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이미지 확대보기피고인은 피해자와 둘만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를 책상 앞에 세워두고 자신은 의자에 앉아 피해자에게 “내가 널 왜 불렀게?”라고 하여 피해자가 “몰라요.”라고 하자, 피고인은 “내가 CCTV 보고 있었는데 니가 펜 훔치는 거 봤다, 저 펜 훔쳤잖아.”라고 말하면서 겁에 질려 있는 피해자의 패딩 점퍼 주머니와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져 그 안에 펜이 들어있는지 확인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를 수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의 승낙 또는 정당행위로 인해 위법성이 없고,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로 인해 죄가 되지않는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아동이 절도 범행을 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피고인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 할 수 없어 피고인의 행위에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적어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보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의 수색행위를 승낙하지 않은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승낙으로 인해 형법 제24조에 따라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피고인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이 사건 서점에 진열된 펜을 훔쳤다고 착오한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며 이와 같은 측면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의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위와 같은 행위를 모두 마친 후에야 비로소 피해자가 펜을 훔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따라서 피고인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일으켜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른 것이다.
진열된 펜 1개를 몰래 주머니에 넣는 듯한 CCTV 영상만을 근거로 어린 아동을 수사관서에 신고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대응으로 피고인의 이 같은 수색행위에는 보충성도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어머니를 현장으로 오도록 한 다음 피해자가 실제로 이 사건 서점의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피해자의 어머니가 받을 수 있는 정신적 충격이나 피해자가 가질 수도 있는 심한 모욕감 등에 비추어, 물건을 절취했다는 의심을 받는 피해자의 어머니를 현장에 오도록 한 다음 절취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교육적으로 반드시 합리적이고 적절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도 참작했다.