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 맞고, 칼에 위협당해도 말 못하는 남성들"...부부·연인 간 폭력에 대한 고정관념의 덫

[심층 연구 분석] 부부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 속 폭력 당하는 남성들...신체·성적·심리적 폭력 피해 심각 기사입력:2025-04-10 14:39:48
- “무기를 들고 때렸다, 자고 있을 때 맞았다”...성 고정관념과 수치심 때문에 신고조차 망설여져
- 베이츠 박사, 폭력 피해 남성 161명 심층 인터뷰 연구..."‘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때문에 피해를 인정하는 것조차 약하다는 낙인을 받을까 봐 두려워 해"

부부나 연인 관계에서 폭력이 이뤄지면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문제는 주로 여성 피해자에 초점을 맞춰 다뤄졌고, 이 때문에 남성 피해자는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남성도 신체적, 성적, 심리적 폭력을 겪고 있으며, 특히 ‘강압적 통제’라는 비신체적 폭력의 피해자로서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보고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친밀한 관계 폭력(Intimate Partner Violence, IPV)’은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처럼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뜻한다. 지금까지 이 문제는 주로 여성 피해자에 초점을 맞춰 다뤄졌고,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이에 영국 컴브리아(Cumbria) 대학의 엘리자베스 베이츠(Dr. Elizabeth A. Bates)는 남성 피해자들의 경험을 깊이 들여다보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베이츠 박사는 부부, 연인 등 가까운 관계에서 일어난 폭력 피해 남성들을 심층 면접한 결과, 피해 남성들은 언어적 모욕부터 무기를 이용한 심각한 신체적 공격, 강제 성관계 요구, 경제적 통제와 가스라이팅까지 다양한 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강압적 통제"가 가장 큰 문제로 꼽혔으며, 남성들은 성별 고정관념과 수치심으로 인해 피해 사실을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 기사에서는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피해자로서 남성이 겪는 현실과 이들을 위한 지원 체계의 필요성을 연구 결과를 통해 살펴봅니다.

영국 컴브리아 대학의 베이츠 박사는 부부 연인 등 친밀한 관계 속 폭력당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체적 공격, 강제 성관계 요구, 경제적 통제와 가스라이팅까지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밝혔다. / 이미지=Ai 디자인팀

영국 컴브리아 대학의 베이츠 박사는 부부 연인 등 친밀한 관계 속 폭력당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체적 공격, 강제 성관계 요구, 경제적 통제와 가스라이팅까지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을 밝혔다. / 이미지=Ai 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

■ 무엇을, 왜 조사했나?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여성의 폭력은 정당방위이고, 남성은 폭력을 당해도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다른 연구들에서 남성과 여성이 친밀한 관계에서 비슷한 수준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으며, 남성도 심각한 피해를 겪는다는 점이 밝혀졌다. 특히 ‘강압적 통제’는 돈을 빼앗거나 모욕, 위협, 고립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상대방을 억압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여성 가해자가 남성에게 이런 통제를 자주 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남성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부족했고, 이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팀은 남성 피해자들이 여성 파트너에게 어떤 폭력을 겪는지, 그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조사 자료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 영국의 ‘Mankind Initiative’ 같은 남성 피해자 지원 단체를 통해 설문으로 모았다. 설문에는 언어적, 신체적, 성적 폭력 경험과 강압적 통제, 그리고 ‘가스라이팅’(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정신적으로 흔드는 행위)에 대한 질문이 포함됐다.

■ 무엇을 발견했나?

조사에는 20세에서 82세 사이의 남성 161명이 참여했으며, 평균 나이는 44세였다. 참여자 대부분은 백인(77.6%)이고 영국인(57.9%)이었다. 이들은 언어적, 신체적, 성적 폭력뿐 아니라 강한 강압적 통제를 겪고 있었다. 언어적 폭력은 고함, 비난, 모욕으로 시작해 신체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신체적 폭력은 뺨을 때리는 것부터 생식기를 공격하거나 망치, 칼, 다리미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심각한 사례까지 포함됐다.

일부 남성들은 잠을 자는 동안 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고, 이런 갑작스러운 폭력은 일상에서 늘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했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은 반격하지 않았고, 여성의 폭력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단순히 정당방위라고 보기 어려웠다. 성적 폭력도 적지 않았다. 강제로 성관계를 맺게 되는 등 심각한 피해 사례가 보고되며, 남성도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힌 건 강압적 통제였다. 피해자들은 돈을 빼앗기거나, 휴대폰을 감시당하고, 자녀를 이용한 조작, 거짓 신고, 사회적 고립 등을 겪었다고 했다. 특히 가스라이팅은 관계가 끝난 뒤에야 깨닫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자존감 상실과 심리적 상처로 이어졌다. 또 폭력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예측 불가능성은 피해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겼다. 언제 공격당할지 몰라 늘 조심하며 살았다고 입을 모았다.

■ 연구가 말하는 중요한 점은?

이 연구는 남성 피해자가 폭력 통계에서 빠지거나 축소되는 이유를 짚었다. 응답자 중 25.6%는 피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털어놓더라도 친구나 가족에게 말하는 경우가 많았고, 경찰이나 지원 기관에 도움을 청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유는 성별 고정관념, 수치심, 제도에 대한 불신 등이었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때문에 피해를 인정하는 것조차 약하다는 낙인을 받을까 봐 두려워했다. 현재 폭력 피해자 지원 시스템은 주로 여성 피해자와 남성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남성 피해자를 위한 도움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구조 때문에 남성 피해자들은 도움을 요청하기 더 어려워한다.

연구팀은 남성 피해자도 폭력 피해자로 인정받고 지원받을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남성 피해자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늘어나고, 전문 상담소 같은 기관이 눈에 띄게 운영돼야 한다. 이번 연구가 던진 메시지처럼, 정책과 예산도 남성 피해자의 현실을 반영해 바뀌어야 때다.

▶기사 연구 논문

Bates, E. A. (2020). “Walking on egg shells”: A qualitative examination of men’s experiences of intimate partner violence, Psychology of Men & Masculinities, 21(1), 13-24.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주식시황 〉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2,549.89 ▼15.53
코스닥 718.36 ▼8.10
코스피200 337.66 ▼1.40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36,233,000 ▲54,000
비트코인캐시 519,500 ▼1,000
이더리움 2,591,000 ▼5,000
이더리움클래식 24,120 ▲30
리플 3,225 ▲9
이오스 983 ▲2
퀀텀 3,134 ▼9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36,299,000 ▲199,000
이더리움 2,591,000 ▼4,000
이더리움클래식 24,170 ▲100
메탈 1,210 ▲1
리스크 768 ▲1
리플 3,227 ▲13
에이다 1,005 ▲5
스팀 214 ▼1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36,290,000 ▲130,000
비트코인캐시 520,000 ▼1,000
이더리움 2,592,000 ▼6,000
이더리움클래식 24,110 ▲10
리플 3,228 ▲12
퀀텀 3,140 0
이오타 299 0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