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전체가 공간 내부에 침입한 것은 물론 몸의 일부, 예컨대 얼굴을 들이밀거나 손을 넣는 행위만으로도 침입이 인정될 수 있다. 심지어 실제로 신체가 공간 내부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기도 한다. 최근 공동주택에서 이웃 간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며 이웃집에 항의를 하기 위해 찾아가는 사례가 많은데,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쾅쾅 두드리며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등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를 한다면 신체적 침입이 없다 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
참고로 주거침입죄에서 주거란 사람이 거주하는 곳, 자고 먹는 침식의 장소라면 인정되고 반드시 집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차단기나 잠금장치 등을 설치해 둔 상태라면 그러한 시설을 통과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복도나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 주차장 등의 장소도 주거로 인정된다. 단독 주택 등의 경우에는 대문과 담 등으로 외부와 확실히 구분 지어진 마당, 테라스 등 외부 공간도 주거로 인정된 판례가 있다.
법무법인YK 박준환 형사전문변호사는 “연인 또는 부부 관계가 해소된 후 상대방의 주거를 찾았다가 주거침입죄가 적용되는 경우도 많다. 과거 일상적으로 출입했던 장소라 하더라도 침입 행위가 발생할 당시 거주자 또는 관리자의 명시적,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깨치는 행위라면 무엇이든 주거침입죄로 처벌받게 되므로 막연하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상 속에서 누구나 연루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