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필자는 대학교 3학년 때 ‘범죄의 심리학적 이해’라는 수업을 들으며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다. 도박은 단순 오락이 아니라 ‘중독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도박장에는 없는 것이 있다고 했다. 거울, 창문 그리고 시계였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유를 듣고 섬뜩했던 기억이난다. 거울로 자신의 초췌한 모습을 돌보지 못하고, 창문으로 해가 뜨는
것을 알지 못한다. 시계가 없어 낮과 밤의 흐름을 몰라 현실 감각을 잃은 채 오직 게임과 돈에만 몰두하게 된다. 수백 번 베팅을 반복하면 참가자는 결국 돈을 잃는 ‘기대값 음수’로 설계된 도박장 안에 갇혀 오래 머물도록 설계된
구조인 것이다.
법무부 보호관찰소에서 처음 맡은 기소유예 교육은 도박사범 대상이었다.
첫 교시에 한 교육생이 이렇게 질문했다. “내 돈으로 내가 도박하고 잃은 건데 왜 국가가 간섭합니까?” 도박을 자유의 문제로만 보는 위험한 인식이었다. 이는 음주운전을 ‘내 차 내가 모는 것’이라고 말하거나 층간 소음을 ‘내 집에서 내가 뛰는 것’이라고 합리화하는 것과 유사하다.
도박은 단순히 개인이 돈을 쓰는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도박은 오락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끝없이 자극해 반복적인 몰입과 중독을 일으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도박으로 쉽게 돈을 따는 순간 뇌에서는 강한 쾌락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심리까지 더해지면서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이른바
‘비물질 중독’이다.
특히 인터넷 도박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기에 중독 속도가 훨씬 빠르다. 혼자 방 안에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생활 전체가 도박 중심으로 바뀌기도 한다.
도박치료 수강명령 교육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문장이 있다. “내가 한 일이 도박으로 처벌받는 줄 몰랐다.”라는 것이다. 게임 특성상 우연성이 개입되어 금전을 걸고 승패를 다투면 형법상 도박으로 처벌된다.
운동 결과는 자신의 실력에 귀속된다고 믿고 내기 골프를 쳤지만 바람이 부는 자연상태가 우연성으로 인정되어 처벌된 사례가 있었고, 기초생활수급자인데 처음 만난 사람과 게임을 해 오십만 원을 잃은 경우에도 처벌받았다. 우리가 흔히 도박이라는 단어에서 상상하는 고스톱, 포커 외에 윷놀이, 사다리 타기와 같은 게임도 승패가 우연히 결정되고 참가자가 2인 이상이면 처벌될 수 있다.
‘가끔 했을 뿐’이라는 생각과 달리 2년 10개월 동안 9차례에 걸쳐 도박을 한 사람은 단순도박죄가 아니라 상습도박죄로 인정된 사례도 있었다. 반복성과 지속성을 근거로 상습성이 인정되면 가중 처벌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도박을 쉽게 돈을 버는 방법처럼 생각한다. 잠시 돈을 딴 경험은 사람을 오히려 깊은 중독으로 이끌기도 한다. 수강명령 교육생들은 “이번에는 돈을 딸 차례였다.”, “조금만 더 하면 원금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심리적 함정에 대해 말했다.
수강명령에서는 앞선 행위가 다음 행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 시행을 알려주고, 추격 도박은 시행 횟수만을 증가시킬 뿐, 돈을 잃을 가능성은 점점 커짐을 설명한다. 홀짝 동전 던지기에서 첫 시행에 홀수가 나왔다고 해서 두 번째 시행에 짝수가 나오지 않지만, 도박사들은 이전에 돈을 잃었으니 이번에는 딸 차례라 생각하며 동전 던지기를 무한 반복하며 계속 돈을 잃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마지막 수업 중 한 교육생이 소감문에 “여기 와서야 비로소 나의 시간, 인간관계, 삶의 균형까지 무너졌음을 깨달았다. 내가 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단도박하겠다.”라고 했다. 이는 도박‘치료’ 수강명령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도박‘예방’강의가 자리 잡기를 희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도박을 오락 또는 자유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내 돈으로 내가 도박하는 게 무슨 문제냐’라는 말 속에는 도박의 중독성과 파괴력에 대한 위험한 착각이 숨어 있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의 일원으로서 필자의
이 짧은 글이 도박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우리 사회에서 도박 범죄를 예방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서울남부보호관찰소 김진미 계장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기고]‘내 돈으로 내가 도박하는 데 처벌받나요?’
-도박치료강의 수강명령을 집행하며 생각한 도박에 대한 오해에 대하여 기사입력:2026-07-22 10: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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