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추모 기자회견…갑질근절·가해자 처벌 촉구

기사입력:2023-03-17 12: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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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전국민주일반노조)
[로이슈 전용모 기자]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 전국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는 3월 17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S아파트 정문 에서 갑질근절, 가해자처벌,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반복되는 경비노동자들의 안타까움 죽음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경비노동자들도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노동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고용불안 야기하는 초단기근로계약 근절 △경비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갑질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개정하여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 규정 도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은 이오표 성북구 노동권익센터장의 사회로 정의헌(전국민주일반노조 공동주택분과조직위원장 겸 아파트 경비노동자 전국사업단장)의 추모발언,남궁정(노동도시연대 사무국장)의 경위설명, 현장발언(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현실), 남우근(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원)이 근로기준법위반 문제, 경비노동자의 기자회견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지난 3월 14일 아침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소재한 S아파트에서 10여년간 근무하던 故 박범석 경비노동자가 또다시 스스로 숨진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故 박범석 경비노동자는 관리소장의 부당한 인사조치와 인격적 모멸감을 견딜 수 없어서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서는 바로 얼마 전에도 부당한 해고를 당한 외곽 청소노동자도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고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8일 고인은 갑자기 경비반장에서 일반 경비원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신입 경비원의 실수와 장비 오작동 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3월 14일 오전 7시 16분 고인은 주변 동료들에게 A4 1장 분량의 글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했다. 이 글에는 그동안 함께 근무하며 고생했던 동료 노동자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관리사무소장이 그동안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후 오전 8시경 고인은 자신이 근무하던 10동 9층에서 떨어져 생을 마감했다.

앞서 지난 2020년 5월 10일 강북구 우이동 A아파트에서 故 최희석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의 지속적인 갑질과 폭행으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당시 가해자는 징역 5년의 형사처벌을 받고,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는 산재로 인정되기까지 했다. 2014년 11월 7일에는 강남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주민의 갑질로 인해 이만수 노동자가 "경비원도 사람이다"라고 외치며 분신 사망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구조적인 문제로 간접고용문제와 고용불안의 문제를 꼽았다. 노동자들의 실질 사용자인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자신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용역업체를 통해노무관리를 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초단기 근로계약은 아파트 종사노동자가 접과 인권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또하나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일반노조는 아파트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제대로 된 노동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 경위 설명 >
고인은 지난 2013년부터 약 10여 년간 이곳 S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셨습니다. 동료 경비원 분들이 언론을 통해 전해주신 이야기에 따르면 평소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업무에 철저하고 솔선수범하며 성실한 성품이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였는지 고인은 지난 2019년부터 경비반장으로 진급하여 근무하셨습니다.

그런데 2022년 12월경, 새로운 관리사무소장이 부임하였습니다. 동료 경비원 분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 이후부터 아파트 정문차량을 관리하라는 지시가 추가되고, 수목 정리를 지시하는 등 법적으로 경비원 본연의 업무가 아닌 지시가 부쩍 늘어났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고성을 지르고, 복명복창을 강요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을 느낄만한 언행이 계속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세차 요원과 청소노동자들이 지하실에서 작업복을 갈아입는 것을 금지한다는 명령으로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전까지 선경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1년 단위 근로계약을 맺고 있었지만, 경비용역업체가 변경되면서 올해 1월 1일부로 3개월 짜리 초단기 근로계약이 도입되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요구로 고용은 그대로 승계되었지만 현재 용역업체는 일부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의사를 경비원들에게 표현해왔다고 합니다. 불리해진 고용계약 조건에서, 경비와 청소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지난 2월에는 경비노동자들이 무더기로 퇴사를 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3월 8일, 고인은 갑자기 경비반장에서 일반 경비원으로 보직이 변경되었습니다. 신입 경비원의 실수와 장비 오작동 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3월 14일 오전 7시 16분, 고인은 주변 동료들에게 A4 1장 분량의 글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했습니다. 이 글에는 그동안 함께 근무하며 고생했던 동료 노동자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관리사무소장이 그동안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이후 오전 8시경, 고인은 자신이 근무하던 10동 9층에서 투신하신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경위 설명을 마칩니다.

<경비노동자 현장 발언>
안녕하세요, 저는 노원구에 소재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반장 이광현입니다. 먼저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 미화원과 경비원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 중에서 경비원이셨던 분은 반장 직책을 역임하다가 강제로 반장 직책을 빼앗겼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제가 일하는 아파트에서 반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남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회사 관계자에 의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의 경비원과 미화원은 1년 넘게 상습적인 임금 체불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게 작년 말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밀린 월급이라도 제대로 받고 싶어 민주노총에 가입했습니다. 회사의 반응을 즉각적이었습니다. 노조에 가입하자마자 부사장이 “경비는 노조를 못 하게 되어있다”, “노조 탈퇴명단을 제출하라.”고 압력을 가했습니다. 수시로 전화해서 탈퇴를 강요하고 협박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노동조합이 있었던 덕분에 오히려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고 사과도 받아냈습니다. 이후로 월급이 밀리지 않았고 근로조건 저하도 막아냈고 초단기 근로계약서도 근절했습니다. 고인과 저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단지 오늘도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을 참여하게 되며 언론 기사를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정문에 게시했던 이 아파트 경비원, 미화원들의 현수막을 일부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고 항의하여 철거되었다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경비원에게는 동료의 죽음을 추모할 자격조차 없는 것입니까? 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사람입니다. 24시간 맞교대를 해오면서 근무 다음날에 경비복만 벗으면 우리도 여느 사람처럼 사람으로 대접을 받는데, 이상하게 근무할 때 경비복만 입으면 사람이 아닌 취급을 받습니다. 그래서 고인이 되신 경비원은 우리의 잃어버린 절반인 것만 같습니다.

우리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왜 아파트에서 경비 일한다고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야만 합니까? 이제는 이런 비극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경비원의 죽음은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저희는 살아남은 경비원입니다. 갑질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저희는 고인의 죽음이 헛되이되지 않도록 살아남은 자로써 책임을 다 하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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