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늦장 역학조사’…기다리다 숨진 노동자 133명

10명 중 7명은 사후 산재 인정...“조사 지연이 노동자 생명 빼앗아”

안전보건공단·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 기간도 급증
기사입력:2025-10-14 11:47:11
[로이슈 전여송 기자] 근로복지공단의 역학조사가 장기화되면서 산재 인정을 기다리다 숨지는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 인정 가능성이 높은 사례임에도 조사가 지연돼 노동자들이 원인도 모른 채 사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4일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국회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안산시 병)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역학조사 기간 중 사망한 노동자는 총 133명에 달했다. 이 중 72.4%가 사후에야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9년 사망자 8명 전원이 산재로 인정(100%)됐고, 2020년 82.4%, 2018년 77.8%, 2021년 75.0% 등 대부분의 해에서 높은 인정률을 보였다. 올해(2024년) 역시 절반이 넘는 52.2%가 사망 후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역학조사 절차는 해마다 길어지고 있다. 질병 산재 신청 후 특별진찰을 거치면 평균 166.3일이 소요되며, 역학조사까지 포함할 경우 평균 604.4일이 추가로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최종 판단까지 약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의 건당 역학조사 기간은 2020년 275.2일에서 2023년 588.8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시 같은 기간 441.4일에서 699.8일로 조사 기간이 증가했다.

조사 지연은 업무 과부하와 인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 조사 건수 대비 완료 비율은 2020년 49.5%, 2021년 41.9%, 2022년 38.0%, 2023년 54.4%, 2024년 44.3%로 대부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역학조사 의뢰가 급증한 반면, 이를 감당할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해철 의원은 “산재 인정 가능성이 10명 중 7명에 달하는데도 역학조사가 지연돼 노동자들이 병의 원인조차 모른 채 세상을 떠나고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조사 기간 단축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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