부름센터를 불렀나 싶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해결할 수 없는 사안임을 설명해도 욕설이나 폭행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윤리적 잣대도 높다. "조금만 실수해도 '정의롭지 않다'며 비난받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경찰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직업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다.

■ 매뉴얼 밖의 현실과 상명하복의 조직 분위기...직무 스트레스 가중

현장에는 늘 변수가 있다. 경찰은 표준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지만, 실제 사건은 예측 불가능한 양상을 띤다. 매뉴얼대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왜 지침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질책이 돌아온다. "최선을 다해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은 무력감으로 이어진다.

한 경찰은 "100% 매뉴얼대로 할 수 없는 현장에서, 매뉴얼을 근거로만 평가받을 때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가 직무 한계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경찰 직무는 위계적이며 철저한 조직 중심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상관의 불공정한 업무 분배나 경직된 위계 문화, 그리고 '선배는 지시하고 후배는 따른다'는 업무 구조는 구성원 간의 소통을 줄이고 사기를 떨어뜨린다. 경직된 조직 문화는 조직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직무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 일을 계속하는 이유

그럼에도 경찰을 붙잡는 힘은 있다. 바로 시민의 감사와 인정이다. 면담 참여자들은 "고맙다"는 한마디, "수고 많다"는 짧은 격려가 버틸 힘이 된다고 말한다. "힘든 날도 있지만, 시민들이 고생한다며 인사해 줄 때면 다시 마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경찰 제복을 입은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가족과 이웃의 시선도 큰 힘이 된다. "여전히 정의롭고 공정한 직업으로 봐주는 시선이 남아 있어서 버틸 수 있다"는 한 경찰의 말은 경찰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보여준다.

■ 이제는 '경찰의 마음'을 돌볼 때

경찰의 직무 스트레스는 더 이상 개인의 고충으로만 볼 수 없다. 직무 스트레스는 공공안전과 직결된 사회문제다. 긴장과 두려움, 과중한 업무 속에서 경찰이 무너진다면, 결국 국민의 안전망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찰조직은 2014년부터 직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동행센터는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개입하는 사후 대응 방식에 머물러 있다. 연구진은 예방 중심의 심리·정신건강 지원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기적인 심리상담과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제도화하고, 필요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까지 연계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은 단지 사건 대응에만 있지 않다. 경직된 조직 문화, 선배의 비합리적 업무 분장, 불공정한 역할 분배 등 내부 구조적 요인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 경찰이 자신의 고유 업무에 집중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직무 재배치, 맞춤형 심리지지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

가족과 사회의 지지도 중요하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가족의 이해와 응원이 경찰의 직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경찰의 업무 환경과 특수성을 가족이 이해할 수 있도록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 캠페인도 강화해야 한다. 경찰에 대한 긍정적 사회 이미지가 확립될 때, 경찰도 국민의 안전을 지킬 힘을 얻는다.

■ 10월 21일은 '경찰의 날'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치안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지만, 그 이면에는 과중한 업무와 정서적 소진에 시달리는 경찰들의 현실이 있다. 이번 연구는 경찰이 경험하는 스트레스가 단순한 피로를 넘어 트라우마와 자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찰의 직무 스트레스 문제는 결국 국민 건강과 안전 관리의 핵심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경찰의 건강과 정신적 안정을 지키는 일이 곧 시민의 평안과 사회의 지속 가능한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길에서 만나는 경찰에게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를 건네보자. 그 짧은 인사가, 긴장과 부담 속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경찰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연구논문

조현미·권영채(2024). 경찰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동서간호학연구지, 30(2), 168-178.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 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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